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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Apr 11. 2016

댄스뮤직을  즐기려면 일단 나가자.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댄스뮤직은 집 밖에서 즐기자. 일단 뛰쳐나와라.]


카페에서 일을 보는 중 “댄스뮤직은 굳이 밖에 나가서 즐겨야 할 이유는 없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음…… 음악을 즐기는데 장소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공간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적어도 댄스뮤직을 즐긴다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방구석보다 밖에서 즐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 편이 훨씬 재미있다. 마침 요즘 댄스뮤직 공연이 제철이다. 보다 대중화되었고 공연의 수도 많이 늘었다.            

댄스뮤직 공연을 찾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Ultra Korea로 대표되는 댄스뮤직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클럽 내한, 박물관 공연(현대카드 건축물 전시로 DJ Mark Knight가 내한했다.) 등등 정말 많아졌다. 한반도의 댄스공연 역사상 이렇게 핫한 시기가 있었을까 싶다. 그러니 ‘물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처럼 노를 저어 댄스뮤직 공연장에 방문해보자. 물론 맨입으로 공연 관람을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집구석을 나가라는 이유로 네 가지를 준비했다. 공연장에서는 무엇을 하던 자유니 일단 나가자.  


1. DJING& ID


댄스뮤직 공연에서는 수많은 악기를 세팅할 필요도 다수의 사람이 연주할 필요도 없다.(Live Set을 제외한 일반적인 DJSet 기준) 그리고 DJ들이 공연에서 플레이하는 음악은 ‘Shazam(샤잠)-노래 검색 어플리케이션’으로 유튜브에서 ‘똑같은 버전’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정식 버전이 아닌 리믹스 곡도 가능) 즉, 방구석과 공연장에서 똑같은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믹서와 노래가 들어있는 USB만으로도 DJING이 가능하다.]

이 점에서만 보면 방구석에서 댄스뮤직을 즐기는 것이 입장료와 시간을 들여 공연장에 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댄스뮤직 공연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라이브 댄스뮤직 공연의 특별함은 곡 그 자체보다 ‘선곡’에 있다.

[13분가량의  Heatbeat MiniMix. Berserker’, ‘Bloody Moon’, 그리고 ‘Secret 등 여러 곡이 섞이며 개별 곡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같은 곡도 어떻게 리믹스되고 어떤 곡과 플레이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믹서(즉석에서 편곡/선곡 가능한 도구)를 통해 선곡/편곡된 곡들은 오직 이 공연장의 이 순간에만 맛 볼 수도 있기에 이 점은 라이브에서 진가를 나타낸다. 예상하지 못한 리믹스나 곡이 나올 때의 놀라움은 댄스뮤직 공연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선곡 리스트가 올라온 녹화영상과 라이브 공연이 차이가 난다.) DJ들은 상황에 따라 제일 잘 어울리는 곡을 골라 플레이하기에 어떤 라이브 공연을 가더라도 ‘의외성’은 맛볼 수 있다. 간혹 몇몇 양심 없는 DJ들(보통 투어를 도는 DJ들이 그렇다.)이 매 공연에 같은 선곡을 하는 것은 제외하자. 그렇지 않은 DJ들이 훨씬 많다는 점에서 댄스뮤직 공연의 라이브는 여전히 충분히 매력적이다.            

3대 일렉트로니카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인 UMF MIAMI의 2014년 공연 사진. 출처 - www.ultramusicfestival.com

페스티벌과 같은 큰 무대를 관람할 때 예상치 못한 ID곡을 즐길 수 있는 점도 공연장의 매력 중 하나다. ID곡은 Identification의 약어로, 댄스뮤직 계에서 ‘미 발매된’ 곡을 말한다.        

Martin Garrix(마틴 개릭스)가 ULTRA MUSIC FESTIVAL MIAMI 2016에서 공개한 ID곡. 불법 음원 추출 버전은 음질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발매되기 전까지 몇몇 DJ를 제외하면 음원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공연 중 플레이된 ID곡은 집 밖을 나온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ID곡은 지금 이 순간에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 영상에서 ID곡 부분만 음원을 추출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음원은 정식 음원에 비해 질이 낮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공연장은 ID곡을 미리 들을 수 있는 시사회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2. 음향/영상 설비            



방구석과 공연장의 가장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점은 설비다. 공연장의 음향/영상 시스템은 웬만한 가정집에서는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음향 설비 관점에서 댄스음악을 집에서 ‘제대로’ 즐기는 것은 제약이 있다. 댄스음악은 주로 쿵쾅거리는 ‘저음역대로 구성되는데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스피커를 구매해야 한다. 저음역 특화 스피커를 구매한다 치더라도, 우리나라 주택환경이 대부분 아파트라는 것도 문제가 된다. 저음역의 경우 볼륨 대비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에 소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데다. 저음역이 가진 자체 에너지로 인해 소리가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는 댄스뮤직을 위해 스피커를 트는 순간 이웃에게 소음을 야기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공연장의 상황은 이와 다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앰프 하나당 웬만한 중형차 가격을 웃돈다.)의 음향 장비가 공연장에 상주(페스티벌의 경우, 공연장의 경우 설계 단계부터 음향 전문가가 참여한다.)하는 전문가의 손으로 직접 조정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최소 공연 3일 전부터 공연장에 도착해 음향 설계를 위한 준비를 한다. 덕분에 방구석에서는 즐길 수 없는 소리를 즐길 수 있다.            

[공연장에는 든든한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다. 걱정일랑 집어치우고 놀아도 된다. (그래도 가끔 음향 상태가 아쉬운 곳도 있다.)]

영상 시스템의 유무도 무시할 수 없다. 댄스뮤직에서 영상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DJ 뒤를 감싼 스크린에서 끊임 없이 재생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댄스뮤직 공연에서는 단순 영상이 아닌 홀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DJ Eric Prydz(에릭 프리즈)의 공연 영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댄스뮤직 공연에서 영상은 시각적으로 관객들을 흥분시킬 뿐 아니라 DJ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인간은 시각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기에 영상의 유무에 따라 공연의 양상이 바뀌기도 한다. 실제로 2015년 ULTRA KOREA에서 2 manydjs(투 매니 디 제이스) 공연 당시 스크린 오작동으로 인해 영상 없이 공연을 진행했고, 당시 관객들은 기대보다 낮은 퀄리티의 공연을 봤어야만 했다. 영상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그리고 당연히 방구석에서는 영상을 기대할 수 없다.


3. 댄스 플로어


댄스뮤직은 춤을 추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는 것은 ‘춤’을 추는 것, 적어도 리듬을 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데, 방구석은 좋은 공간이 아니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춤을 추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일정 수준 이상 넓은 집이 아니면 가족이나 가구에 방해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구석에서는 리듬을 타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리듬만으로 뭔가 아쉽다면 공연장으로 가자. 그곳에는 ‘댄스 플로어’가 있다. 댄스 플로어는 공연장 내에서 관객들이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으로 애초에 춤추기 좋은 공간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춤에 방해가 되는 것들은 가급적 없기 때문에(인파가 많을 경우의 사람들은 예외이다.) 댄스뮤직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는 춤추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다. 댄스뮤직을 즐기며 샘솟는 흥을 풀고 싶다면 방구석 보다는 댄스 플로어로 가자. 적어도 춤을 추다 엄마에게 등짝을 맞지는 않을 테니까.            


4. 아우라.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 ‘아우라’의 의미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훌륭한 원본만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훌륭한 댄스뮤직 공연에도 아우라가 있다. 이는 같은 공연이라 하더라도 방구석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우라를 라이브나 현장감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공연장의 아우라는 딱히 이것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공연장의 ‘아우라’는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과 함께 유명한 곡을 다 같이 떼창하고 특정 파트에서는 함께 뛸 때도 다 다른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공연장의 아우라는 오직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의 감정이다.            

[페스티벌이든 클럽이든 공연이 열리는 순간 그곳만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공연장의 아우라는 방구석에서 절대 느낄 수 없다. 단순히 음악과 공간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냄새, 사람들, 시간, 음향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방구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연장에만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돈이 없어 방구석에서 댄스뮤직을 즐기는 것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공연장으로 가자. 위의 네 가지 이유 외에도 흥미진진한 수많은 요소가 공연장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댄스뮤직 공연장=클럽은 아니다. 간혹 전시관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DJ Mark Knight(마크 나이트)는 15년 전시회장에서 공연을 했다.]

댄스뮤직 공연은 대부분 클럽에서 이루어지지만 한국에서 클럽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댄스뮤직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처음이라면 일단 페스티벌부터 시작하자.(홍대와 강남의 몇몇 클럽은 공연장으로서의 클럽이 아닌 부킹 문화가 발전된 나이트클럽이다.) 페스티벌은 보다 대중적인 DJ들로 구성되어 있고, 음향 시설도 훌륭하며, 공연 연출도 클럽보다 낫다. (간혹 등장하는 유쾌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연에 실망하였다고 해도 잃을 것은 입장료와 교통비뿐이고 적어도 그 시간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페스티벌에 간다면 사람 구경만으로도 재미있다. 평소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유쾌한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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