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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Apr 13. 2016

그래도 노래방에서 피해야 하는 노래 10선

어차피 될 놈만 된다.


노래방의 계절이다. 딱히 근거는 없다. 하지만 괜히 그렇게 말하고 싶다. 꽃내음이 바람을 타고 코 끝을 간질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매력을 어필하고 싶은 이성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멋지게 노래를 부르는 시나리오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다.

리모컨을 손에 쥔 당신. 무슨 노래를 골라야 할지 망설일 테지. “임재범? 아니야. 노래방에서 가장 피해야 될 노래라고 어느 얼굴 책 스타가 그러더군. 그렇다면 어떤 노래를 불러야 나의 가창력과 더불어 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뽐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고민은 그만두자. 애초에 당신과 함께 있는 이성이 당신에게도 호감이 있다면 가창력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될 테니까. 다만 무슨 일이건 예외는 있는 법. ‘그래도 피해야 하는 노래 10곡’을 필자 임의로 선정해보았다.


첫 번째 노래, AC/DC – Back In Black        

 보컬 브라이언 존슨의 거친 쇳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을 땐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을지 모르겠으나 리모컨으로 이 곡을 고른 순간 당신의 운명은 이불 킥이다. 올라가지도 않는 고음에 진성(眞聲)은 음이탈을 반복하고 바르지도 않던 화장품을 찍어 바른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을 것이다. 괜히 민망하다고 “이 노래 아이언맨에도 나왔다!”라는 어설픈 공감대 형성 시도는 그만두길.  


두 번째 노래, Guns N’ Roses – Welcome To The Jungle        

이 곡도 마찬가지다. 이 고음을 어떻게 할 텐가. 아니, 고음이 나와도 문제다. 원곡 재현하겠답시고 간주에 나오는 액슬 로즈의 신음소리를 따라 했다가는 망신살만 뻗칠 것이다. 이런 노래는 방 안의 음향기기로만 즐기기로 하자.  


세 번째 노래, In Flames – Ordinary Story        

아마 오늘 소개할 이름 중에서 가장 생소한 음악가 이름일 것이다. 스웨덴 출신의 메탈 밴드인 이들은 9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이어온 베테랑 밴드이다. ‘데스 메탈 추천해주세요’라는 지X인 글에서 주로 언급되는 만큼 무난한 보컬은 아니다. 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낸 그대의 열정은 높이 살 만하나 노래방에 있는 이 순간만큼은 아니다.

*Youtube의 밴드 공식 채널에 곡이 없는 관계로 밴드의 다른 곡을 링크합니다  


네 번째 노래, Jason Mraz – Geek In The Pink        

대중적인 곡이다. 불끈불끈했던 앞의 곡들과는 달리 달달한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이 아니란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 빠르고 복잡한 영어 노랫말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어딘가에 독음(讀音)을 물어보는 일은 제발 그만두자. 제이슨 므라즈이기 때문에 멋있는 거다.  


다섯 번째 노래, Judas Priest – Painkiller        

고음의 끝판왕이 아닐까. 시작 버튼을 누르자마자 들려오는 묵직한 드럼 소리가 이성을 앞에 둔 그대의 장송곡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곡도 6분이 넘는다. 간주 점프는 이미 소용이 없다. 이미 상대방의 표정은 구겨지고 있을 것이므로. 설마 중간 기타 솔로가 백미라면서 간주 점프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여섯 번째 노래, N.EX.T – Lazenca, Save Us        

모 방송사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모두가 다 아는 복면 속 그분이 부른 노래다. 마왕의 카리스마를 떠올리기엔 우리의 성대는 한 없이 나약하다. 라젠카를 추억하는 건 마음속 한 구석에서만 하도록 하자. 우리는 하… 아니, 음악대장이 아니지 않은가.  


일곱 번째 노래, Queen – Bohemian Rhapsody        

“이 정도 음악은 들어줘야지!”하는 생각으로 어설프게 도전했다가는 피를 보기 쉽다. 프레디 머큐리의 가창력도 가창력이지만 다른 멤버들이 함께 쌓아 올리는 보컬 하모니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 가사도 충격적이기 그지없다. “엄마,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라니.  


여덟 번째 노래, Sam Smith – I’m Not The Only One        

필자가 코인 노래방을 찾아갔던 어느 날, 실제로 옆 칸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분명 그 사람은 자신의 선곡을 뿌듯해하며 마이크를 잡았을 것이다. 제발 그러지 마요. 부탁입니다. 어설프게 따라 불렀다가 피 봤잖아요.  


아홉 번째 노래, 델리스파이스 – 차우차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 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명곡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반복도 너무 반복이다. 이 곡이 이어폰을 통해 당신의 마음에 파문(波紋)을 일게 했을지 몰라도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을 이성은 그냥 무한 반복 노래로 밖에 듣지 않을 것이다. 이 노래는 델리스파이스의 노래다. 당신의 노래가 아니다.  


열 번째 노래, 버스커 버스커 – 벚꽃 엔딩        

연금의 주인공이라는 그 노래다. 이렇다 할 고음도 없고 부르는 데에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봄철이면 어디서나 이 노래를 재생한다는 점이다. TV에서, 식당에서, 카페에서도 이 노래를 들었는데 노래방에서까지 듣고 싶을까? 차라리 기타를 연습해서 들려주도록 하자. 그 편이 노력은 가상하게 느껴질 테니.




이상 필자 임의로 선정한 10곡을 살펴보았다. 선정 과정에서 노래를 다시 한 번 들어보며 느낀 사실은 ‘명곡은 역시 가수가 불러야 명곡’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괜한 노력 들이지 말자. 어차피 될 놈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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