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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y 01. 2016

춤을 추자 춤을 춰

깨달은 것이 있다면 춤은 느낌이다.


나는 몸치다.

박자도 느껴지고 내 몸에는 이미 그루브가 넘쳐흐르지만 발산하지 못한다. 머릿속에서는 누구보다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지만 거울에 비친 나는 상체와 하체의 협업이 결렬된 듯이 따로 놀고 있다. 클럽에 가도 쭈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언제나 테이블만 지키고 있었다. 친구가 추면 셔플인데, 왜 내가 추면 토끼춤이 되는 것인가. 가벼운 저 움직임이 내게 오면 왜 한없이 뒤뚱거리기만 하는 걸까.

그래도 나는 춤이 좋다. 몸치로서의 설움의 시간을 옥탑 플로어에서 보내며 피나는 연습을 통해 갈고닦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춤은 느낌이다.


이 느낌이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이나 멋들어진 웨이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은 틀릴지 몰라도 동작을 하면서 보이는 표정이나 ‘너희들이 틀리고 내가 맞다!’라는 당당한 움직임이 춤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이루고 나서야 상체와 하체의 동맹을 이끌어낼 수 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관절을 가진 듯이 각기를 출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당신도 클럽에서 자리를 지키는 게 다반사였는가? 그렇다면 몸치들의 선구자로서 지금껏 섭렵한 곡들과 앞으로 정복해 나갈 곡들을 단계별로 제시하겠다. 따라 올 테면 따라와봐.


  1단계. 구남과 여 라이딩 스텔라 – 젊은이


‘술 취한 밤, 사는 게 두려워 마신 술이 더 두려워~’

노래가 시작되면 키보드의 뿅 뿅 소리가 귀에 ‘콕’하고 박힌다. 이를 따라가는 베이스 리듬에 몸을 맡겨 좌우로 너울너울 움직이자. 이것은 1단계의 곡으로 커다란 팔 동작도, 재빠른 발도 필요하지 않다. 그냥 위아래로 흔들 수 있는 무릎과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고개 정도만 있으면 된다. 거기에 한국무용을 하는 듯한 팔 동작이 추가된다면 어느덧 음악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느려지면 느리게, 빨라지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참고로 가사에 나오듯이 술을 몇 잔 들이켜어주면 더욱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2단계. 킹스턴 루디스카 – Sweet, Sweet Ska Tune

제목 그대로 달콤한 스카 리듬의 곡. 우리나라 스카밴드의 대표주자 ‘킹스턴 루디스카’의 연주곡으로,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누가 귀에다가 초코시럽이라도 뿌린 듯이 기분 자체가 달달해진다. 가만히 앉아서는 들을 수 없는 조금 빠른 리듬에 맞춰 덩실덩실 움직여보자. 여기서부터는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들이 당신을 쳐다만 보더라도 ‘아, 저 사람 스카 리듬의 노래를 듣고 있군’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즐거운 표정과 여유로운 좌우 바운스가 중요하다. 중간중간에 손가락을 퉁겨주면서 자신만의 스캣을 소리 내면 지금 당장 남태평양 해변에 온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태양, 넓은 바다가 그려지는가? 그렇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었다.


   3단계. 글렌체크 – 60’s Cardin

뿅뿅뿅 뾰뵤뵤뿅뿅(아직도 가사는 모른다)

오늘 처음으로 나오는 전자음악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정확히 제목은 모르고 있었던 그 곡.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 가사에 신나는 멜로디, 중간에 나오는 박수소리. 듣고 있노라면 신이 나서 좌∙우측 엉덩이에 힘을 번갈아 가며 주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왔으니 빠른 노래에도 도전을 해보자!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크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자신의 전두엽에 새겨두어야 한다. 그 뒤에, 아래와 비슷하게 느낌을 살려(자신만의 필을 더 불어넣는 것이 좋다) 몸을 움직이면 전자음악도 별 것 아니다.

양손을 주머니에 살짝 꽂는다 너무 깊게 쑤셔 넣어도 안되고 살짝 걸치는 정도의 느낌이 좋다

그리고 한쪽 다리 좌우 무방을 살짝 굽힌다상체도 살짝 구부린다 그 자세로 거울을 보면 살짝 세상에 불만이 많아 보이는데 그 느낌이 왠지 춤을 잘 아는 듯이 보이게 하는 키포인트다

그러고는 큰 움직임 없이 고개만 비트에 맞춰 끄덕여주면 된다

이 동작은 마치 ‘난 춤에 대해서 너희들보다 많이 알지만 지금 내 상태가 여의치 않아 격하게 출수는 없지만 비트에는 반응하고 있다’라는 말을 몸으로 보여준다. 이때 필수적인 것은 최대한 시크한 표정이다. 웃으면 지는 것이다. 그 표정에서 나오는 아우라에 사람들은 긴장할 것이다.


 ‘쟤 춤 좀 추나 봐’


  4단계.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탱탱볼

‘탱탱볼, 탱탱볼, 탱탱탱탱탱볼 태대댕태대댕태대앵탱볼~’

드디어 몸치들의 적. 군무가 등장했다. 가장 움직임이 많아 격해지기 일쑤인 이 노래는 정말 탱탱볼이 튀어 오르는 듯한 격정적인 디스코 리듬과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공연장에 가면 물론 본인의 마음대로 흔들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정해져 있는 안무가 있기 때문에 영상을 보고 연습하는 것을 추천한다. 옆에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동작을 하면 과거에 유행했던 ‘꼭짓점 댄스’를 추듯 하나 된 우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벌스(Verse)의 가벼운 움직임을 지나 코러스로 들어갔을 때, 정말로 열심히 집중해서 춤을 춰야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뇌에서 보낸 신호가 시냅스를 타고 가기도 전에 팔과 다리는 미리 다음 동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후주 부분에 나오는 프리타임은 앞에서 내가 만들었던 분위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움직이다 천천히 멈추면 이 노래의 춤이 완성된다. 미리 말했듯이 이 노래의 춤은 매우 격하기 때문에 주변 1m 범위 내에 손과 발에 걸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 (필자는 이 춤을 연습하다가 의자를 부숴먹었다.)


  X단계. 엑소(EXO) – 으르렁

‘나 으르렁으르렁으르렁대. 너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

엑소의 춤. 필자도 아직 도전하지 못했다. 보면서 감탄만 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 가능한 움직임인가,,? 내가 사람이 아닌 건지 엑소가 춤의 신인 건지.. ‘으르렁’은 그냥 내 버킷 리스트에서 한 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몸치들이라고 춤을 추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내 몸이 움직인다는데 막지 말자.

참지 말고 움직이자. 흔들자. 내가 좋다는데 누가 뭐라 할쏘냐.

아. 아래층에서 올라오지 않게 조심하자. 층간소음은 이웃 간 불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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