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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May 04. 2016

오지은서영호 - 작은 마음

‘음악’이라기보단 일종의 ‘경험’이다.

록, 헤비메탈, 전자음악 등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은 장르의 부상은 청자들의 고막이 자극적인 소리에 점차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거기에 소리의 벽을 무엇으로, 어떤 형태로 쌓아 올리는 가에 따라서도 다양한 장르의 분화가 이루어졌다. 하드 록, 개러지 록, 팝 록, 블루스 록, 사이키델릭 록… 록 장르만 하더라도 세부 장르 헤아리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다 크로스오버 혹은 퓨전이라는 장르 간 교차 현상까지. 우리는 소리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소리가 넘치면 넘칠수록 노랫말의 힘은 약해졌다. 인간의 목소리에 각종 효과가 입혀지고, 음악이 ‘듣는 대상’보다는 ‘들리는 대상’이 되면서 노랫말 자체보다는 가수의 가창력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랫말을 음악에 녹이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까닭은, 언어야말로 이야기의 가장 효과적인 전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하지만 어떻게 항상 그럴 수 있겠나. 우린 사람인 것을. <작은 마음>이 빛을 발하는 것은 그것이 온전히 언어에 집중하고 있는 음악을 담고 있는 이유에서다. 

3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음반(보너스 트랙 격인 CD 2는 제외)은 오지은서영호의 지향점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3분 전후의 짧은 길이의 곡들은 특별한 전주, 간주, 후주 없이 노래가 바로 흘러나온다. 악기 구성도 매우 간결하다. 피아노와 신시사이저가 음반에서 반주 역할을 하고 있으며 베이스나 드럼도 최소한의 리듬감만 형성한 채 자연스레 흘러간다. 잠시 노랫말이 멈춘 간주 부분에서도 기타나 피아노 솔로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더, 더, 더’). 자칫 허전하다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허전함 덕분에 청자는 노랫말의 여운을 그 간주 구간에서도 쉼 없이 곱씹어 볼 수 있다. 

노랫말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담담하지만 솔직하게 가슴속에 품은 말을 뱉어내는 노랫말에 불필요한 수사(修辭) 같은 건 읽히지 않는다. 솔직한 노랫말이 차분한 음색과 섞이니 감정 과잉이란 찾아볼 수 없다. 감정 과잉이 없으니 청자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틈이 발생한다. “나에게 이런 노래를 속삭이는 당신은 누구인가요?”라고 자연스레 물음을 던질 수 있다. 

푸르른 물가가 아닌 흰색의 배경이 도드라지는 표지처럼 무채색의 음반이다. 30분 남짓한 시간, 음표보다는 여백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음반은 ‘음악’이라기보단 일종의 ‘경험’이다. 흰 도화지를 청자가 채워나가는 경험.





아티스트 : 오지은서영호

음반 : 작은 마음

발매일 : 2016. 04. 28.

수록곡

CD 1      

1. 이것은 아마도 사랑

2. 자고 가요

3. 우린 안돼

4. 404

5. 울타리

6. 허전해져요

7. 어떻게 해도

8. 더, 더, 더

9. 안녕

CD 2      

1. 자고 가요 (Studio Live Ver.)

2. 허전해져요 (Studio Live Ver.)

3. 더, 더, 더 (Jieun Solo Ver.)

4. 안녕 (Piano Solo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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