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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Jun 01. 2016

쏜애플 - 서울병

메시지란 곧 대화이다.


정규 음반이 아닌 EP라고 하지만 예사롭지 않다. 첫 곡 ‘한낮’에서부터 매섭게 질주하는 기타와 드럼이 고막을 때리며 귀를 사로잡는다. 명확한 선율이 그 위를 타고 흐르니 킬링 트랙으로 부족함이 없다. ‘석류의 맛’은 밴드의 작곡 솜씨가 한층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아밍(Arming; 기타에 부착된 장치로 음을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낮추는 기능을 한다)을 통한 불협음, 중반부의 변화무쌍한 전개 등을 통해 8분이라는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우고 있다. 밴드가 자신의 색을 담아낼 수 있는 캔버스를 더욱 확장시켰음을 시사한다. 


노이즈에 가까운 기타 이펙트가 인상적인 ‘어려운 달’을 지나 접어든 후반부를 ‘장마전선’이 알린다.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중심으로 앰비언트(Ambient)를 연상케 하는 기타 사운드가 선율과 맞물려 몽환적이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발라드 성향의 ‘서울’은 직선적인 보컬이 중심을 차지했던 기존의 쏜애플 식 발라드와는 달리, 여린 목소리를 강조하며 여기서 오는 여운이 곡의 중심이 된다.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로서는 진일보한 음반이지만 약점은 남아있다.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어 왔던 가사의 해석 문제이다. 도저히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난해한 가사(본인들은 ‘시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에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전후 관계가 주어지지 않고 화자의 감정,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다 보니 자연스레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생긴다. 


물론 해석이 다양하다고 해서 예술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린 해석을 위한 파편성이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작사가의 자의식 과잉으로 초래된 결과라면 사실상 실패라고 봐도 온당하다. 메시지란 곧 대화이기 때문이다.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메시지는 일기장에 쓰는 편이 차라리 낫다. 무엇보다 그들이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밴드란 것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길이의 EP지만 그간의 정규 음반에 견주어 봐도 모자람이 없는 음반이다. 특히나 밴드의 색채를 정하는 데 큰 공을 세운 기타리스트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명작은 아니어도 수작이라고 불리기엔 모자람이 없다.




아티스트 : 쏜애플(THORNAPPLE)

음반 : 서울병

발매일 : 2016.05.19.

길이 : 00:28:28

수록곡

1. 한낮

2. 석류의 맛

3. 어려운 달

4. 장마전선

5.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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