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 음반이 준 숙제
“너는 가요제 출신, 너는 인디 밴드 출신, 그런데 넌 아이돌 출신?” 이런 사고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그룹의 정규 음반을 들을 때면 한 번쯤 저 물음을 되풀이하게 된다. 노력이 어쩌고 실력이 어쩌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아이돌 그룹이 한 장의 음반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EXID의 첫 정규 음반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멤버 구성이다. 록 음악을 예시로 들어 생각해보자.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일반적인 밴드 구성이다. 이 중 하나가 빠진 밴드 음악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간혹 탑밴드 시즌 1에 출연했던 톡식, POE 같은 그룹이 있지만 이들이 독특한 멤버 구성으로 주목을 끌었던 것을 생각하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경우란 걸 알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각각의 파트가 팀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자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전원이 마이크를 잡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는 다르다. 캐치한 선율로 3분대의 짧은 곡으로 승부를 보는 승부 전략 탓에 4~5명이 넘어가는 순간 파트 분배의 문제가 생긴다. 마이크가 이 멤버, 저 멤버를 거쳐가는 주기가 짧아질수록 곡의 집중력을 흩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STREET> 또한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Only One’이다. 솔지와 하니의 듀엣곡으로 선공개되었던 이 곡은 풍부한 성량의 솔지와 독특한 음색의 하니 두 사람의 조합으로 청자들의 ‘듣는 재미’와 완급 조절 측면에서도 일정 수준은 달성한 곡이었지만, EXID 전 멤버가 보컬에 참여함으로써 곡 자체가 주는 매력보다는 ‘여긴 누가 불렀을까’라는 팬들의 호기심만 충족시키는 수준의 팬 서비스 곡이 되어버렸다.
두 번째 문제는 음반의 정체성 문제다. 예능을 통해 얼굴을 알려 쌓아 올린 인지도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전략을 택하다 보니 음악에도 예능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이 개입을 하게 된다. 정화와 혜린이 마이크를 잡은 ‘냠냠 쩝쩝’이 바로 그렇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에게 보여준 캐릭터를 살린 이 곡은 ‘가수 EXID’보다는 ‘예능인 EXID’에 충실한 곡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곡과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3%’도 마찬가지다. 일렉트로닉이 중심을 차지하던 수록곡 사이에서 어쿠스틱 기타로만 진행되는 곡은 (부정적 의미로) 전혀 다른 가수 혹은 그룹의 음반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분명 ‘복면가왕’을 통해 보여준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어필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다른 곡과의 유기성도 고려를 해야 했다.
두 가지 문제점은 비단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수준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사장되어가는 그룹이 한 둘이 아니란 걸 생각하면 적어도 EXID는 멤버 개개인의 존재감은 충분히 뽐내고 있다. 특히 LE의 래핑(Rapping)과 멤버들의 개성 있는 음색은 굳이 이들의 팬이 아니라도 듣는 재미가 있다. 거기다 지난 싱글 ‘HOT PINK’까지 이어졌던 ‘위아래’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는 의의가 크다. 이제는 멤버 개개인의 고유한 색을 하나의 캔버스에 어떻게 섞을 것인가, 즉 ‘팀의 정체성’이라는 숙제를 <STREET>는 남기게 되었다.
아티스트 : EXID
음반 : STREET
발매일 : 2016.06.01
길이 : 00:43:45
수록곡
1. 데려다 줄래
2.L.I.E
3. 알면서
4.Hello (하니 Solo)
5.CREAM
6.3% (솔지 Solo)
7.Only One
8. 당연해
9. 냠냠 쩝쩝 (정화 & 혜린)
10. 여름 가을 겨울 봄
11.GOOD
12.Hot Pink (Remix)
13.L.I.E (JANNABI M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