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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Jun 30. 2016

황푸하 - 칼라가 없는 새벽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나날들을 보내는 우리에게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발매된 지 한 달이 지난 음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하지만 거기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뒤늦게 발견한 낯선 음악가의 음반에서 필자가 느꼈던 벅찬 감동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었던 까닭이다. 


우선은 노랫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노랫말이야 말로 본 음반이 담고 있는 감동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소박한 언어로 화자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는 덕분이다. ‘난 사랑을 알아요/모든 걸 무너뜨리는/사랑을 배워요/하지만 다 잊어버렸어(‘첫 마음’)’라는 노랫말에서 읽히듯이, 과거의 사랑을 떠올리며 그것을 잊어버린 현재를 이야기하는 ‘첫 마음’은 어딘가 쓸쓸하지만 애처롭지는 않다. 화자는 ‘잊어버린 너’를 애써 찾으려 하기보다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담담히 비교하며 성찰하고 있을 뿐이다. 그 덕에 청자는 보다 적극적인 감정 이입이 가능해진다. 구체적인 행동보다는 사색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마음’이 음반에서 정서를 드러내는 방식을 보여준다면, ‘칼라가 없는 새벽’은 음반에서 드러난 정서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언젠간 쉬 사라져 버릴 아침이슬’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화자는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보지 못한 채’ 바삐 움직이는 세상을 바라만 보고 있다. 그저 잊혀지기 만을 기다리는 화자는 세상으로부터 타자화(他者化)된 상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르는 강물에 휩쓸려 가고 말 것이다. 

때로는 격렬히 저항하기도 한다. ‘꼭 그래야 했’냐며, ‘난 너무 아파’ 다며(‘정글’). 또 한편으로는 희망을 함축한 메시지(‘쿰바야’, ‘해돋이’)를 통해 극복의 의지를 나타낸다. 그러나 세상과 화자 사이의 갈등의 매듭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로 음반은 마무리된다. 언젠간 꼬이고 꼬인 매듭을 풀고 승리할 것이라는 굳건한 다짐을 뒤로한 채(‘도마치’). 


음반의 완성도를 높이는 또 다른 축은 악기의 배치 방식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 주법을 중심으로 일렉트릭 기타, 드럼, 바이올린, 피아노, 베이스 등의 악기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 악기는 무엇 하나 과함이 없다. 모든 악기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곡은 ‘정글’과 ‘해돋이’ 두 곡뿐이다. 이 두 곡에 유난히 많은 악기가 동원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른 곡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던 화자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정글’,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는 벅찬 마음을 노래하는 ‘해돋이’의 주제 의식에 따른 필연적인 편곡이다. 황푸하가 뛰어난 이야기꾼임과 동시에 영민한 음악가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는 황푸하의 목소리가 자리 잡고 있다. 9와 숫자들의 송재경, 검정치마의 조휴일 등을 떠올린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황푸하 만의 오리지널리티는 퇴색되지 않는다. 그는 마냥 구슬프지도 않고, 마냥 끈적거리지도 않는다. 유연하게 음과 음 사이를 오르내리지만 보다 직선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다. 이 ‘힘’이 다양한 악기들 사이에서 그의 목소리가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나날들을 보내는 우리에게, <칼라가 없는 새벽>은 황푸하라는 이름의 음악가가 보내는 선물이며 메시지이다. 슬픔에 젖어 ‘칼라가 없는 새벽’을 맞이할 우리에게 내민 따스한 손길. 그는 구원자가 아니다. 그 또한 ‘사랑의 실패자’이며, 지리멸렬한 현실에 ‘멀미’를 느끼곤 한다. 그러나 그는 믿는다. 함께 ‘여섯 개의 고개를 삼키’고 나면 승리가 기다리고 있으리란 것을(‘도마치’ 中).


아티스트 : 황푸하

음반 : 칼라가 없는 새벽

발매일 : 2016.06.02.

길이 : 00:45:15

수록곡

1. 첫 마음

2. 쿰바야

3. 칼라가 없는 새벽

4. 멀미

5. 정글

6. 사랑의 실패자

7. 해돋이

8. 위로

9. 낮잠

10. 도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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