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증명된 3인조의 법칙
‘3인조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밴드 음악을 하는 팀이 3인조라면 믿고 듣는다는 내용이다. 어디까지나 인터넷 상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돌던 말이었지만, 적중률은 우습게 볼 것이 못 된다. 당장 생각나는 그룹만 하더라도 영국 발(發) 헤비 블루스 그룹 Cream(크림),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태동을 알린 Rush(러시)부터 Muse(뮤즈), Green Day(그린데이) 등등. 이름만 나열해도 알 법한 거물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스코틀랜드 출신의 중견 그룹 'Biffy Clyro(비피 클라이로)’도 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당신이 몰랐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들의 7번째 정규 음반 <Ellipsis>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13개의 트랙을 듣는 내내 감탄하게 되는 것은 밴드의 탁월한 멜로디 감각이다. 13개라는 제법 많은 곡 숫자에도 불구하고 트랙은 각각의 선율을 뽐내고 있다. ’Wolves Of Winter’의 후렴에서 나타나는 통통 튀면서도 발칙한 선율, ’Re-Arrange’의 풍부한 공간감과 호소력 있는 보컬, ’Howl’의 긍정적 에너지는 주목할 만하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수록곡이 팝 음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선명하고 매력적인 선율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Ellipsis>의 최대 강점이다.
단순히 멜로디만 좋은 것이 아니다. Biffy Clyro는 밴드 포맷 본연의 매력까지 가져가고 있다. 그 증거가 앞에서도 언급한 음반의 첫 수록곡 ’Wolves Of Winter’이다. 30초 간의 고요를 뚫고 시작되는 헤비한 기타 리프는 록 음악 팬이라면 반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Animal Style’ 또한 주목할 만한 트랙이다. 기타의 저음부 현을 활용한 리프가 단순하지만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거기다 후렴에서는 전자 음악을 연상케 하는 신시사이저의 효과음이 양념을 더하니 이만한 킬링 트랙이 없다.
음반은 중반부로 들어서면서 점차 부드러운 진행을 보인다. 그러나 군데군데 헤비니스의 흔적이 엿보이는 트랙이 다시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와와 페달을 활용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Flammable’, 하드코어 펑크의 영향력이 짙게 느껴지는 ’On A Bang’, ’In The Name Of The Wee Man’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In The Name Of The Wee Man’은 디럭스 에디션 보너스 트랙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한 방을 지닌 트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완전체라기보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에 머무른다. 일부 수록곡은 지나치게 멜로디 의존적 경향을 보여 다른 곡과 구분되는 고유의 개성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Re-Arrange’를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중반부 곡들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초반의 곡들이 강렬한 인상을 준 만큼 중반부가 그 흐름을 이어가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새로운 ’한 방’을 보여주지 못 한다는 점은 앨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약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오는 7월, 지산을 찾을 Biffy Clyro를 기대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결과물일지 모르겠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결성 20년을 넘긴 그룹이 아직까지도 이렇게 유려한 선율을 음악에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절로 탄성이 나올 것이다. 청자에게 남은 과제는 두 가지. 당장 지산행 티켓을 구입해 완전체로 나아가는 밴드의 발자취를 확인하는 것. 싫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들 3인조의 음악을 만나는 순간 절로 그렇게 될 테니.
아티스트 : Biffy Clyro(비피 클라이로)
음반 : Ellipsis (Deluxe)
발매일 : 2016.07.08.
길이 : 00:46:40
수록곡
1.Wolves Of Winter
2.Friends And Enemies
3.Animal Style
4.Re-Arrange
5.Herex
6.Medicine
7.Flammable
8.On A Bang
9.Small Wishes
10.Howl
11.People
12.Don’t, Won’t, Can’t
13.In The Name Of The Wee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