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던 예능프로를 보며 진행자 3명의 공격적인 태도에 불쾌감을 느겼던 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다수의 사람들 또한 이 태도에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문뜩 든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 예능에서의 이런 공격적인 농담과 애드리브는 사실 우리가 크게 인식하고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그러면 왜 나는 한 명이나 두 명일 때와는 달리 유독 세 명일 때 크게 신경이 쓰였을까? 우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한 두명일 경우와 세 명일 경우 주는 무게감이 달라서 인 것 같다. 3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한 명이나 두 명보다 세 명일 때 하는 행동이 훨씬 파급력이 크다는 법칙이다. 어느 심리 실험결과에 따르면 한 명이나 두 명의 사람이 하늘을 바라보고 미확인물체(UFO)가 지나가는 것처럼 연기했을 때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를 무시 했지만, 세 명의 사람이 하늘을 바라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하늘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 두 사람이 주는 영향력과 세 사람이 주는 영향력은 차이가 크다. 셋이 넘어가는 순간 그것이 아무리 유쾌한 농담일지라도 다수의 의견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예능을 보던 나와 사람들은 진행자들의 태도를 불쾌해 했던것 같다.
일본 만담, 개그계에는 보케와 츳코미라는 것이 있다. 보케는 바보같은 행동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의 상식을 깸으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이고, 츳코미는 이 보케의 비정상적인 행동임을 지적하고 태클을 걸어서 다시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웃음과 유머는 상상하지 못한 것을 보여줌으로써 얻는다는 말처럼 이 보케와 츳코미는 사실 일본 개그계에서 오랫동안 연구되고 노하우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일종의 클리셰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고있다. 보케와 츳코미는 사실상 둘의 균형이 적절히 잘 유지가 되고, 개그 소재가 바닥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본다. 내가 예시를 일본 개그로 잡아서 그렇지 사실 이런 조화와 균형의 예시는 우리의 삶 곳곳에 있다. 흔히 말하는 당근과 채찍도 이런 조화와 균형의 예시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보았던 예능의 진행자들이 지적을 받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이런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선 넘었다.', '1절, 2절, 3절에 뇌절까지하네'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바로 정도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농담같은 경우도 가끔씩 한 두사람이 하는 정도면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농담을 하는 사람이 세 사람이 넘어간다면 공격적이지 않더라도 듣는이에겐 충분히 압박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선을 넘지 않게 혹은 넘었더라도 이를 잘 조율하고 조정해주는 츳코미와 같은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 TV예능에서도 이런 츳코미와 같은 역할을 무척이나 훌륭하게 해내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유재석. 유느님이다. 평소 무신경하게 예능을 보던 우리들은 잘 눈치채지 못할때가 많지만 이를 인지하고 잘 살펴보면 진행이 매끄러운데에 있어 유느님의 역할이 무척이나 지대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것이다.
내가 보았던 예능에서도 보케와 츳코미같이 한 두명의 진행자가 다소 공격적인 농담을 하였더라도 나머지 진행자가 잘 중재를해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더라면 진행자와 게스트의 의도 상하지 않고 시청자들 또한 불쾌하게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진행자 3명이 악의를 가지고 한 농담은 아니었을테지만 게스트와 시청자들에게는 불쾌하고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 각자 그냥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농담을 던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농담 역시 셋이 넘어가는 순간 상대에게는 다수의 의견으로 다가와버리며 부담과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이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일 때는 가질 수 없었던 세 사람이 가지는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모든사람들은 이 셋이 가지는 무게를 알고, 자신도 언제든지 이 셋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늘 염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