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홍해의 햇살아래, 얀부 캠프
-왕창령|당나라|시인|COVID-19로 중국 우한시가 봉쇄되자, 일본정부가 보낸 구호물자에 인용한 시구-
▬백전백패
한국인 노동자는 사우디의 이주 노동자였다. 조심조심 살아야 했다. 5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의 이주 노동자는 중국,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등 나라 사람이다. 이분들도 한국에서는 조심조심 살아야 한다. 사우디 이주 노동자는 현지인과는 접촉을 피해야 한다. "백전백패|百戰百敗|"다. 신호대기에서 정차하는 순간 현지인 차가 후미를 받고도 화를 낸다. 네 차가 내 앞에 있어서 접촉사고 났다. 그들의 황당한 논리는, 당신이 사우디에 와서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당신 차와 접촉사고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해석하면 "남의 나라에 와서 막일하며 먹고사는 주제에 말이 많네. 아니꼬우면 돌아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고려하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25년 9월 어느 날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 약 317명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뉴스를 보았다. 힘없는 나라의 슬픔이자 아픔이었다. 이주 노동자의 "백전백패" 관습법이 또 한 번 되살아나는 사건이었다.
안전관 박 씨 아저씨 그리고 공고생 동호와 셋이 호프호프 오아시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귀국 준비물로 구비한 카메라로 두어 장 기념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경찰이 쫓아왔다. 사우디 현지 주민의 신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 가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신고한 것이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현지인의 고함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젊은 경찰은 슬며시 웃으며 필름을 압수하는 조건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불문곡직, 백배 사죄하는 게 이주 노동자의 올바른 태도이다.
▬선민 "압둘라"와 천민 "무슬림"
사우디 아라비안은 알라의 보호를 받는 선민¨이다. 또 하나의 위대한 나라 엉클 샘¨도 거의 선민에 가깝다. 그리고 얼굴이 하얀 유럽인은 약간 빠지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대우를 받는다. 만약 아람코에 직접 고용된 직원이라면 갑자기 신분이 상승된다.
¨선민: 이슬람 종교적 맥락에서 “선택된 민족” 또는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사용함
¨엉클샘|Uncle Sam|:미국 정부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미국을 상징하는 강력한 아이콘
사우디아라비안 선민은 시민계좌 프로그램|Citizen's Account Program|으로 생활비가 지원된다. 사우디인 고용 정책|Saudization|에 따라, 원하는 시민은 취업이 보장된다. 이분들은 출퇴근이 자유롭고 가끔 나타난다. 전기세, 수도세, 병원비, 교육비는 그냥 쓰거나 받으면 된다. 선민의 친구 엉클샘은 이슬람 세계와 분리된 ARAMCO 캠프에서 주거한다. 사막의 파라다이스, 그곳에서는 종교도 자유다. 선민의 친구의 친구 여성도 ARAMCO에 거주한다면, 이슬람이 정하는 속박에서 자유롭다. 페르시아 해변에서 마음껏 비키니로 썬텐을 해도 문제가 없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허드레 일이나, 3D¨ 직종의 이주노동자는 천민으로 치부된다. 그것도 반년정도의 급여를 브로커에 선납하고 온 그들의 삶은 오도 가도 못하는 삶이다. 물론 인도인이나 필리핀인 중 아람코나 원청 계약자 소속이라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천민의 대다수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무슬림이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잊지 않으며, 라마단 기간에도 단식을 지킨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알라의 은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3D: Dirty|더러운|, Dangerous|위험한|, Difficult|힘든|
▬선민과 천민 사이
한국인은 선민과 천민 중간 정도의 신분 포지션이다. 중동 건설현장의 계약구도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발주처가 있고 미국계 또는 유럽계의 원청사가 있다. 즉 설계, 구매, 감리는 미국이나 유럽계 업체가 맡고, 한국의 60여 개의 건설사가 하청업체로 활동한다. 토목이나 건축의 경우는 발주처로부터 원청계약을 하지만,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는 하청이었다. 한국건설사 소속으로 중동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는 어느 정도의 신분은 보장되는 셈이다.
더구나, 한국 건설업체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많은 제3 국인 노동자를 채용하자, 갑자기 신분이 격상한다. 한국 건설에 고용된 태국, 필리핀, 인도, 방글라데시에 온 그들은, 한국인 노동자들로부터 하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된다. 하는 일도 기능직이 아니라 경비, 잡부, 주방 보조, 캠프관리 등이 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분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된다.
가끔은 도끼로 내 발등을 찍는 경우도 있다. 제3 국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상소리로 떠벌리는 경우가 있다.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엉터리 영어나 손짓 발짓 그림까지 그려가며 음담패설을 교육한다. 한국어 교육시간을 개설하고, 상스런 말을 알려주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경비가 사관생도의 절도 있는 거수경례 후, 인사말을 건넨다.
"개*끼야~ 너 잘 나왔다."
▬천민의 숙명
얀부 현장에서 만난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이드"라는 이름의 제3 국 노동자가 있었다. 계약기간을 1년 넘게 남겨둔 어느 날, 그는 요로협착증이라는 병에 걸렸다. 며칠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 나온 그는 비닐봉지에 가느다란 호수가 달린 오줌주머니를 달고 있었다. 얼마간 이상 없이 일을 했지만, 그의 병이 재발되었다. 소변을 볼 수 없어 떼굴떼굴 구르며 아파했고, 병원에 가는 중에도 그랬다.
결국, 회사는 귀국조치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귀국 바로 전날 저녁 그는 사무실로 찾아왔다. 왼손에 소변통을 들고 아무 말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는 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고 했다. 커피 한잔을 오래도록 마시며 고마워했다. 다음날 앰뷸런스에 오르는 그는 울고 있었다. 떼굴떼굴 구르는 통증보다, 조기 귀국으로 지불해야 할 항공료와 브로커에 변상해야 할 위약금이 걱정되어 울었을 것이다. 그가 감당해야 할 까칠한 모래바람에, 내 목이 퀙퀙 거렸다.
▬한국은 이주노동자에게 매력적인 나라입니까?
세계에서 10번째 잘 사는 부자나라, 문화강국인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 성폭행, 임금착취가 뉴스가 되고 있다. 25년 2월에는 스리랑카 노동자가 비닐 랩으로 벽돌과 함께 결박한 뒤, 지게차로 끌려 다니는 영상으로 온 나라가 분노한 적이 있었다.
"사장님 아파요. 때리지 마세요."
"사장님 월급 주세요."
"공장장님이 아기 아빠예요."
이런 뉴스를 보면, 사우디 아라비아 이주 노동자로 7년을 보낸, 한국인 이주 노동자도 슬프다.
한국에는 소위 조선족이라 비하되는 중국동포,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약 150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한국행 로또를 찾으려 한국어를 공부하고, 한국을 동경하는 그들에게, 한국이 해외 노동자에게 매력적인 나라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한국인 노동자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느꼈던 현지인에 대한 두렴이 없이, "인생이 바뀌는 노동자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나라로 기억되고, 한국인을 만나면, "형님 고맙습니다" 이렇게 환대받기를 꿈꾼다.■
◧참고 문헌 및 인용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