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 홍해의 햇살아래, 얀부 캠프
-퇴근길|안도현-
▬꾸란 가라 사대
이슬람 세계에서는 종교적으로 알코올을 마시거나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모두 금한다. 알코올 금지는 꾸란 5장 90~91절 에서 명문화 되었고, 이는 대추야자로 만든 술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마약, 술을 포함하여 정신 상태를 혼미하게 만드는 모든 물질을 금지한다 고 해석된다.
돼지고기는 꾸란 5장 3절에 명문화되었다. 알라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도살된 것을 식용하는 것을 금한다. 즉 하랄|Halal|이다. 또한 "썩은 고기, 피,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돼지가 세균과 질병을 옮기는 동물이며, 건강에 해롭고 비위생적이라 생각하는 시절의 영향에 기인한다. 냉장고도 없고 날씨가 찜통인 나라의 당연한 생활의 지혜일 것이다.
▬주당의 천국 바레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일부 이슬국가는 술과 돼지고기를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세계 최대 원유가 생산되고, 돈이 넘쳐나는 사우디 동부 도시 담맘, 다하란, 라스타뉴라에서 30분이면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나라 "바레인"이다. 지극히 보수적인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와 날라리 이슬람국 바레인을 연결하는 킹 파흐드 브지|King Fahd Causeway| 가 1986년 개통되어, 쌩하니 당일치기 술과 돼지고기 여행이 가능하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살고 있는 비 무슬림 또는 신앙심이 부족한 무슬림은 바레인으로 삼겹살과 술 여행을 떠난다. 친구나라 카타르|Qatar|에서는 "이나라 자원은 술밖에 없다"라고 친구를 비웃는다. 종교적으로는 엄격한 와하비즘¨을 추구하면서도 아랍에서 음주가 편한 나라라는 이중성을 보이는 바레인은 참 융통성이 풍부한 이슬람국인 것이다.
¨와하비즘:이슬람의 순수성과 본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운동
호텔구역 및 관광지역에서는 누구라도 합법적으로 술을 팔고 마신다.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를 구하기도 무척 쉬우며, 문화 예술은 무척 개방적으로 최신영화도 빨리 개봉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술과 삼겹상이 고픈 주당들이, 휴일엔 킹 파흐드 브리지를 달리며 외친다. "알라시어! 이 착한 나라에 축복을~"
▬사막의 밀주 "싸대기"
가끔은 중동 건설현장의 캠프에서는 이런 방송 멘트도 들린다.
"아 아.. 새마을 협의회에서 알려 드립니다."
"이번 주 불시에 숙소 밀주 단속예정입니다."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절대 발생하면 안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
다음 주엔 뚜껑을 연다고 기대에 부풀었던, 용접공 박 씨는 겁먹은 얼굴로 20리터 물통을 들고 뛰어나간다.
중동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몰래 만들어 마셨던 술은 ‘싸대기’라는 이름의 밀주였다. 제조 방식은 오렌지·대추야자 등 현지 과일과 설탕, 때로는 한국에서 가져간 누룩이나 이스트|Yeast|¨를 추가한다. 20리터 정도 크기의 아이스 물통에 재료를 넣고 담요로 덮어, 2주 정도 발효 시킨다. 수제 밀주는 30도 이상 매우 독하며, 원액은 냄새와 맛이 강하고 속을 불편하게 할 수 있어, 콜라·사이다·과일주스에 섞어 마시기도 한다. 몇 잔 얻어 마신 분들의 후기는 공통으로 "골 때린다"였다.
¨이스트|Yeast|: 술 발효의 주된 역할을 하는 미생물
더 용감 무식한 분은 안전화 속에 소주를 한 병씩 넣어서 오는 분이 있다고 한다. 쐐주에 대한 로망은 인간을 더할 수 없는 용맹함과 지혜를 주나 보다. 엄격한 이슬람도 김 빠진 맥주|Non alcohol|는 허용한다. 용기 없는 다수의 노동자는 김 빠진 맥주로 술향을 느끼며, 마음껏 삼겹살과 쐐주를 마실 그날을 꿈꾼다.
▬쐐주에도 나만의 감성이 있다
주세 수입이 걱정되는 정부는, 1970년 초, 一道 一社|일도일사|란 창의적인 소주전략을 구사한다. 각 도마다 단 하나의 소주 업체만 허가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고유한 소주 브랜드가 탄생한다. 여기에 1976년 자도주 구매 규정이 추가된다. 주류 판매 50% 이상을 지역 소주로 구매해야 한다는 지방 소멸 방지 대책에 아주 잘 어울리는 정부 시책이다.
•서울에서 온 김 씨 넋두리, "두꺼비 까는 날이 이제 37일 남았어"
•부산에서 온 강 씨 넋두리, "쐐주는 무학이 최고 아닝교"
•대구에서 온 박 씨 넋두리, "그런 말 하지 마이소 쐐주는 금복주인기라"
•광주에서 온 염 씨 넋두리, 그런 소리 하덜말랑께 "쐐주는 보해여"
•전주에서 온 유 씨 혼잣말, "쐐주는 보배도 좋구만이라우"
금녀|禁女|와 금주|禁酒|의 땅, 사막. 모래바람과 거친 자연의 매질 속에서 묵묵히 버텨낸 사람들이 바로 중동 붐의 주인공,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쐐주의 향수를 가슴에 품은 채, 달력 위 하루하루를 빨간 펜으로 지워가며 살아냈다.■
∎ 참고 문헌 및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