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삼겹에 쐬주”

시즌 ⌜3⌟ 홍해의 햇살아래, 얀부 캠프

by 아문선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퇴근길|안도현-



꾸란 가라 사대

이슬람 세계에서는 종교적으로 알코올을 마시거나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모두 금한다. 알코올 금지는 꾸란 5장 90~91절 에서 명문화 되었고, 이는 대추야자로 만든 술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마약, 술을 포함하여 정신 상태를 혼미하게 만드는 모든 물질을 금지한다 고 해석된다.


돼지고기는 꾸란 5장 3절에 명문화되었다. 알라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도살된 것을 식용하는 것을 금한다. 즉 하랄|Halal|이다. 또한 "썩은 고기, 피,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돼지가 세균과 질병을 옮기는 동물이며, 건강에 해롭고 비위생적이라 생각하는 시절의 영향에 기인한다. 냉장고도 없고 날씨가 찜통인 나라의 당연한 생활의 지혜일 것이다.


주당의 천국 바레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일부 이슬국가는 술과 돼지고기를 허용하는 나라도 있다. 세계 최대 원유가 생산되고, 돈이 넘쳐나는 사우디 동부 도시 담맘, 다하란, 라스타뉴라에서 30분이면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나라 "바레인"이다. 지극히 보수적인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와 날라리 이슬람국 바레인을 연결하는 킹 파흐드 브지|King Fahd Causeway| 가 1986년 개통되어, 쌩하니 당일치기 술과 돼지고기 여행이 가능하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살고 있는 비 무슬림 또는 신앙심이 부족한 무슬림은 바레인으로 삼겹살과 술 여행을 떠난다. 친구나라 카타르|Qatar|에서는 "이나라 자원은 술밖에 없다"라고 친구를 비웃는다. 종교적으로는 엄격한 와하비즘¨을 추구하면서도 아랍에서 음주가 편한 나라라는 이중성을 보이는 바레인은 참 융통성이 풍부한 이슬람국인 것이다.

¨와하비즘:이슬람의 순수성과 본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자는 운동


호텔구역 및 관광지역에서는 누구라도 합법적으로 술을 팔고 마신다.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를 구하기도 무척 쉬우며, 문화 예술은 무척 개방적으로 최신영화도 빨리 개봉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술과 삼겹상이 고픈 주당들이, 휴일엔 킹 파흐드 브리지를 달리며 외친다. "알라시어! 이 착한 나라에 축복을~"


사막의 밀주 "싸대기"

가끔은 중동 건설현장의 캠프에서는 이런 방송 멘트도 들린다.

"아 아.. 새마을 협의회에서 알려 드립니다."

"이번 주 불시에 숙소 밀주 단속예정입니다."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절대 발생하면 안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

다음 주엔 뚜껑을 연다고 기대에 부풀었던, 용접공 박 씨는 겁먹은 얼굴로 20리터 물통을 들고 뛰어나간다.


중동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몰래 만들어 마셨던 술은 ‘싸대기’라는 이름의 밀주였다. 제조 방식은 오렌지·대추야자 등 현지 과일과 설탕, 때로는 한국에서 가져간 누룩이나 이스트|Yeast|¨를 추가한다. 20리터 정도 크기의 아이스 물통에 재료를 넣고 담요로 덮어, 2주 정도 발효 시킨다. 수제 밀주는 30도 이상 매우 독하며, 원액은 냄새와 맛이 강하고 속을 불편하게 할 수 있어, 콜라·사이다·과일주스에 섞어 마시기도 한다. 몇 잔 얻어 마신 분들의 후기는 공통으로 "골 때린다"였다.

¨이스트|Yeast|: 술 발효의 주된 역할을 하는 미생물


더 용감 무식한 분은 안전화 속에 소주를 한 병씩 넣어서 오는 분이 있다고 한다. 쐐주에 대한 로망은 인간을 더할 수 없는 용맹함과 지혜를 주나 보다. 엄격한 이슬람도 김 빠진 맥주|Non alcohol|는 허용한다. 용기 없는 다수의 노동자는 김 빠진 맥주로 술향을 느끼며, 마음껏 삼겹살과 쐐주를 마실 그날을 꿈꾼다.


주에도 나만의 감성이 있다

주세 수입이 걱정되는 정부는, 1970년 초, 一道 一社|일도일사|란 창의적인 소주전략을 구사한다. 각 도마다 단 하나의 소주 업체만 허가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고유한 소주 브랜드가 탄생한다. 여기에 1976년 자도주 구매 규정이 추가된다. 주류 판매 50% 이상을 지역 소주로 구매해야 한다는 지방 소멸 방지 대책에 아주 잘 어울리는 정부 시책이다.


서울에서 온 김 씨 넋두리, "두꺼비 까는 날이 이제 37일 남았어"

부산에서 온 강 씨 넋두리, "쐐주는 무학이 최고 아닝교"

대구에서 온 박 씨 넋두리, "그런 말 하지 마이소 쐐주는 금복주인기라"

광주에서 온 염 씨 넋두리, 그런 소리 하덜말랑께 "쐐주는 보해여"

전주에서 온 유 씨 혼잣말, "쐐주는 보배도 좋구만이라우"


금녀|禁女|와 금주|禁酒|의 땅, 사막. 모래바람과 거친 자연의 매질 속에서 묵묵히 버텨낸 사람들이 바로 중동 붐의 주인공,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쐐주의 향수를 가슴에 품은 채, 달력 위 하루하루를 빨간 펜으로 지워가며 살아냈다.




참고 문헌 및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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