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현명한 남자”

시즌 ⌜2⌟ 사막의 품에서, 우쓰마니아 캠프

by 아문선

[현명한 남자는 길을 잃지 않는다.]
-동양 속담 변형-



개불알과 소불알

개불알|게브랄티¨|을 먹는다고요? 소불알|소부랄¨|도 있다고요? 중동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침상 머리맡에는 흔히 비치된 비타민제나 약품 중 하나이다. 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어본 적이 없던 시절에는, 이런 비타민제가 정력제로 인식되기도 했다. 특히 1980년대 들어서는 40대 중반의 타격 1위 야구 선수 백인천이 게브랄티 광고 모델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믿음은 더욱 굳어진다.

¨게브랄티|Gevral T|: 미국 사이나마드사의 종합 비타민

¨소부랄|Sobrerol|: 기침, 가래, 천식약


인기 있는 약품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발모제다. 중동 건설 현장에서는 "남자는 가슴에 털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정설처럼 떠돌았다. 휑한 정수리에 발모제가 더 필요해 보이는 기계공 박 씨도, 남성의 매력은 머리보다 가슴에 있다고 믿는 듯하다. 머리에는 대충 바르면서도, 살짝 드러난 가슴에는 매일같이 발모제를 듬뿍 발랐다. 몇 가닥 난 자신의 가슴털을 지긋이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곤 한다. 귀국할 즈음엔 몇 가닥쯤 더 나 있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를 품고 있는 듯했다.


춤추는 변강쇠

귀국을 앞둔 비계공 최 씨는 숙소에서 열심히 차차차, 지르박, 블루스 스텝을 밟는다.

“춤추는 기가 다 병 고친다 아이가!”

전국의 공사판을 떠돌던 1,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모인 곳이니, 별별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다 있었다. 춤 선생 찾기는 사막에서 모래 찾기보다 쉬운 일이다. 최 씨는 고기를 잡으려면 고기가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며, 카바레가 최고라고 말한다. 그의 경쾌한 스텝을 보면, 대어를 잡거나 아니면 가정이 파탄 날 것 같다.


심지어는 알 박기 수술을 하는 강심장도 있다는 소문이다. 칫솔을 가공하여 작은 구슬을 만들고, 알코올 소독제에 하루쯤 담가 소독을 한다. 그리고 연필 깎기 칼을 수술도구로, 남성의 귀두에 빙 둘러 구술 10개를 심는다는 것이다. 반신반의하던 도장공 박 씨와 보온공 전 씨도, 용하다는 사이비 시술가를 찾아 이방 저 방을 기웃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유증으로 도장공 박 씨가 병원에 실려가 복원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뒤따랐다.


전설의 카사노바

중동의 공사현장도 잠깐의 휴식시간이 있다. 담배 피우는 시간, 스모킹|Smorking| 타임이다. 오전 9시 30분에서 10시, 그리고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인천 카사노바의 특강 시간이다. 소금에 찌든 피곤함은 간데없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인천에서 온 비계공 김 씨 주위에 오늘도 삥 둘러 않는다. 그가 살짝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풀어놓는 연애사는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여자를 울려본 적이 없다는 ‘인천 카사노바’의 연애방은, 어느새 모두의 전설이 되었다.


적당한 체격, 하얀 피부, 남자도 반할 부드러운 음색과 순한 웃음의 소유자다. 세월이 지난 지금은 앞머리가 반짝거리긴 해도, 사랑에 굶주린 과부를 쓸어 트리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늘도 여성의 연애 심리와 그에 따른 대응 방법, 그리고 다양한 실폐 사례를 들어 개선책을 제시한다. 감동 먹은 용접공 강 씨는 시멘트 포장지에 메모까지 하신다. 그리고 전설의 카사노바의 맺음말은 항상 똑같다.

“그거 별거 아니야~ 사랑은 말이지, 예술처럼 느끼고 즐기는 거야. 너무 따지지 마~”


현명한 남자의 롤 모델

현명한 남자는 다르다. 인류역사상 많은 혼인동맹과 정략결혼이 있었지만, 이분만큼 현명한 남자는 흔하지 않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알라의 사도|Messenger of Allah|, 모함마드|Muhammad|이다. 꽃미남 모함마드 나이 25세에 40세의 과부 하디자 빈트 후와일리드|Khadīja bint Khuwaylid| 와 결혼한다.


그녀는 재벌 가문의 미망인이자 상속녀였다.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모함마드의 순수한 사랑은 신분과 나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녀는 성실한 경제적 스폰서였으며, 무함마드가 예언자로 부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이슬람을 받아들인 일렬 무슬림이다. 모함마드의 충성심은 25년간 한눈 안 팔고, 그녀와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그녀가 사망한 이후 한눈을 팔기 시작한 늦바람은, 두 자리 숫자만큼 부인을 거느리는 정력남으로 변신한다.


여복 많은 모함마드는 10여 명의 부인이 이런저런 이유로 있었지만, 그를 현명한 남자라 칭할 만한 또 한 명의 여인이 있으니 그녀는 아이샤 빈트 아부 바크르 |A isha bint Abi Bakr|이다. 모함마드의 절친 "아부 바크르"의 딸이다. 모함마드 나이 53세에 나이 어린 10대 소녀와 결혼한 것이다. 그녀는 기억력과 통찰력이 뛰어났고, 이슬람학에 대해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아이샤는 아내임과 동시에 신학적인 동료로서 모함마드에게 코란 해석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그녀 뛰어난 수재였으며, 모함마드 사망 후에도 정치·종교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세계의 가정을 통일한다는 모 종교의 교주와 그의 부인 "홀리마더"도 벤치 마킹 한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친정아버지 아부 바크르 훗날 첫 번째 칼리프 |Kalifa¨|로 이슬람을 계승한다.

¨칼리프: 이슬람 국가의 종교, 정치의 최고 지도자


현명한 남자

중동에서 건설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혈기왕성한 장정들이 일 년이라는 금욕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은 무엇으로 보상받고 싶었을까.

개불알을 챙겨 먹으며 체력을 다졌던 강 씨 아저씨,

발모제를 바르며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으려 했던 한 씨 아저씨,

서울, 대전, 부산을 찍고 또 찍으며 삶의 궤적을 되짚던 최 씨 아저씨.

그들 모두, 금욕의 일 년을 묵묵히 견뎌낸, 그리고 그 시간을 나름의 방식으로 버텨낸 현명한 남자들이었다고 믿고 싶다.




참고 문헌 및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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