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압둘라와 모함마드”

시즌 ⌜2⌟ 사막의 품에서, 우쓰마니아 캠프

by 아문선

나는 1953년 태어났다. 그리고 16살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중부 작은 마을 Ad Dakhilah Sudair에 살았다. 인구는 수백 명에, 전기도 없었다. 음식도 부족하고 고작해야 대추야자, 밀 그리고 약간의 고기가 전부였다. 말린 낙타 똥이 연료였다

-Ibrahim Al Muhanna|사우디 에너지부|상임고문-



옛날 옛날에는

아라비아 반도가 황량한 사막은 아니었다. 수만 년 이곳은 수천 개 의 호수로 둘러싸인 신록이 무성한 땅이었다. 숲이 우거지고 비옥한 평원에는 목초지가 가득하고,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하고 사람이 살았다. 그리고,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문명의 뿌리와 여러 문화의 교차로 역할을 한 전략적 위치한다. 중근동 고대 문명의 교차로이며 이슬람교의 발상지로 세계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구석기시대인 10여 만전,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가 첫발을 내딛는 이래, 아라비아는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하여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이웃하는 문명권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를 꽃피운다. 어쩌면 우리 한민족도 아라비아 사막을 건너 이곳 금수강산으로 왔을지도 모르다.


사우디 사막의 베두인

모든 아랍인이 무슬림은 아니며, 모든 무슬림이 아랍인도 아니다. 이란인이나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인 등은 무슬림이지만 아랍인은 아니다. 아랍 민족은 단일한 혈통이나 국적이 아닌, 언어와 문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광범위한 공동체이다. 여기에는 아라비아 반도|사우디 아라비아, 예멘, 오만 등|, 레반트지역|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요르단|, 마그레브지역|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라크|, 북아프리카 |이집트와 수단|의 사람들을 칭한다.


본래 순수한 아랍민족이라 함은 기원전 9세기경 아라비아 반도 북부 초원지대에서 양 떼를 몰고 떠돌아다니던 유목민 베두인|Bedouin|이다. 즉,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서기 571년경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태어난 예언자 모함마드가, 서기 610년경 알라의 계시를 받아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이슬람교를 개교한다.


모함마드 사후, 네 명의 칼리프|교권계승자| 와 모함마드의 추종자에 의해 중앙아시아 및 북 아프리카 지방의 이교도 및 토착민을 정복한다. 7세기 중반부터 8세기 초까지 약 60년간 진행된 대규모 군사·문화적 확장으로, 단순한 침략을 넘어 종교, 언어, 문화의 대전환을 가져온다. 이슬람교에 귀의하여 아랍어를 사용하며, 이슬람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아랍민족이라 지칭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탄생

Al-Saud 왕실의 뿌리는 바누 하니파 부족으로 거슬러 간다. 1446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인 알사우드 가문의 시조로 알려진 "알무라이디 알사우드"는 반도 동부에 있던 집을 떠나 중부 아라비아로 이주한다. 사촌이었던 "이븐 디르"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사촌이 잘되면 배 아프다"는 우리 속담과 달리, 착한 사촌덕에, 하니파 와디를 중심으로 알리드 지역에 정착한다. 이곳이 사우디 국가의 첫 수도인 디리이야|Diriyah|가 되었다. 병뚜껑 따개 모양의 빌딩이 있는 지금의 리야드|Riyadh|이다. 1725년 왕위에 오른 "모함마드 이븐 알사우드" 치세에 더욱 발전한다.


1744년, "모함마드 이븐 사우드"와 이슬람 개혁가 "모함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가 동맹을 맺으며 사우디 제1왕국|디리이야 토후국|을 세운다. 이 왕국은 급속히 팽창하여 1803년 메카를 점령하기도 했지만, 오스만 제국은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1818년 이집트 총독 "모함마드 알리 파샤"를 보내 왕국을 멸망시킨다. 1824년에 사우드 가문의 파이살 빈 투르키|Faisal bin Turki|가 리야드를 재정복 하며 제2 왕국이 재건되었지만 내분과 오스만의 지원을 받은 "라시드" 가문과의 충돌로 멸망하고, 1891년 쿠웨이트로 망명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창건자이자 초대 국왕인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Abdulaziz Ibn Saud|는 1902년 망명지 쿠웨이트에서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리야드의 알 마스막 요새를 기습 점령한다. 이후 압둘아지즈는 네지드와이 알하사 지역을 차례로 정복하며 세력을 확장한다. 메카와 메디나를 포함한 헤자즈 지역은 오스만 제국의 영향 아래 있던 샤리프 후세인 빈 알리가 다스리고 있었는데, 압둘아지즈는 이를 무너뜨리고 1926년 헤자즈의 왕으로 등극한다. 네지드와 헤자즈를 통합한 후, 1932년 9월 23일 압둘아지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국|Kingdom of Saudi Arabia|을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이 날은 사우디 건국기념일로 기념되고 있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지혜

아랍 사람들의 이름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된다. 자신의 이름, 아버지의 이름, 할아버지의 이름, 가문 또는 부족 이름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10대 재벌 총수를 쫙 불러 "너 머 하고 싶어?"하고 호기를 부리던, 왕세자의 이름은 Mohammed bin Salman bin Abdulaziz Al Saud이다. 이름을 풀어 보면 모함마드|본인| 빈 살만|아버지| 빈 압둘아지즈|할아버지| 알 사우드|가문|이다. 즉 MBS란 별칭으로도 부르지만 그의 이름은 "모함마드"이다. 여기서 "bin"은 "~아들"이라는 뜻이다.


사우디아라비에서 "압둘라" 나 "모함마드"는 "명동서 김서방 만나기", "교토에서 야마다상 만나기"와 같이 흔한 이름이다. 길 가다가 모르는 사우디 아라비아 사람도, "모함마드!" 또는 "압둘라!" 하고 부르면 반은 돌아본다.


아랍인 많이 사용하는 이름을 보면 남성의 경우 모함마드|칭송받는 자|, 압둘라|알라의 종|, 하산|좋은|, 살림|평화로운|, 자밀|아름다운|, 아민|믿음직한|, 마흐디|구세주|, 칼리드|영원불멸의| 등이다. 이곳도 이름이 담고 있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성격을 기대하는 부모의 바람이 녹아 있다. 여성의 경우 많이 사용되는 이름은 아미라|공주|, 라일라|밤 night|, 카리마|관대한|, 수아드|행복|, 아말|희망| 등이다.


앗쌀람 알라이쿰|알라의 평화가 당신에게| - 아랍인은 만나서 인사하는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민족이다. 날씨에서 안부로, 세상 돌아가는 현안에서 어제 먹었던 맛있는 식당에 이르기까지 길고 긴 체면치레의 인사말을 서로 나눈다. 그리고 "알함두릴라|알라여 감사합니다|"로 인사말을 마친다. 상대에 대한 신뢰와 친근감을 높여가는 과정이다. 이슬람국 고객과 상담 시 "앗쌀람 알라이쿰" 인사로 미팅을 시작하면, 회의에 임하는 눈빛이 달라진다.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슬람국도 마찬가지다. 모두 한 목소리로 답례한다. "알함두릴라"


습관처럼 달고 다니는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말구가 있다. 아랍인의 IBM이다. Inshallah |인샬라-"신의 뜻대로"| 일이 될지 안 될지는 알라에게 달려 있다는 운명론적 사고의 긍정의 메시지이다. Bukra |부크라-"내일"| 느긋함과 시간 개념의 유연함이다. Malish|말리시-"괜찮아"| 실수나 지연에 대해 관대하게 넘어가는 문화이다.


근래 해외 관광객들이 현지인의 고유 의상 차림을 하고,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홍콩이나 북경의 차파오, 서울 경복궁의 한복, 교토의 기모노 차림의 젊은이들을 보면 즐겁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다. 아랍인의 경우 남성의 경우 흰색 롱 드레스인 도브|Thobe| 를 입니다. 여성은 All Black 아바야|Abaya| 를 입는다. 여타 민족의 여성 의상은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는 디자인이지만, 반대로 아랍 여성의 의상은 아름다움을 숨기는 디자인이다. 쿠란에서는 여성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이나 장신구를 보이는 것을 금하고 있다.


석유의 발견으로, 급격한 경제성장과 Life Style이 바뀌어도 아랍인의 전통의상에 대한 충성심은 변함이 없다. 남성들은 외출 시 흰색 도브를 입고 붉은색 체크무늬의 슈막|shemagh| 또는 하얀색 천 구트라를 머리에 쓴다. 여기에 검은 링 이깔을 올려 고정하는 패션이다. 사막의 환경에 최적화된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다만 소변을 보는 게 문제이다. 사막에서는 쪼그리 자세, 화장실에서는 좌변기를 써야 한다.


여성의 일반적인 패션은 롱 드레스 아바야를 입고 히잡을 착용하는 것이지만, 외출 시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착용한다. 얼굴 가리게도 레벨이 있다. 얼굴과 머리카락이 보이는 히잡이나 샤일라는 외국인도 잘 소화하는 1단계이다. 2단계는 얼굴만 보이는 차도르 나 키마르이다. 3단계는 눈만 보이는 니캅이나 눈도 안 보이는 부르까이다. 설령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했다 해도 예외가 아니다.


"르네상스"는 이슬람 문명의 유산

이슬람 세계는 약 700년부터 1500년까지 이어진 황금시대 동안 인류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 시기는 과학, 철학, 예술,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이다. 과학과 수학, 의학, 철학과 인문학, 예술과 건축등 유럽 문명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안달루시아|이베리아 반도|의 이슬람 문명은 라틴어로 번역되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불씨가 되었다. 단순한 종교적 영향력을 넘어서 동양과 서양, 세계 문명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고, 유럽의 황금기라는 르네상스의 디딤돌이었다.


유럽중심의 세계문명에서는, 이슬람은 폭력적이고 부정적이다. 이는 테러 보도 중심의 미디어 프레임이 큰 이유이다. 서구 언론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 행위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이슬람 전체가 폭력적인 종교처럼 인식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코란, 다른 손에는 칼" 같은 단순화된 표현은 이슬람의 복잡한 역사와 관용의 전통을 무시한 채 폭력성만 강조하는 서구적 시선인 것이다. 그들의 남다른 사회 관습은, 단순한 유목 생활을 넘어,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와 공동체 정신이다. 사막과 같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살아온 아랍인들의 지혜인 것이다.




참고 문헌 및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참조 서적: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탄생|Fahd A Al Simari|사우디 관광국가 유산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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