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조국 근대화의 기수”

시즌 ⌜2⌟ 사막의 품에서, 우쓰마니아 캠프

by 아문선

피와 땀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달러가 지금 나라를 건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 주십시오

-밀물|1985년 3월호|해외건설의 역군들에게|김초혜|시인-



조국근대화의 기수로 임명합니다

조국의 근대화와 자주국방이라는 국가적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은 유능한 기능공의 양성이었다. 이를 위해 1971년, 시범 공업고등학교로 금오공고가 설립되었다. 이어 1973년, 대통령 각하 중화학공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전국적으로 기계공고 및 특성화공고를 설립하였다. 우리 민족의 희망으로 불린 공업고등학교 출신 만 18세의 어린 기능공들이 매년 5만 명씩 양성되었다. 당시 전국 공업고등학교에서 양성된 기능 인력에게는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휘호가 부여되었다.


방산, 조선, 자동차 등 중공업의 눈부신 발전과 산업화의 광풍 속에서, 한때 공업고등학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서로 가겠다고 지원자가 몰려들어 입시 경쟁률은 5대 1에 달하는 특수를 누렸다. 후줄근한 실습복 상의에 부착된 "조국근대화의 기수"라는 녹색 비닐 견장은 언제 봐도 자랑스러웠다. 완장을 차거나, 감투를 쓰면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이 달라진다.


“잘 살아보세"라는 대의를 앞세우고,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영웅화된 이미지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그것이 명예로운 선택인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경제 발전의 도구로 활용된 것은 아닐까. 패망이 뻔한 일본 제국의 가미카제¨가 그렇고, 나치 독일의 히틀러 유겐트¨가 그렇고, 중공의 문화혁명 시 홍위군¨이 그렇다.

¨일본 가미카제: 태평양 전쟁 후반 일본의 17세에서 25세의 자살 특공대

¨히틀러 유겐트: 나치 독일 시절의 대표적인 청소년 조직

¨중공 홍위군: 마오쩌뚱의 권위와 혁명 노선을 지지하는 중·고등학교 및 대학생


공업선진국을 목표로 전진하는 조국근대화의 기수들

"조국근대화의 기수"라는 자부심을 품고 기술을 연마한 소년공들은 국가 기간산업인 제철, 중공업, 조선, 방위산업의 중추가 되었다. 1979년도에는 부족한 기능인력 공급확대를 위해, 전문학교와 공업고등학교 실업교육을 통해 10만 명, 공공직업 훈련원에서 2만 명, 군기능이나 재소자 훈련을 통해 5만 명, 민간 사내훈련을 통해 8만 명, 인정 직업훈련원에서 1만 명, 모두 26만 명의 기능공 양성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차관을 통해 들어오는 개발기금은 산업 근대화의 기수 양성을 위한 설비에 과감히 투입되었다. 밀링머신, 세이퍼 머신, 선반, 용접기, 주물 용광로 등 첨단 장비들이 아낌없이 투자되었다. 학교 정문에는 대통령 각하의 휘호를 본떠 만든 "조국 근대화의 탑"이 설치되어, 학생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국가를 위해 앞다투어 명예로운 ‘조국 근대화의 기수’ 대열에 동참했던 것이다.


기술강국 대한민국

기능 올림픽을 아시나요? 하계 올림픽도 아닙니다! 동계 올림픽도 아닙니다. 기능 올림픽은 1950년 스페인에서 출범하였으며 매년 17세~23세 미만의 세계의 젊은 기능인들이 제조, 기술, IT, 서비스, 예술, 패션등 50여 개의 종목에서 실력을 다투는 대회이다. 1977년 제23회 국제 기능 올림픽에서 종합우승을 한 대한민국의 조국근대화 기수들은 1978년에도 종합우승을 차지한다. 금메달 22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이다.


기능올림픽 제패를 축하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중앙청까지 기능 올림픽 영웅들이 카퍼레이드를 한다. 연도에는 많은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고층 빌딩에서는 꽃가루 종이를 뿌린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1978년 9월 23일 선수와 임원 55명을 청와대에 초치하여 각급훈장을 수여하고 다과를 베풀었다. 단장은 은탑산업훈장, 선수들에게는 동탑, 철탑, 석탑 산업훈장을 직접 수여하고 "10년만 노력하면 모든 면에서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덕담도 더한다. 이런 명예를 누린 두 분의 지인이 있다.


그중 한 분은 두메산골 국민학교 동창, "HY"다. 그는 공부도 잘했고,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어내는 데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수재였다. 1978년, 제2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창호 직종 은메달을 수상하며 철탑산업훈장까지 받는 영예를 안았다. 지금은 기술 명장으로서 후학을 지도하며, 기능올림픽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 한 분은 L*그룹에서 직장 동료로 만난 "NK"이다. 이분 역시 1978년 같은 대회에서 동력배선 직종 금메달을 수상한 뛰어난 인재였다. 회사 내에서도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받았으며, 이후 KTX 고속철도 제어 분야의 일인자로 성장했다. 프랑스 연수를 마친 뒤에는 국산화에 크게 기여하며 국가 기술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기술 세계 최강 대한민국은 그간, 총 19회 종합우승을 했으며 2024년 프랑스 리용 대회에서는 총 49개 종목에 출전하여 금 10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9개로 종합 2위를 하였다.


"수, 느낌이 있죠"

서울 보광동에는 정수 직업훈련원이 있었다. 지금은 한국폴리텍대학으로 변신하였다.수는 박정희와 육영수 두 분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와 설립한 기능훈련원이다. 정수 두 분은 정수직업훈련원 건축현장도 들러보고, 개관식에 참석하고 또, 정수직업 훈련원을 예고 없이 방문하기도 했었다. 땡때이 원피스를 입은 20대의 근혜양도 육 여사를 대신하여 기능훈련원 졸업장을 직접 수여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려면 그 사람이 쓰는 돈과 쓰는 시간일 게다. 정수 두 분은 적지 않는 시간을 공업고등학교, 대학교, 훈련원등 전국의 기술 관련 교육기관을 방문에 할애하였다. 불행한 정치적 행로와 복잡한 가정사를 차치하더라도, 기술 발전과 기능공 양성에 기울인 정수 두분의 관심과 애정은 분명 조국의 근대화와 선진화를 이끌어낸 소중한 마중물이 되었다.




참고 문헌 및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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