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사막의 품에서, 우쓰마니아 캠프
–프랑스 속담-
▬땅 파면 물 나오고, 사막을 파면 석유 나온다
기름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 석유의 16%가 매장되어 있는 나라다. 세계 2위 매장량 2670억 배럴, 세계 2위 석유생산 일당 1200만 배럴 국가이다. 그러나 실질적 매장량 그리고 생산량 세계 1위나 다름없다. 매장량 1위인 베네주엘가 약간 많기는 하지만 원유의 품질이 나빠 뽑기도 힘들고 정제도 힘들다. 생산량도 미국이 1위이지만, 개인기업이나 개인이 경쟁적으로 마구 뽑아대기 때문이다. 반면 사우디는 정부주도 시장 공급 원리에 따라 조정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는 모래가 반이고, 석유가 반이라고 믿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중동의 나라는 사막에 파이프만 꼽으면 석유가 나오는 축복의 땅이라 믿었다. 그러나 "오일달러"의 나라 사우디의 석유도 아주 아주 극소수 동부 지역 그리고 인근 페르시아만에만 매장되었다. 대한민국이라면 독도 크기보다 작은 사막 또는 바다에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는 1948년 아인다르|Ain Dar|¨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 세계 제일의 가와르|Ghawar| 유전이 이곳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도시 다하란|Dhahran|에서 남서쪽으로 100km 지점에 위치한다. 크기는 북에서 남으로 200km 동에서 서까지는 25~30km에 달한다. 즉, 폭이 30Km이고 길이가 서울에서 전주 보다 약간 긴 유전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총매장량의 20%에 해당되고, 전체 생산량의 30%이 이곳에서 나온다.
¨아인다르: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주에 있는 마을로 다란|Dhahran|과 호푸프|Al-Hofuf| 사이 위치함
배 타고 뽑아야 하는 세계 최대 해상 유전 사파니아|Safaniya|유전은 다하란|Dhahran| 북쪽, 약 260km, 쿠웨이트 국경 남쪽 해안 부근에 있다. 이곳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매장량의 7%이고,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크기는 길이 50km, 폭 15km이다. 다하란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그곳에 사우디아라비아 원유를 총괄하는 ARAMCO 본사가 있어서 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의 오일 클러스트는 한반도로 비유하면, 경주는 아람코 본사가 있는 다하란이다. 가와르 유전은 대구쯤 있고, 해상유전 사파니아 유전은 영일만쯤에 있다. 포항은 원유 수출 터미널 라스타뉴라이다. 채굴된 원유는 파이프 라인을 따라 아라비아 반도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 얀부|Yanbu|로 연결된다. 얀부는 인천쯤 생각하면 쉽겠다. 우리로 치면 포항과 영일만 인근이 기름밭이고 생산 및 수출 클러스터인셈이다.
엑스포도 유치하고, 월드컵도 유치하고 이렇게 펑펑 뽑아 써도 되는 걸까? 지금에 속도인 100만 배럴을 매일 뽑아 쓴다면 증명 매장량 약 2,670억 배럴을 고려 약 70년 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증명|Proven|원유 매장량이란, 현재 기술과 경제 여건 하에서 회수 가능한 양을 의미한다. 석유 외에 돈이 되는 자원이 없다면, 70년 후 아라비아의 베두인 민족은 유황을 생산하며, 낙타를 타고 홍해 유역을 따라 유럽과 교역을 이어갈 것이다.
▬석유의 발견
석유의 가치가 더욱 빛난 역사적 배경은 전쟁이다. 1차 세계대전|1914~1918|과 석유는 서로 깊게 연결되었다. 19세기 후반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이 시작되고, 해군은 증기기관에서 디젤·석유 연료 선박, 잠수함이 만들어지고 군용 차량 및 항공기, 탱크가 등장한다. 결과적으로 원유 확보는 전쟁 승패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전쟁 당시 원유는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군사력과 산업력을 결정하는 전략 자원이었다.
전쟁은 인류에게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군사적 목적에서 시작된 기술이 민간 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우이다.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로 전환이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1차 세계전쟁이 있었다. 석유 자원이 부족한 영국과 프랑스 등은 중동에서 원유 확보 강화한다. 러시아와 유럽국의 석유 쟁탈전 벌어지고 자국의 이익에 맞추어 국가의 경계를 정하고, 아르빌, 쿠르디스탄등 기름밭 위에 살던 쿠르족은 이나라 저 나라로 갈려 나라 없는 민족이 되어 버린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은 Anglo-Persian Oil Company|BP 전신| 를 앞세워, 이란, 이라크에서 적극 개발에 참여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1920년대 후반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난으로 외국 기업에 자원 개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 1933년 국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사우디 건국자|가 미국 스탠더드 오일 오브 캘리포니아|Socal, 후일 Chevron|와 석유 탐사 계약 체결하고 캘리포니아 아라비안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CASOC| 설립한다.
넘 주기는 아까워 배가 아픈 영국도 도전하지만, 자본과 기술력, 미국 정부 정치적 지원에서 유리한 미국 기업이 승리한다. SOCAL은 60년간 원유채굴과 생산을 위한 협정 체결하고, 사우디 정부 5만 파운드 계약금을 지불한다. 모래밭에 물 붇기식인 개발 비용으로 SOCAL 은 CASOC 설립, 3년 후 지분 50%를 Taxaco에 매각한다. 5년 동안 1000만 달러 투입 하나, 원유시추에 실패한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 대전으로 CASOC은 회사가 망한다. 1944년 2차 대전 종전 시점 Taxaco•Exxon•Mobile의 지분 참여로 새로운 석유회사 ARAMCO |Arabian American Oil Company|를 설립한다.
▬ARAMCO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건국자인 이븐 사우드 국왕은 국가 재정난으로 인해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1933년 5월 29일, 이븐 사우드 국왕은 미국의 SOCAL|Standard Oil of California|과 최초로 60년간 석유 탐사 및 채굴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조건으로는 약 35,000파운드의 계약금과 연간 5,000파운드의 임대료를 금화로 지급받는 것이 포함되었으며, 추가적으로 탐사에 성공할 경우 생산된 석유에 대해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사우디 정부에 지급하는 조항도 포함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메이저 석유 4사|Chevron•Texaco•Exxon, Mobil|가 지분 100% 소유하는 구조이다. 바보가 아닌 사우디 정부의 반격이 시작된다. 1973년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ARAMCO 지분 25% 인수한다. 그리고 1974년 사우디 지분을 60%로 늘려,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한다. 1차 석유파동 직후, 산유국 권한 강화 시기이고, 1차 석유 파동으로 벌어드린 오일달러가 효자 노릇을 한 것이다. 그리고 1980년 사우디 정부는 100% 지분을 인수하면서 전면 국유화 기업이 된다
ARAMCO는 완전히 국유화되어 Saudi Arabian Oil Company |Saudi Aramco|로 재 탄생 되었다. 이후 미국 석유회사들은 경영권은 잃었지만, 기술·장비·정유 분야에서 여전히 협력 관계 유지하며 꿀을 빨고 있다. 2019년 사우디 증시에 부분 상장한 ARAMCO는 세계 최대 기업가치를 기록한다. 2025년 8월 기준, 시가총액은 약 1.528조 달러이고, 전 세계에서 7번째로 가치 있는 기업에 해당한다. 한국의 최대기업 삼성전자는 전 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30위권 내외라고 한다.
▬뭉치면 힘-OPEC
미국 CNN이나 영국 BBC 등 국제 뉴스를 전하는 매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서방 강대국과 중국, 러시아이다. 이를 제외한다면 North Korea, Palestain 그리고 OPEC일 것이다. OPEC |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은 사우디•이란•이라크•쿠웨이트•베네수엘라•리비아•UAE•알제리•나이지리아•가봉•앙골라•적도기니•콩고 등 총 13개국이 회원국이다.
지난 반세기 중동 석유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였다. 20세기 석유 발견 후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가 채굴권, 생산, 판매를 독점하고, 순진한 베두인의 이익은 미미했다. 1900년 초에서 1970년까지 원유는 배럴당 2~3 달러, 석유 1배럴이 159리터, 즉 1리터에 0.6센트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1달러에 휘발유 주유한다. 이는 생산원가의 200배이다.
시추•채굴•생산•수송•정제•판매•유통•서비스를 소위 7 Sisters¨라 불리는 7개 major 석유 재벌이 차지하고 있었다. 일곱 명의 공주님들은 산유국 난쟁이들을 앞세워, 세계석유 시장의 85%를 장악한다. 이런 왜곡된 구조는 70년간 이어지고, 1960년 산유국이 OPEC 설립과 함께 조금씩 무너진다. 1970년대 초 미국·서유럽 중심의 석유 다국적 기업|Exxon, Chevron 등|이 여전히 가격 결정권 장악하고 있을 때, 1973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이스라엘 전쟁|욤키푸르 전쟁| 발생한다. 이에 OPEC 산유국은 이스라엘 지지국가|미국·네덜란드, 한국포함 등|에 석유 금수 조치를 시행한다.
¨7 Sisters: Standard oil of New Jersey , Standard oil of New York, Standard oil of California , Exxon Mobile, Gulf Oil, Texaco, Chevron, Royal Dutch Shell, Anglo Persian Oil Company
그 결과, 원유 가격은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4배 이상 상승한다. 글로벌 경제는 충격에 빠졌고,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 인플레이션 급등하고, 스태그플레이션|경제 성장 둔화 + 물가 상승| 발생한다. 1차 오일 쇼크로 OPEC 산유국은 세계 석유 시장 지배력을 찾았고 이후 생산량 조절과 가격 통제 권력은 OPEC, 특히 Swing Producer¨인 사우디아라비아의 Oil Power가 탄생한다.
¨Swing Producer : 국제 원유 시장에서 생산량을 조절하여 가격 변동을 완화하거나 안정시키는 국가
▬석유자원은 축복인가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 또는 풍요의 역설|Paradox of Plenty|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가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보다 낮은 수준의 경제 성장,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지칭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석유자원이 주는 축복은 막대한 경제적 수익으로, 단기간에 부자 나라가 되는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처럼 인프라•교육·보건에 투자하고, 석유 수익으로 산업 다각화 일환으로 제조업•금융•관광 산업 등 신성장 동력 투자하는 나라가 해당된다.
이와 반대로, 베네수엘라처럼 불안정한 석유 가격 변동에 따라 국가경제 붕괴되는 경우가 있다. 산업 다변화 실패로, 쉽게 벌리는 석유 수익에 의존하며, 제조자업·기술개발 소홀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업무차 방문했던 베네쥬엘라 수도 카르카시는 30년은 멈춰버린 슬럼화된 도시였고, 영혼이 없는 미인의 나라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적 부패와 독재로 석유 수익이 소수 엘리트, 왕가 그리고 정권에 집중하는 것이다.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 수출로 살아가는 산유국을 임대국가|Rentier State|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 재정을 운영하기보다는 임대료라고 칭하는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의 수익으로 국가를 지탱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는 없다. 임대 소득의 달콤함 뒤에는 독재 정권이나 절대 왕권의 정당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라크, 이란, 나이지리아, 리비아, 수단 이런 나라의 비극이다.
석유자원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열사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노동자로 지내던 시절,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불행처럼 느껴졌다. 큼지막한 자동차에 앉아 하품만 하고 있는 압둘라가 부러웠다. 기름이 없는 나라에서 사람은 곧 자원이었다. 우리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고, 더 많이 일해야 했다. 나라가 두 동강이 나 총칼을 겨누고 있으니, 방산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했다.
가진 것이라곤 사람뿐인 나라,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한국은 세계 6위의 수출 강국이다. 이제는 배터리•ICT•바이오•K-콘텐츠 같은 신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분단국가이자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우리는 세계 상위권의 군사력과 방산 수출 역량을 갖춘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 만세!"■
◧원유 매장량이나 생산량 숫자는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용되었습니다.
◧참고 문헌 및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