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사우디 간다”

시즌 ⌜2⌟ 사막의 품에서, 우쓰마니아 캠프

by 아문선

리비아에는 북한 노동자도 흔하다. "봉급이 무시기요? 밥 주디요, 고기 주디요, 옷도 신발도 다 주는데 봉급이 무시기 필요하갔소?" 또 하나의 한국인이다.

-밀물|1984년 2월호|해외에서 만난 한국인|전재수|시인-



일본도, 중동도 아닙니다

약 10년 전, 태국 철도청이 발주한 철도 복선화 사업에서 사업관리자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현장 근무 중 태국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들의 한국 취업에 대한 관심에 깜짝 놀랐다. 태국 노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취업 국가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들 말로는, 한국에 가면 월 250만 원, 대만이나 일본에서는 200만 원, 이스라엘이나 중동에서는 15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250만 원을 번다는 것은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고용허가제|EPS, Employment Permit System|는, 베트남·태국·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16개국 근로자에게 합법적인 취업을 허용한다. 이들 국가에서 한국 취업 열풍이 부는 이유는 한류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또 다른 형태의 “잘 살아 보세” 열망 때문이다. 베트남과 태국 등 해외 인력 송출국에서는 “한국에 가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취업은 일종의 현대판 "중동 붐"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한국 가고 싶어요"

대한민국과 16개 각국은 E-9 비자|비전문취업비자| 나라별 쿼터 계약을 한다. 매년 총 5~7만 명 규모의 E-9 비자가 발급된다. 신청자가 수십만 명이 몰려, 국가별 경쟁률이 5:1 ~ 20:1까지 치솟기도 한다는 보도가 있다. 인생이 바뀌는 한국에 가는 첫 번 채 좁은문은 한국어 일 것이다.


"한국 가고 싶어요" 희망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하는, 한국어 능력시험|TOPIK, EPS-TOPIK|을 치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200점 만점에 최소 80점 이상을 받아야 다음 단계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험은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국가별 또는 수급 계약에 따라 합격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는 100점 이상은 받아야 합격 안정권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일부 한국인·필리핀인·태국인 노동자가 관광비자·연수생 비자 명목으로 입국해 건설 현장, 봉제, 단순 공장 노동에 투입된 사례가 있다. 중동 건설현장에서 만난 한 분의 경험에 따르면, 일본 전자 업체가 한국에서 기능연수생 명목으로, 노동자를 모집할 때는 접시의 콩알 줍기를 시켰다고 한다.


한국어 능력시험에서 1차 선발된 예비 취업자들은 다음 단계인, 직종별 기능 시험과 건강 검진을 실시다. 우선 팔 힘, 균형 감각, 지구력 등 간단한 체력·근력 검사 후 업종별 기능 시험을 본다. 직종별 기능 시험은;

제조업은 부품 맞추기, 나사 조이기, 간단한 기계 조작

건설업은, 벽돌 나르기, 자재 분류, 발판 위에서 균형 유지

농축산업은, 씨앗 심기, 모종 옮기기, 동물 먹이 주기 흉내내기

어업은, 그물 정리하기, 줄 묶기, 간단한 무게 측정


마지막 관문은 건강 검진이다. 한국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절차이다. 기본 신체검사, 약물검사, 정신건강 그리고 체력 및 작업 적합성 검사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신체검사까지 패스한 인원수가 모집인원을 초과하면 추첨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이가 40이 넘었다면 처음부터 접수가 불가능하다. 접수 못한 40대 아저씨가 펜스 넘어 에서 외친다. "한국 가고 싶어요."


"사우디 간다"

중동 건설 붐이 불던 1970년 말 한국사회의 유행어는 "사우디 간다"였다. "사우디 가면 부자 된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중동 근로는 일확천금의 기회로 여겨졌다. 그 당시 여의도나 압구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50만 원 정도였다. 30평형 분양가는 1500만 원 인 셈이다. 중동 근로자 2년~3년이면 모을 수 있는 돈이다. 지금은 평당 1억 원이라 하니, 200배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러니 "사우디 가면 부자 된다"는 유행어가 당연하지 않았을까.


중동 취업은 그 좁은문의 행운아는 누구일까? 물론 건설 분야 경험과 실력이 빵빵하고, 인맥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중동 붐 초기의 선발이란 지극히 정상적 이였다. 회사 정문에 매달린 해외파견 인원모집 공고에 따라 응시하면 된다. 경력 증명서 내고, 건설 현장에서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이면 합격이다. 그리고 건강 검진을 위해 빤스 한번 벗으면 그만이다. 점점 기능 보유 노동자 수급이 어렵자, 해외 건설 업체는 신문공고도 동원된다.


중동 취업자 채용 경쟁률운 40~50 대 1 경쟁이다. 이권이 따르면 꼭 등장하는 직업이 있다. 검은 색안경을 낀 브로커이다. 중동 취업을 미끼로 금전을 요구하는 사고가 벌어지고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는 해외 취업 희망 풀제라는 제도권 취업제도를 신설한다. 여기에는 단호한 처벌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는다.


알라가 허락한 좁은문

여의도나 압구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로또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선다. 정부가 발표한 중동 취업근로자 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는 인력 풀|POOL|제이다. 노동부 지방사무소에 희망자가 직접 중동 취업 신청을 등록하고, 이를 중앙 직업 안정소에서 취합한다. 중앙 직업 안정소는 자격조건을 갖춘 노동자를 각 기업에 통보하고, 기업은 신청자에게 만 시험 응시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노동부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만 25세~45세, 3년 이상 경험, 기능사 자격증소지 또는 직업훈련원 수료자여야 한다. 사상 검증이 중요한 시기인지라, 해외여행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 대미를 장식한다.


공정한 제도가 있다면, 이제 그 제도를 지킬 엄한 처벌이 기다린다. 해외취업 관련 금품을 요구하는 자는 사기범으로 간주하여 형사 처벌한다. 해외 사기범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으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되며, 법정 최고형으로 엄벌한다. 징역형도 무섭지만, 벌금 5백만 원은 중동취업 후 반년을 벌어야 하는 큰돈이다.


기능도 없고, 빽도 없이 사우디 간다고 건들거리는 건달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선언을 한다. "돈을 주고 해외 취업을 하겠다는 자는 절대 해외 취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또 중동 취업 되었다고 방방 뛸 성미 급한 사람에게도 경고한다. "등록 후 취업 시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되고, 선발된 후에도 출국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생업을 포기하지 말 것"을 강조한다. 대 국민 계몽 문구도 추가한다. "해외 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부조리 발견 시 인근 수사기관에 신고 바랍니다."


"중동 가고 싶어요!"

박 씨는 여천공단 출신이라 출신 성분이 좋다. 10년 경력으로 반장 완장을 꿰어 찬다.

정형은 사내직업훈련원 출신이다. 각 잡힌 정직원용 작업복은, 그도 정직원이 되고야 말겠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요리사 이 씨는 브로커에게 큰돈 주고 중동행 비행기를 탑승했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오늘도 오버타임|Over time| 해야 한다고 주방장과 옥신각신이다.

잡부 강 씨는 먼 친척이 건설사 본사에 있어 빽으로 왔다. 집안 형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일을 한다. 그리고 빼놓지 않고 뼈대 있는 집안내력을 말씀하신다. "우리 집안 큰 형님은 큰 당숙님 맏아들 되시거든요. 서울로 유학 마치고 대기업에 떡하니 붙으셨다 아인교."

열처리공 박형의 자존심은 정수훈련원이다.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훈련원을 방문한 근혜 양을 직접 봤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조국 근대화의 기수 "공고생¨"은 중동 건설의 꿈나무로 키워진다. 그들은 건설 현장의 베테랑으로 정년을 마치기도 한다.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운동이 불길처럼 타오르던 그 시절, 우리 모두는 외쳤다.

"중동 가고 싶어요!"




참고 문헌 및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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