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소금꽃이 피었습니다”

시즌⌜2⌟ 사막의 품에서, 우쓰마니아 캠프

by 아문선
The Color of Snow, The Taste fo Tears
-소금 봉지|스칸디나비아 항공-


작업 중지

오늘도 섭씨 50도 그리고 모래 바람이다.

"아이코 죽었구나~"

"겨우 요만한 더위에? 이건 새끼 더위래요."

나서기 좋아하는 강릉에서 오신 도장공 염 씨 아저씨 잽싸게 받아친다.


"사우디 9월은 말이다, 철판 위에 계란 올리면 그냥 익어뿐다. 할라스 바람이 분다 카는 날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이가."

염 씨 아저씨 단짝 포항 김 씨 아저씨도 거든다.


"이건 약과야! 똥바기지를 깔고 앉으면 반쯤 땀 고이고, 걸으면 안전화 속이 땀으로 철벅거릴 정도라네."

말이 없고 과묵한 기계공 박 씨 아저씨는 한술 더 뜬다. 덥다고 툴툴대는 공고생¨에게 참 교육 중이다.

¨공고생: D산업이 전국 8개 공고에 훈련 위탁 후 채용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기능공


눈앞 1미터도 구분을 할 수 없는 지독한 모래바람이 분다. 작업중지이다. 우리는 이 바람을 할라스¨ 바람이라고 부른다. 할라스 바람은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사막에 모래와 먼지가 가세를 하는 것이다. 할라스 바람이 불어도, 시야가 확보되는 단계에서는 압둘라 수건이라고 부르는 빨강 무늬의 슈마그¨로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보안경을 착용한다. 발목과 손목에는 마스킹 테이프로 동여맨다. 1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 단계에 이르면 작업을 중지하고, 캠프에 복귀한다. 오늘 작업은 할라스다.

¨슈마그: 아랍 남성들이 머리에 쓰는 빨강 무늬의 보자기

¨할라스: 끝나다 의미의 아랍어


고속도로에서 만난 할라스 바람

알바틴 현장으로 배치되어 이동할 때다. 알바틴은 인구 30만의 이라크 국경과 가까운 군사 도시이며 물류 중심지이다. 라히마에서 7백 km 떨어진 거리로 아침 일찍 출발해야, 그곳 캠프에 오후 늦게 도착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오지 현장이다. 얼마 가지 않아 모래 바람을 만나고 말았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는 할라스바람이다. 고속도로가 모래에 묻혀, 방향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초행길이었던 운전사의 의견에 따라, 한 버스에 탑승한 10여 명의 현장 동기들은, 눈 코 귀 입에 모래가 자글거리는 꼴로 라히마로 귀환한다.


다음날 여러 차례 알바틴 현장을 다녀온 덤프트럭 운전사 장 씨가 운전대를 잡고, 다시 출발한다. 라히마 캠프를 출발, 순조롭게 이동하던 일행은, 목적지를 얼마 남겨 놓은 지점이다. 멀리서 모래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어~ 어~ 비명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모래 구름은 어제보다 더 큰 할라스 바람이었다. 버스안도 순식간에 흙먼지와 모래에 쌓여 호흡이 곤란한 상황이다. 사라진 아스팔트 길에서, 반쯤 모래에 묻힌 타이어 탓에 버스도 이동할 수도 없다.


창문을 두드리는 모래 바람소리에 버스 안은 사막의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으로 긴장감이 돌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라스 바람도 순해지고, 길을 찾아 갈팡질팡 하던 중, 빠앙~ 경적소리와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는 차량이 오고 있었다. 도착 예정을 넘긴 라히마 버스가 염려스러워, 마중 나온 알바틴 현장의 구호차였다. 감동의 순간이다. 소리를 지르고 손을 흔들고, 반쯤 넋이 나간, 노동자들은 구호차의 인도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게 소문으로 듣던 열풍인가요?"

겁먹은 공고생의 질문에 알바틴 현장에서 나온 구호차 운전공은,

"이건 7 풍이나 8풍 이라네!"

위로인지 겁주기인지 모를 말을 건성으로 내뱉는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중동 건설현장의 필수 아이템은 안전 보호구와 더위 그리고 바람에 맞설 아이템이다. 안전 보호구야 1톤의 중량물을 떨어져도 버틸 안전화, 머리를 보호하는 안전모, 안전벨트, 작업용 가죽장갑, 보안경 그리고 분진 마스크를 준비해야 한다. 더위에는 얼음물과 소금이다. 모래 바람에는 아랍 남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슈마그"가 유용하다.


더위와 모래 바람에 특화된 사우디 아라비아 남성의 패션은, 셔츠 모양의 하얀 롱 원피스 "쏘브"와 머리에 쓰는 "슈마그"이다. 쏘브는 빤스를 입지 않아도 되고, 머리에 두르는 빨간 모자이크 문양의 보자기 "슈마그"는 모래 바람이나 열풍이 불 때 아주 유용하다. 우리는 슈마그를 "압둘라 수건"이라 부른다. 눈만 뻐끔하게 보이도록 머리부터 얼굴까지 모두 가리고 똥바가지를 눌러쓰면 "사우디 건설 노동자" 패션은 완성된다. 체온보다 외부 온도가 높아 시원하고, 모래 바람에도 코, 입 그리고 귀를 보호할 수 있다. 눈은 물안경처럼 생긴 작업 보안경을 착용한다.


더위와 싸워야 하는 중동 건설 노동자의 또 하나는 필수 아이템은 얼음물과 소금이다. 5명 정도로 구성되는 조별 아이스 물통 20리터에 얼음과 물을 가득 채워 현장에 비치한다. 물통옆 손잡이에는 공용 플라스틱 컵과 소금통을 매달어 놓는다. 영양제 크기의 정제로된 소금을 한 번에 5~6알씩 꿀꺽 삼킨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한 알이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혹시 모르니 한 줌씩 뽑아 먹는다. 얼음물과 소금은 중동 건설 노동자들의 소화기 계통의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피로에는 쪽잠이라도

노동자는 늘 배가 고프고, 잠이 부족하다. 날이 밝으면 일을 시작하고, 어두워지면 퇴근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익숙지 않은 더위 속에서 쌓여가는 피로감이 더 크다. 작업복 상의는 땀에 절어 반쯤은 하얀 소금 자국으로 얼룩져 있고, 그런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잠깐 즐기듯 누리는 쪽잠은 그 어떤 보약보다도 깊고 달다.


금쪽같은 꿀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일 빠르게 달리는 통근 버스를 타야 한다. 현장에서 캠프까지 자동차로 15분 거리지만, 빠른 버스와 늦은 버스의 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차 하는 순간, 식당입구가 가물가물 보이는 끝자락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한다. 여기저기

"배식 빨리 하이소."

"주방장 머한당가."

"더워 죽거 슈~"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꼬래비 통근버스에 승차한다면 꿀잠은 "다음 기회에"이다.


캠프와 현장을 오가는 10여 대의 버스가 출퇴근과 점심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운행한다. 제일 늦게 출발하는 버스를 찾는 출근 시간과 달리, 점심시간은 소문난 총알 버스를 타기 위한 전쟁이다. 12인치 파이프를 1미터 정도 잘라 만든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버스를 향해 돌진한다. 종잡이가 쇠망치를 찾는 모습을 보고, 슬금슬금 버스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선수도 있다. 절도 있는 방글라데시 경비원의 각진 거수경례를 받는 둥 마는 둥 그냥 달린다.


사우디 현지 운전기사도 고객들의 바람을 알고 죽기 살기로 달린다. 매일 순위를 매기는 양, 그들도 점심시간만큼은 고객 확보를 위한 추월과 추월을 반복하며 죽기 살기로 달린다. 점잖고 말이 없는 칼리드는 항상 손님이 없다. 만차인 다른 통근버스에 비해, 헐렁한 좌석을 바라보고, 어색한 듯 콧수염만 만지작 거린다. 오늘도 몸집이 크고, 배가 불룩 튀어나온 알리가 일등이다. 선두차 손님들 모두 외친다.

"알리! 브라보~"


소금꽃이 피었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여름은 아주 길다. 3월에 시작한 폭염은 11월 말쯤 되어야 편안한 날씨가 된다. 더구나 근무지가 바닷가라면 고온 다습한 기후로, 이마에 스펀지로 덧대어 만든 땀받이를 하지 않으면 짭짤한 땀으로 눈을 뜰 수도 없다. 두툼한 가죽 용접복을 입어야 하는 용접공, 석면가루가 피부를 찌르는 보온공, 멈출 수 없는 콘크리트 타설공, 샌드블라스팅 작업 중인 도장공 모두 속옷은 항상 젖어있고, 파란 작업복은 소금꽃이 피어있다.


“눈물이 짠 까닭에 더욱 귀하고 아름다운 것일까? 눈물은 소금물 맛을 지니고, 생명과도 같은 소금은 노동자들의 땀으로 빚어진다.” 중동의 건설 노동자들이 만들던 소금꽃은 눈물이 말라 피어난 것이다. 온몸의 수분이 증발해 버린 반나절, 안전화를 벗을 시간조차 아까워 침상에 쓰러져 쪽잠으로 피로를 풀었다. 중동 건설 노동자의 몸에 피어난 소금꽃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눈물의 맛|Taste of Tears|"이다.




참고 문헌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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