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동 건설 노동자였습니다
내가 만난 모든 사람은 아름다왔다
-이기철/시인-
▬고마운 사람들
⁞대구에서 온 김 씨 아저씨: 틈만 나면 일을 대신해 주시며, 공부할 시간을 아껴 주시던 분이다. 성수동 골목길에서 뵙는다면 홍어에 막걸리 한 사발 하시죠. 제가 사야죠.
⁞진주공고 성길이: 옆 침대를 쓰던, 진주공고 친구이다. 예쁜 여동생이 있어 더 좋았다. "성길아, 우연히 서울의 거리에서 만난다면 밥 한 끼 먹자!" "여동생은 결혼했지?"
⁞부산에서 온 왕반장님: 산전수전 다 겪은 먼 집안 어른이었다. 반장님, 부산에서 만나면 세꼬시 한 접시에 무학 소주 한잔 하시죠.
⁞여수에서 오신 공수부대 김형 님: 동상~ 동상은 이제 쉬더라고잉~ 나가할 것이여~ 고마워요 형!
⁞스코틀랜드에서 온 John: 한국의 친구가 되어주어 고마웠어요. 사진 속 아내와 10살쯤 되어 보이던 가족들도 안녕하시죠?
▬미안한 사람들
⁞부산에서 오신 조반장님: 노가다 벗 위아래 10년이라고 빡빡 우긴 거, 죄송해요.
⁞가리봉동에서 오신 이 씨: 선배님 먼저 뺑끼 칠하고 끽연시간 들여야 하는데, 꼬장을 부려 미안해요.
⁞김기사님: 자동차 몰래 타다가 백밀러 부러트린 거, 사과드려요.
⁞용인 서 씨 형님: 함께한 일 년 내내 미안했어요. 당연히 공고생이 2층 침대 써야 되는데.
⁞해병대 권중사님: 미안해요. 500 리얄 빌린 거, 깜빡 잊고 빨리 갚지 못했어요.
▬달콤한 대추야자 맛
"마~ 이젠 나도 귀국을 한 달 앞두고 말년 아잉교. 식구들 선물도 좀 살라카믄 열심히 고스톱 쳐서 돈을 따야 할낀데." 경상도 사투리도 그립다.
"에또~ 머시냐, 작업 중 할라스¨ 바람 불면 바로 철수하고, 얼음물 하고 소금 넉넉히 챙기더라고잉~
아침부터 꿉꿉한 게 날씨가 머리 벗거지게 생겨부러써." 전라도 사투리도 그립다.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에서 모인 전국 팔도 노동자•방글라데시•필리핀•태국•인도•수단에서 온 지구인, 대추야자를 한 아름 안고 다니던 "압둘라", 아리랑을 부르던 동두천 미군 "스미쓰" 모두 그립다.
"노가다"라 불리며 편견이 따르곤 했던 건설현장,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피곤한 어깨너머로 하나씩 보내주는 웃음이 아름다웠고,
•땀에 젖은 작업복 너머로 피어난 소금꽃이 아름다웠고,
•거친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이 아름다웠고,
•출퇴근 버스에서 쪽잠을 자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 모든 것은 내게 어떤 예술보다도 더 따뜻한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운 중동 건설 현장 노동자 모두에게 달콤한 대추야자 맛이 나는, 그리움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