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국회도서관

스몸비의 폰카 에세이

by 아문선

대학 시험기간이면 중앙 도서관 좋은 자리 잡는 게 하루의 전부였다. 오픈런이 아니면 말석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거기다가 여자친구 그리그 여자친구의 친구의 자리까지 책 한 권 툭툭 던져놓고, 점심시간이 다되도록 코뻬기도 안 비치는 남학생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시험을 망치기도 한다. 요즘이 그렇다. 아침이면 국회도서관 좋은 자리 잡는 게 액티브 시니어의 덕목이다. 옆집도 퇴역 대령댁이고, 또 옆집은 은퇴한 사업가가 살고 그리고 그 옆집엔 정년퇴직 선생님 부부가 산다. 꼭 한집, 맨 끝 집은 현역이다.모두 할 일을 없는 이웃들이지만 조금은 튀고 싶어 백팩을 메고 어김없이 아침 8시 30분이면 집을 나선다.

8시 51분이다. 좋은 자리 잡기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우선 재빨리 백팩에서 노트북, 텀블러, 배터리 차저, 치약 칫솔등을 투명 비닐백에 옮겨 담는다. 사물함에 가방을 보관하고, 도서관 자동 게이트에 줄을 선다. 9시 정각에 입장을 허용하지만, 벌써 액티브 시니어들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학구파 30여 명이 줄을 서있다. 초침과 분침 이 일치하는 9시다. 지금부터는 100미터 달리기 속도로 달려야 한다. 모두 2층에 있는 사회과학자료실 , 3층에 있는 인문자연과학실 또는 5층에 있는 정기 간행물 실로 흩어진다. 1층에 있는 국가 전략정보센터도 모던한 열람공간이다.




문학이나 인문학 등 읽을거리가 많은 3층은, 책이 고플 때 찾아간다. 나도 놀랍다. 내가 갑자기 책 읽기에 이렇게 푹 빠질 줄은 나도 몰랐다. 하루에 3권 그러면 일 년이면 약 천권, 10년이면 만권... 20년이면 이만권, 남은 여생을 생각하면 국회 도서관 장서의 책 10%도 못 읽을 것 같다. 놀라지 마시라, 아래 장서는 단지 최근 2년간 발행한 책일 뿐이다. 그 이전 책들은 서고에 저장하고, 독자가 신청하면 대출을 해준다.


책을 읽거나 글쓰기 는 어떠한가? 고급진 나무 일인용 책상에 스탠드까지 있다. 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View는, 죽여준다 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말할 방법이 없다. 환경이 이러하니, 독서는 물론이고 글도 술술 써진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걸까? 이런 호사를 누리는 시절이 오다니.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에너지 소비가 있나 보다. 12시쯤 슬슬 점심을 고민한다. 오늘은 국회도서관 아니 박물관으로 갈까? 메뉴를 검색하고 식성에 맞는 메뉴가 제공되는 식당으로 결정한다. 가격도 아주 착하다. 한 끼니 5,500원이다. 한국 최저가이다. 만약 더 싼 곳이 있으면, 차액을 보상해 줄 수는 없고 그곳으로 가시기를 권한다. 저녁 5시 30분부터는 저녁도 제공한다. 밥도 먹었고 슬슬 운동을 해볼까.


도서관 식당을 나와 박물관을 끼고 걷는 산책로가 있다. 박물관에서 테니스 코트 옆을 걷다가 혹시라도 담을 넘은 테니스 공이 있으면 주워서 테니스 코트로 돌려보낸다. 사랑재와 강변 서재가 위치한 낮으막한 동산을 거처 도서관으로 돌아오면 3,000보이다. 국회 정문 앞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목청껏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이다. 2년 채 한자리를 지키고 계시는 분도 계신다.



최근엔 국회도서관 옆엔 새로운 기념물이 들어섰다. 기억의 광장이다.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광장이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쯤엔, 커피 한잔으로 대한민국의 독립을 운동을 응원해야겠다.


툭하면 국회를 국민께 돌려준다는 정치인들이 있다. "난 반댈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