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도 전문가의 방글라데시 에피소드
오빤 깡남 스타일
업무차 잦은 해외 출장지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직항노선이 없다. 싱가포르나 방콕에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치열한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해외 출장은 두근 거림보다는 나를 쉽게 지치게 한다. 2012년 12월 어느 날 방글라데시 출장은 비행기표만 구매하면 되는 가뿐한 여정이었다. 철도 사업 파트너사인 Max사 Alongir 회장댁 장녀 혼사에 초대받은 것이다. Max사는 성공한 대단위 기업집단이고, 특히 철도 건설에 독보적인 사업역량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L 사 철도 신호 시스템을 선호하는 주요 고객이다.
결혼식은 신부댁에 치러지는 전야제, 만찬을 포함한 본식, 휴양지의 피로연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해외 하객은 공항 픽업에서부터 초청 기간 5일 동안 오성급 호텔 숙식과 교통편을 제공하고, 또한 전세 비행기를 띄워 콕스바자르(Cox’s Bazar) 휴양지에서의 피로연까지 준비했다.
전야제를 치르는 “Alongir” 회장댁에는 이미 혼주를 중심으로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많은 나라에서 초대된 거래처 귀빈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대표도 정성껏 준비한 결혼 선물과 축하의 덕담을 전달하고 알만한 하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방글라데시 전통 음악과 춤의 향연은 계속되고 어느 순간 신부 형제 및 사촌들로 급조된 혼성 5인조 댄스 그룹이 등장하였다. 무대의상과 검은 선글라스는 기본, K-pop 원조 스타 PSY의 “오빤 깡남 스타일”을 유쾌한 말춤과 방글라데시인 특유의 발음으로 선창 하였다. 그리고 하객 대부분도 떼창이 한창일 때, 혼주는 PSY와 비슷한 나를 간절한 눈초리로 무대로 불렀다. PSY의 나라에서 온 한국 대표의 자존심은 어디 가고, 혼비백산 손사래를 치며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화장실을 찾았던 소심함을 이제라도 고백해야겠다.
빈곤의 대명사 릭샤와 꿀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Dhaka)를 여행하면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릭샤(Rickshaw)와 꿀리(Coolie)이다. 요즘 릭샤란 관광이나 색다른 오락거리 일부이나,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다르다. 대중교통체계가 미흡한 인구 1.2천만 다카는, 단거리 이동은 릭샤라 불리는 인력거가 공식 집계하는 교통수단이다. 다카 시내에는 등록된 60만 대, 비공식적인 수를 포함 120만 대의 릭샤가 공공버스나 승용차보다 월등히 많은 교통 분담률 38% 달한다.* 설령 자동차가 있다고 할지라도 통행속도가 6.7Km에 불과해, 오히려 좁은 골목길을 달리 수 있는 릭샤가 유용한 교통수단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1월 KOICA 교통보고자료 및 Dhaka Tribune 21년 2월 14일 News 참조
|릭샤|는 삼륜 자전거 뒤편에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좌석과 접이식 후드가 달린 교통수단이다. 릭샤 꾼보다는 다소 위쪽에 앉아 가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조금 높은 위치에서 자전거 속도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저녁 식사 후 GULSHAN(굴산) 호수로 떠났던 릭샤 여행은 적당한 바람과 물가에 하늘거리는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혼돈의 다카도 용서가 되는 마법의 교통수단이 되기도 했다.
다카에서 만난 한 깡마른 릭샤 꾼의 단련된 하체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던 기억도 있다. 흠뻑 젖은 상의와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목수건으로 닦아내는 그의 삶에 고단함을 말하고 있었지만 오랜 릭샤 꾼의 페달링으로 단련된 근육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노동의 경건함이 숨어 있었다. 릭샤 꾼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무작정 상경한 시골 마을 출신이다. 등록지로부터 이동할 수 있는 릭샤 운행 구역이 정해지며, 거리에 따라 부르는 요금은 10~50 TAKA (원/TAKA= 15)로, 하루 수입은 600 TAKA(약 10,000원) 정도를 라 한다. 한 달 쉬지 않고 일한다 고 해도 우리에게는 한 끼 가족 외식비일 수도 있지만,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는 그의 가족들이 한 달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일 것이다.
또 하나의 특화된 친환경 수송 시스템은 |꿀리|이다. 옛적 우리의 어머니들이 새참을 나르거나 사소한 물건을 나르던 풍경이 꿀리라 부르는 사나이들이 큰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Quick Service를 한다. 주문한 상품이나, 시장에서 구매한 식자재나 생활용품을 배달한다.
다카의 최대 어시장인 중앙 어시장은 목 좋은 꿀리의 주요 활동 무대이다. 파드마(Padma) 강, 자무나 (Jamuna) 강, 메그나(Meghna) 강과 벵골만에서 갓 잡은 다양한 종류의 생선과 해산물들이 거래되는 곳이다. 이른 새벽 다카 중앙수산물 시장에서 만난 10대 초반의 두 어린 꿀리의 미소는 “나는 잘하고 있어요”를 말하고 있지만, 작디작은 목으로 큰 광주리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그들의 운명에 잠시나마 안타까움이 나를 붙잡아 두었다. 건장한 꿀리는 최대 90kg 정도의 물품을 한 번에 배달도 가능하다 한다. 거리와 무게에 따라 부르는 요금은 10~100 TAKA (원/TAKA= 15)로, 하루 수입은 릭샤 꾼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꿀리는 릭샤 꾼에 비하면 자본금이 거의 없는 대나무 광주리가 전부이다. 직경 1.5미터 크기의 대나무 광주리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락한 소파로 변신하기도 한다. 해외 원조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방글라데시에서는 릭샤, 꿀리, 봉제, 선박 해체와 같은 거친 노동으로 서민들은 살아갈 수밖에 없다.
벵골만의 기적
릭샤와 꿀리가 우리를 쉽게 해외 원조로 살아가는 최빈국으로 방글라데시를 결정한다. 16세기 무굴 제국 시절에는 벵골만 지역은 아랍 상인들이 찾아오는 비단과 향신료의 무역거점이었다. 태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계에서 가장 긴 해변 콕스바자르(Cox’s Bazar),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인 세계 최대의 맹그로브 숲이 있다. 방글라데시는 파드마강, 자무나 강과 매그나 강의 토사가 만들어내는 비옥한 토지로 3 모작이 가능한 풍요로운 땅이다.
최근 방글라데시 경제는 주변 서남 아국과 비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최빈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했다. IMF가 발표한 21년 GDP 성장률은 4.4%로 주변 인도가 -10.3%, 파키스탄이 -0.4%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방글라데시의 성장은 벵골만의 기적이라 말할 수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는 최빈국, 교통지옥, 인국밀도 1위라는 부정적 호칭에서 Young Country, Next China, 의류 수출 1위 등 긍정적 키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의 L 사는 2004년 Sylet-Azampur 10개 역 현대화 사업을 시작으로 방글라데시 철도 물류의 대동맥인 다카-초토그램 구간 220km 46역 포함, 완공 기준 총 78개 역에 대한 현대화 작업에 참여했다. 특히 다카–초토그램(구 치타공) 구간은 국가 GDP 50%와 국제 해운 물동량의 85%를 담당하는 대동맥이다. "한국의 기술로 완공된 철도망이 벵골만의 기적에 한 손을 더하는 친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