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페르시아만을 걷다, 라히마 캠프
-에베레스트 등반대 대장 김영도 외 대원 18명-
▬섭씨 50도의 건조한 사막의 냄새가 쏟아진다
바레인 국제공항을 떠난 소형 프로펠러 비행기는 엔진이 뜨거워지기도 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다하란국제공항¨에 랜딩기어를 내린다. 바레인 공항과 다하란 공항은 직선거리 60km 남짓이다. 지극히 보수적인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날라리 이슬람국 바레인을 연결하는 킹 파흐드 브리지 |King Fahd Causeway|가 1986년 개통하여, 지금은 자동차로도 60분이면 충분한 거리이다. 바레인에서, 목을 쑤욱 빼고 바라보면 보이는 담맘|Dammam을 소형비행기로 가거나 여객선으로 건너는 시절이다.
¨다하란|Dharan|국제공항: 1999년 일본 건축가 야마자키 미노루가 설계한 킹 파드 국제공항으로 신축됨
공고생을 비롯한 D산업의 중동 건설 노동자 20여 명은, 1977년 4월 9일 김포공항을 떠났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눈만 뜨면 떠들어 대는 "잘살아보세"라는 구호가 지배하고 있고, 또한 가족을 위한 각오이자 다짐이였다. 비행기는 홍콩을 지나 바레인을 경유해서, 꼬박 사흘만에 오일머니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문 다하란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중동 건설 붐이 불길처럼 일어나던, 20만 중동 건설 노동자의 선발대인 셈이다.
트럭에 실려온 홀쭉한 트랩이 준비되고, 파키스탄인 털북숭이 승무원이 가볍게 비행기 문을 열어젖힌다. 이코노믹|Ecomomic| 클래스 좁은 의자에서 일어서기 무섭게, 끼익~ 기계음에 묻어들어온 섭씨 50도의 건조한 사막의 냄새가 쏟아진다. 내려오는 트랩에서 올려 본 사막의 밤하늘에는, 고향에서 본 착한 별들이 속삭인다.
"환영합니다! 뜨거운 오일 머니|Oil Money|의 나라에 오신 것을".
▬페르시아만의 진주 바레인
밀레니엄시대에는 두바이|DUBAI|에 묻혀 존재감이 없는 바레인이지만, 오일머니가 위력을 보이던 시절에는, 바레인은 중동 그리고 유럽을 향하는 교통허브였다. 1971년 8월 15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바레인은 33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다도해 국가이다. 두 개의 바다라는 의미의 바레인은 싱가포르나 강화도 정도 크기 인구 180만 명의 작은 나라이다. 그나마 인구 절반이 외국국적의 외국인 근로자이다.
200년 이상 바레인을 통치하고 있는 알 칼리파 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기반 수니파 무슬림이다. 그러나 바레인 국민 중 75% 이상이 옆 나라 이란이 맹주인 시아파 무슬림이다. 이는 1602년 페르시아가 바레인을 정복하여 1783년까지 통치한 연유이고 지금도 이란이 바레인의 소유권을 주장한다고 한다. 무슬림 75%가 시아파인 바레인에서, 소수인 인 수니파 가문이 통치를 하는 묘한 조합이다.
이 조그만 나라도 물론 산유국이다. 타 중동 산유국에 비하면 땅콩이지만, 아왈리|Awali-1억 3천만 배럴| 육상 유전과 사우디아라비와 공동 소유하고 있는 해상유전 아부 사파|Abu safa -61억 배럴|유전이 대표적이다. 2018년 4월에는 서쪽 해안에서 석유 800억 배럴과 가스 10~20조 세제곱피트 매장량을 발견했다고 한다. 매장량을 확인해도 경제성이 항상 문제다.
▬2박 3일 비행 기만 탄다고요
50년 전 오일머니 행로는 멀고 먼 2박 3일 여정이었다. 김포에 출발한 중동 근로자들은, 홍콩이나 방콕에서 1박 그리고 바레인에서 하루 더,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페르시아만 인근 나라로 간다.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도 Non Stop 비행이 가능하지만, 그때의 항공권에는 환승에 필요한 사흘간의 5성급 호텔 숙박비, 식비 그리고 시내 교통비 가 포함되어 있다. 단 5달러 정도인 비자 Fee는 여행자 부담이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D산업의 노동자들은, CPA¨ 항공으로 홍콩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브리티시 항공편으로 바레인으로 향했다. 홍콩 카이탁 공항에서, "브리티시 에어는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두 유료다"라는 인솔자 강계장의 사전 탑승 안내는, 이미 주눅 들어 있던 노동자들에게 또 하나의 족쇄처럼 느껴졌다. 금발 머리에 보조개가 쑥 파인 미소로 "Some Drink?" 하는 여승무원이 무섭다. 그나마 조금 영어가 되는 공고생의 신호에 맞추어 모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No thank you"로 응수한다.
"아~ 물과 땅콩은 공짜라던데."
¨CPA| Cathay Pacific Airways|: 홍콩을 허브공항으로 운영하는 영국계 항공사
¨홍콩 카이탁|KaiTak|국제공항: 구 홍콩국제공항으로 1998년 란타우 섬 첵랍콕 홍콩국제공항으로 이전함
▬남대문표 이민가방은 국제미아가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다하란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묵직한 남대문표 이민가방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한 사람 두 사람 공항을 빠져나가고, 멈추어버린 컨베어벨트를 망연자실 바라보는 공고생을 픽업 나온 기사는 다그친다.
"이제 그만 가시죠..." "아마~ 한 일주일 기다리시면 가방이 돌아올 겁니다."
처음으로 입어본 면빤스, 면 난닝구, 작업복, 안전화, 미숫가루, 자질구래한 일 년을 버틸 생필품과 이민가방은 아직도 여행 중이다.
지금의 현대식 수하물 처리시스템|Baggage Handling System|은 수하물 100만 개당 2개의 미탑재율 오류리고 한다. 고도의 전산화로 착오가 백만분의 1일 도 없겠지만, 손으로 기표하던 그 시절엔 가방 분실은 흔한 일이다. 더구나 2박 3일 환승을 고려하면, 분실하지 않고 도착하는 것은 기적일 수도 있겠다. 곧 찾을 것 같은 이민가방을 뒤로하고, 노랑 Blue bird 버스¨에 실려 D산업 사우디 지역본부인 라히마캠프로 이동한다.
¨Blue bird 버스: 미국 블루버드사가 제작한 버스
이 사람, 저 사람, 한 숟가락씩 얻어먹는 밥술이 더 배부르던가. 이 사람 저 사람 건네주는 긴급 구호물자는 빤스, 난닝구, 양말 그리고 회사가 특별 지급한 정 직원용 안전화 1족, 정 직원용 청색 작업복 1벌 그리고 똥바가지¨ 1개였다. 집 나간 남대문표 이민가방은 결국 3개월 후, 사망신고와 함께 보상금 300불로 퉁 쳤다.■
¨똥바가지: D산업이 지급하는 짙은 고동색 안전모의 별칭
∎ 참고 문헌 및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