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라스 타뉴라”

시즌⌜1⌟ 페르시아만을 걷다, 라히마 캠프

by 아문선

더위가 고통스럽더라도 가족과 미래를 생각하고 굳세게 견디세요. 또 섣부른 위로일지는 모르나 어느 애국자보다 나라를 위해 피땀을 바쳤다고 자부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밀물|1985년 8월호|해외건설의 역군들에게|강석경|작가-



라스 타뉴라

라스 타뉴라|Ras Tanura|¨ 유지보수|Maintance| 사업은 문전옥답이다. D산업은 노동자 브로커, 노동자 파견 사업을 하는 것이다. 라스타뉴라 원유 수출 터미널 유지 보수 작업을 위해, 약 500여 명의 배관공, 용접공, 제관공, 보온공, 도장공, 열처리공 등 플랜트 관련 기능공을 아람코|ARAMCO|¨요청에 따라 파견하기만 하면 된다, 작업지시나 감독은 아람코가 유지보수 계획에 따라 실시한다.

¨라스 타뉴라: 아라비아 반도 동부의 석유수출 터미널이 위치한 지역

¨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세계 최대의 석유 및 가스 기업이며 우리나라 S-Oil 최대주주


아람코는 100여 개 유전과 천연가스전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 세계 최대 육상유전인 가와 |Ghawar| 유전과 세계최대 해상 유전인 사파니아 |safaniya|유전을 포함하고 있으며, 석유 개발을 위해 동부지역의 라스타뉴라|Ras Tanura|, 주베일|Jubail|, 쥬하이마|Juhaima| 이런 산업 도시를 개발한다. 아람코 본사가 소재한 다하란|Daharan|, 내수용 정유공장과 원유 수출 터미널과 저장 탱크를 갖춘 라스타뉴라, 원유 생산시설을 갖춘 아브카이크|Abqaik|가 잘 나가는 아람코 3대 도시이다.


유지보수|Maintance| 현장

D산업이 인력을 파견하는 현장은 크게 4개 현장이다. Workshop, 원유탱크 Area, 원유 터미널 부두|Pier| 그리고 아일랜드|Island|이다. 각 현장은 200여 명의 D산업 노동자들이 Work Order에 따라 배치되며, 작업별 10명 정도가 한 조로 편성되어 작업에 파견된다.


Workshop 작업반은, 현장에서 필요한 철구조물이나 탱크등을 제작하는 곳이다. 개방형 공장이라 시원하고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작업장이다. 주로 철구조물이나 탱크를 제작하는 제관직종이 근무하는 현장이다.


원유탱크 Area 작업반은 원유 저유조와 부두를 연결한 파아프라인 지역을 보수한다. 하나의 크기가 장충 체육관 크기 만한 저유조는 미국 CBI| Chicargo Bridge Iron Work|사가 건설하고 , 자체 유지보수를 실시한다.


원유 터미널 Pier 작업반은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Pier 구간의 설비를 유지 보수한다. 약 1km 길이의 철제 구조물 아래에는 20여 개의 24인치 원유 송유관이 지나며, 상부는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로 활용된다. 송유관 옆에는 유지보수를 위한 워크웨이|Walkway|가 마련되어 있다. 이 워크웨이는 바다로부터 약 1미터 높이에 위치한 폭 1.5미터의 통로이다, 페르시아만을 향해 뻗어 있는 원유 파이프를 따라 걷는 관광 코스로 개발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워크웨이 주변에는 바다낚시 포인트가 있었고, 생선회를 즐길 수 있는 노동자들의 비밀 아지트도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초장도 비치되었다.


아일랜드 작업반은 초대형 유조선|VLCC|의 접안을 위해 조성된 인공섬에서 작업을 한다. 일반 부두로는 접근이 어려운 선박을 위한 특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현장 근로자들은 고속선을 이용해 이동하며, 하루 일과를 온전히 그곳에서 보내야 한다. 근무를 위해 출발할 때는 캠프 식당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챙겨 떠나며, 작업을 마친 후 귀환 시에는 풍랑을 만나 온몸에 바닷물을 뒤집어쓴 채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맥가이버 또는 람보

D산업의 노동자가 하는 일은 아람코 직원들이 기피하는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작업을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Shut Down 작업이다. Shut Down이란 운영 중인 원유 보관 및 송유설비를 전면 가동 중단하고, 새로운 설비로 교체하는 일들이다. 이런 일들은 하루 원유 수출량과 관계되는 시간 싸움이다. 작업량에 따라 1시간, 3시간, 6시간, 어떤 경유는 철야 작업으로 나누어 실시한다.


맥가이버이자 람보인 한국인 노동자들은 작업대 설치, 녹슨 볼트 교체등 Shut Down 작업을 최단 시간 내 마치도록, 사전 작업|Pre-stage work|을 하는 것이다. 특히 Bolting 작업은 20년 이상 사용된 철제 볼트와 너트를 교체하는 과정으로, 대부분 녹이 슬어 고착화된 상태다. 작업자는 먼저 녹 제거제를 도포한 후, 불꽃이 튀지 않도록 황동 망치와 렌치를 사용해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만약 이 방법으로도 분리가 어려울 경우, 쇠톱을 이용해 절단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은 기름과 가스가 잔류해 있는 설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모든 작업은 철저한 안전 대비와 절차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Bolting 작업보다 더 위험한 작업은 Drum이나 Tank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Shut Down이 시작되면 Drum이나 Tank의 개구부가 열리고, 한국인 노동자들이 내부에 진입하여 녹 제거 및 도장|Painting| 작업을 수행한다. 이 설비들은 원유 및 석유제품을 취급하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내부는 강한 악취와 철 분진으로 가득 차 있어 작업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작업자는 철 브러시나 그라인더를 사용해 녹을 제거한 후, 보호막 도장 처리를 다시 실시한다. 이러한 내부 작업은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기름과 가스 잔류물로 인해 화재 및 폭발 위험이 높기 때문에, 소방팀이 대기하기도 한다.


여러 날에 걸쳐 한국인 특공대가 수행한 Bolting과 각종 사전 준비 작업에 비해, 파키스탄인, 필리핀인 등 아람코 소속 직원들의 Shut Down 작업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마무리된다. 그들은 약간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며 “Korean Number One!”을 연발한다. 그들의 뒤통수에 농담 섞인 한마디를 던진다.

“너는 넘버 텐이다.”


직종별 인원 지입제인 현장이라 모든 업무지시는 아람코 Supervisor로부터 직접 받는다. 총반장은 매일 출근과 동시에 아람코 사무실에 들어가 그날의 Work Oder 받아온다. Work Oder에 따라 작업지 관할 부서에 Work Permit을 신청한다. 용접이나 산소 가스 절단 작업으로 화재 나 폭발 위험이 많아, 작업 전 Work Permit을 현장에 게시하여야 하고, 아람코 Safety 감독관의 입회아래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Can you speak English?

하나 더,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아람코 감독관이 현장 인원점검을 한다. D산업의 계약이란 직종 및 머리수 당 계약이라 감독관은 직종별 인원 점검을 한다. 오늘도 미국인 John이 볼펜을 잡은 손으로 하나 둘 셋 확인해 나간다. 그리고 조반장에게 묻는다.

"One man is missing. Where is he?"

산전수전 다 겪은 부산에서 온 50대 조반장도 양놈 Supervisor 만 만나면 갑자기 작아진다. 겁에 질려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어.... 어... 어물거릴 뿐이다. 인원 점검 패드를 툭툭 치며 돌아서는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Mr. John, he is a new comer today. I think he got lost his way, but he will come to the workshop shortly."

불만에 찬 표정의 Mr.John, 난감한 표정의 조반장 그리고 Workshop에 있던 30여 명의 D산업 근로자들은 모두 얼음이 되었다. 고개를 끄떡이며 돌아서는 그가 물었다.

"Can you Speak English?"

물론 사무실 기사급 정직원은 영어가 가능하지만, 현장을 책임지는 반장이나 조장, 노동자만 있는 Workshop에서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간단한 의사표현 Number One? No Good? Number Ten 정도이다.


며칠이 지난 후, Mr.John의 추천으로, 영어가 가능한 공고생은 자재실로 일터를 옮겼다. 그리고 아람코 창구와 접촉하는 Work Permit 신청 업무도 겸임한다. 일 년 동안 영어회화 학원에서 English 900¨을 열공한 덕에 공고생의 중동 생활은 한층 여유로웠다. 토막 영어도 이렇게 삶을 윤택하게 할 수도 있으니, 젊은이여 배우고 또 배우면 아니 배운 만 나으리라!

¨ENGLISH 900: 미국 정부가 월남전 시 비 영어권 군속이나 군인 교육을 위해 만든 영어교재





참고 문헌 및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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