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강 박사와 송 간호사”

시즌 ⌜1⌟ 페르시아만을 걷다, 라히마 캠프

by 아문선

여러분은 우리나라 역사상 일찍이 없던 엄청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름조차 낯선 중동에서 경제 건설을 돕고 있으니 말입니다.

-밀물|1978년 10월호|중동에 나가 있는 아우들에게|한말숙|작가-



아폴로눈병

여기는 "고요의 바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이 옥토끼가 사는 달나라에 처음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그해 옥토끼처럼 눈이 빨개지는 아폴로 눈병|결막염|이 유행한다. 처음 개장한 실외 수영장에서 신나게 퐁당거리던 예비 공고생도 아폴로 눈병에 당첨되었다. 달에서 채취한 운석에서 묻어 나온 바이러스라는 허무 맹랑한 소문도 있었다.


아폴로 눈병은 중 고등학교 내내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현장 7년 동안 공고생을 힘들게 한 질병이었다. 하지만,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던가? 1981년,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학력고사에 응시하고 대학 면접을 치르려면 최소한 4개월 정도의 한국 체류 기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군 특례보충역으로 편입된 상태였기에 1개월 이상의 휴직은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뜻밖의 해결책이 하나 떠올랐다. 바로 아폴로 눈병이었다. 그 시절, 아폴로 눈병은 유행성 결막염의 일종으로, 전염성이 강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으면 최대 3개월까지 휴직이 가능했다. 휴가 한 달과 휴직 3개월, 학력고사와 대학 면접까지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3개월 진단서 발급해 준 원장님, 고마워요!"


돌팔이 강 박사님과 이쁜 송 간호사님

라히마 캠프 1,000여 명의 건강을 챙기는 의무실이 있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60대 초반의 강 박사와 20대 후반의 송 간호사가 있었다. 강 박사는 안과, 치과, 피부과, 내과 모든 질병을 진료하다 보니, 돌팔이라는 오명을 받기는 하지만, 환자가 방문하면 깜짝 놀라는 표정이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송 간호사는 남자 간호사이다. 혹시나 하는 신입 노동자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유머스러움과 친절함으로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쁜 간호사이다.

진료 절차는 간단하다. 증상을 말하면, 매뉴얼에 따라 해당 약 한 병을 통째로 지급하고 "다음" 하고 외치면 끝이다. 약국에서 본인이 셀프 처방하고 약을 쉽게 구매하는 시절이라, 약품남용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노동자들은 소화제, 두통약, 피부연고제 등을 의무실에서 받아다 쟁여 놓는다. “아프면 꺼내 먹고, 안 아파도 그냥 있으면 든든하다”는 식이었다. 빨간 토끼눈의 공고생도 강박사님이 처방하는 스위스제의 신약의 매력에 빠져 수시로 들락거린다. 의무실 방문은 횟수가 제한이 없다.

"공고생, 오늘은 웬일로?" "아~ 박사님, 눈이...."

처방은 언제나 같았다. 스위스 제약회사에서 나온 Alcon 결막염 치료제 한 병이다.


여기에 우리 간호사님 도 합세한다. 자주 결막염으로 의무실을 찾아 얼굴이 익을 만한 시점에, 송 간호사님이 망설이는 눈빛으로 말한다.

"페니실린 한방 맞으실래요?"

"페니실린¨?"

과학 시간에 들어 보긴 한 것 같은데... 공고생은 영양제쯤으로 알고, 고개를 끄덕인다. 송 간호사님은 약장 맨 위쪽에 보관된 페니실린 약병을 꺼내, 툭툭 흔들더니 주사기로 쑥 뽑아 엉덩이에 한방 꾸욱 놓는다. 한동안 한쪽 다리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이 있었고 그 뒤 효과는 모른다. 아마 지금도 감기도 잘 안 걸리고 , COVID-19도 무사히 넘긴 것은 그때 페니실린 덕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페니실린:항생제로 세균 감염치료에 사용됨


사우디 병원의 오진 흑역사

딱히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에서 병원에 갈 일은 없었지만, 모래바람과 온도차가 심한 밤과 낮으로 편도선이 부어 고생한 적이 있다. 현지 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을 권하는 의무실에 이끌려 담맘 종합병원을 찾았다. 레바논계 의사는 진찰 후 약물 치료도 가능한데, 편도선 제거 수술을 원하냐는 질문을 한다.

"No. I don't want to do an operation."

수술한다고 해서 어렵게 예약했는데..... 동행한 의무실 간호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돌아오는 길 내내 툴툴 거린다.


"공고생~ 사우디 아라비아 병원의 수준이, 오진에 오진을 거듭하고, 병을 얻어 나온데."

캠프 출발 전 편도선으로 고생한 보온공 박 씨가 던진 한마디가, 반사작용을 한 것이다.


담맘 병원까지 동행한 간호사님께는 미안하지만, 1979년 밀물지 2월호에 기고된 D건설 심모씨의 사우디 병원의 오진 수기를 읽어 보면, 수술 막판에 뛰쳐나온 용기가 백번 잘했노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의 황당한 병원 오진 수기내용은 다음과 같다.


"12월 11일 새벽 1시 현장 순찰 중 모래 바닥에 쓰러진다. 전날 초저녁부터 몸에 열이 나 밤새 도록 앓다, 이튿날 현지 병원에 옮겨 포도당과 해열제를 맞는다. 첫날 현지 병원은 몸살이라고 진단한다. 2시간 후 다시 열이 나고 춥고 배가 몹시 아팠다. 다음날 아침 8시 혼수상태에서 다시 현지 병원에 실려간다. 도착과 동시에 주사를 몇 번 놓고 피검사와 오줌검사 결과 간염이라고 진단한다.


현지 병원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170km 떨어진 큰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한다. 종합진단을 한 결과 담낭염이라는 새로운 진단 한다. 이틀밤을 입원치료했으나 차도가 없자, 담낭 절제 수술을 위해 다시 500km 떨어진 수도 리야드 샌후달 병원으로 이송한다. 1시간 20분 후, 남자간호사들이 수술준비를 위한 제모를 한다. 2시간 후 다른 간호사들이 수술을 위해서는 내과 전문 병원인 2KM 떨어진 샌후달 부속 나사리나 병원으로 이동을 해야 한단다. 앰뷸런스에 실려 다시 이동을 한다. 도착 후 의사와 간호사들이 검사를 한다. 검사결과 이번엔 위염이라고 한다. 이틀 동안 병원 입원 및 치료 후 결과가 좋다고 퇴원을 시킨다.


그러나 퇴원 후에도 헛구역질이 나면서 배에 통 중이 심하다. 다시 캠프 의무실에 입원한다. 4시간 후 리야드에서 일반병원으로 유명한 오베이드병원으로 간다. 검사와 검사를 거듭한 후, 진단결과 이번엔 콩팥에 염증이라며, 간단한 약 처방만 한다. 할 수 없이 캠프로 다시 돌아와 처방약과 미음으로 연명한다."


이분 수기에 따르면 몸살, 간염, 담낭염, 위염 그리고 콩팥염이라는 오진에 오진을 거듭한 것이다. 다행히도 오베이드 병원 처방약과 미음으로 5일 정도 캠프 치료 후 완치가 되었다는 수기이다. 이분의 수기를 읽고 사우디 아라비아 현지 병원에서 수술받을 용기를 갖는 노동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우디 풍토병과 흔한 질병

열사의 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걸리는 질병은 아무래도 무좀이다. 두툼한 안전화에 나일론 양말 그리고 습한 환경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피하기 어려운 피부질환이다. 그 무좀은 지금도 우리 집 모두를 골고루 괴롭히고 있다. 사실 무좀은 질병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우디 아라비아 풍토와 건설 현장의 열악함은 많은 질병을 유발한다. 캠프 의무실에서 발표 한 5대 질병은 다음과 같다.


5위는 호흡기 질환이 쉽게 발생한다. 사람은 보통 조석 간의 기온차가 섭씨 10도 이상일 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 쉽다. 체온조절과 실내 습도 문제, 그리고 에어컨 사용이 문제이다.

4위는 소화기 질환이다. 위, 십이지장 궤양과 음식물을 조절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만성위염환자가 가장 많다. 원인은 과식, 불규칙한 식사, 야식, 차가운 음식 특히 공복에 산성이 강한 콜라를 마시는 것이다.

3위는 일사병이다. 기온도 높고, 습도도 70~80%가 넘게 되어 땀의 증발이 어려워 피부에 물기가 많아지고 그것으로 열 발 산 이루어지지 않아 걸리기 쉽다.

2위는 풍토병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특화된 물이나 음식물의 세균에 감염되어 몸이 으슬 으슬 하며 열이 있고 두통과 위통이 있다. 해열제나 항생제를 한 열흘 지나면 고비를 넘기는데 길게는 한 달까지 간다고 한다.


1위는 현장 근무 중 안전사고로 인한 환자다. 중량물에 발등을 찌이거나, 날카로운 공구나 철구조물에 상처를 입는 경우이다. 또 중량물을 들어 올리다, 허리 디스크 환자도 쾌 발생한다. 고층 구조물에서 실족하거나 낙상하면 사망 사고로도 이어진다. 허리 디스크는 현장에서는 꾀 병으로도 불린다. "어이쿠 허리야", 하고 한 손으로 옆구리를 짚고 어그적 어그적 걷고 있으면 보직이 바뀐다. 시원하고 그늘이 있는 장소에 앉아 하루를 보내면 된다.


그 외에도 땀이나 모래가 심하다고 하이타이로 머리를 감거나 이태리 타올로 심하게 문질러, 피부손상, 두드러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열풍과 사풍이 불고 먼지가 많아 안과 질병도 많다. 용접이나 절단 작업 시 쇳조각이 눈에 박히는 사고도 많이 볼 수 있다. "김 씨 내 눈 좀 봐줘" "어 보인다. 뽑아 볼까?" 뽀쪽한 와이어 조각으로 수술을 감행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 생각나면 닭살이 돋는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경제적으로, 고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건강 백세 가즈아~




참고 문헌 및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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