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다 기능공 덕택이죠”

시즌 ⌜1⌟ 페르시아만을 걷다, 라히마 캠프

by 아문선

지금도 땀 흘리며 노고 하는 여러분! 여러분이 하시는 일이 곧 내 나라의 번영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긍지를 가지십시오⌋

-밀물|1989년 3월호|중동에 나가있는 아우들에게|이경희|수필가



▬"다 기능공 덕택이죠"

대통령 각하와 H그룹회장 왕회장 및 전경련 소속 경영인들의 1976년 연말 모임에 서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각하는 정 회장에게, 정부 예산의 25%에 해당하는 9억 5천만 달러 주베일 산업항 계약 관련,

"임자~ 중동에서 당신 덕택에 국위를 선양하게 됐어" 라고 치하하자,


"각하, 제가 외국말을 잘합니까?"

"외국인에 비해 능력이 더 있습니까?"

"우리나라 기술자가 외국기술자보다 우수합니까?"

"다 기능공 덕택이죠""

라면서 왕 회장은 공을 기능공들에 돌렸다.


그리고 중동 건설 붐이 예상되는 연말 모임에서는, 왕회장님과 건설업체 대표들은 중동 건설현장에 고급 기능인력 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한다. 이에 대통령 각하는 전국 공업고등학교 학생 중 기능인력을 선발, 파견할 것을 제안하고 또한 특례 보충역 편입에 대한 약속을 한다. 중동건설 현장의 "공고생"의 탄생의 비밀인 것이다.


전국 11개 공고에 중동반 편성하라

대학 진학을 할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어수선했던 1976년 3월 초였다. 실업계 고등학교이니 당연히 진로가 취업이지만, 실업계 동일계진학이라는 특례조항으로 대학진학을 결정한 학생도 있었다. 대통령 각하와 재계대표 간 청와대 회동에 따라, 전국 11개 공고에 중동 건설 현장에 파견할 훈련생 모집을 지시한다. 설왕설래하던 중에 중동 파견을 위한 선발한다는 학교 발표가 있자, 진학반이고 취업반이고 모두 이곳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선발방법은 먼저 직종을 선정하면, 2학년 기말고사 성적순으로 선발한다고 한다. 약 2:1의 선발과정을 거쳐 중동반 3개 반이 편성이 된다. 배관반, 제관-용접반, 전기반이다.


행운의 11개 공업고등학교는 H건설이 경상남북도에서 3개 공업고등학교를 선발하고, D산업은 서울공고, 용산공고, 안양공고, 천안공고, 전주공고, 목포공고, 진주공고, 춘천공고 8개 공업고등학교에서 선발한다. 학교마다 직종은 조금씩 다르지만, 전주공고는 배관 50명, 용접 25명, 제관 25명 그리고 전기 50명으로 총 150명을 선발하였다. 총 150명으로 기계과와 전기과 전체 학생의 50% 정도가 중동반에 편성된다. 전국 8개 공고에서 선발된 인원은 배관, 제관, 용접 그리고 전기 직종이 다수이고, 그 외에도 약간의 계장과 기계조립도 선발한다.


배관공, 용접공 그리고 제관공

배관공은 발전소, 원유, 정유, 석유화학 그리고 LNG 플랜트에서 유체나 기체의 이송하는 관로를 제작, 설치 및 유지보수를 하는 기능공이다. P & I |Piping & Instrument| 그리고 배관 평면도를 기준으로 강관이나 스테인레스관을 절단하거나 용접한다. 중간 과정에는 엘보우 |Elbow|, 플랜지|Frange|, 여러 종류의 밸브|Valve|를 사용한다. 핵심 기능은 도면 이해력, 파이프 절단 그리고 용접을 위한 베벨링|Veveling| 과 그라인딩|Grinding|작업등이다. 작업 후에는 누수나 기밀시험을 위해 수압이나 기밀시험을 한다.


용접공은 3D직종에 가깝다. 열사의 나라에서 용접 보호복인 가죽 앞치마와 불똥이 튀어도 견딜 두툼한 옷, 그리고 용접 헬멧을 쓰고 작업한다. 용접공은 배관공이 파이프를 자르고 용접을 위한 베벨링 작업을 마치면, 그라인더로 매끈하게 용접면을 다듬는다. 먼저 빽비드|Back Bead|를 내고 이후 두께에 따라 용접봉으로 금속을 살을 채워나가면 된다. 핵심 기능은 빽비드를 일정하게 만들고 물결처럼 예쁘게 살을 만들어 가는 기능이다. 혹시라도 슬래그|Slag|가 유입되거나 크랙|Crack|이 발생하면 재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 중 배관공과 항상 트러블이 존재하는 작업은 그라인딩이나 슬래그 작업을 누가 하느냐 이다. 통상적으로 배관공이 용접공이 쉴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것이 노가다의 법칙이다. 용접 후에는 비파괴검사와 열처리로 용접을 마감한다.


제관공은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철판, 앵글, H 빔, 파이프 등을 이용해 탱크, 드럼, 플랫폼등 철 구조물을 만드는 Iron Worker이다. 핵심 기능은 전개도를 그리고 절단, 밴딩, 롤링등 손재주가 필요한 직종이다. 핵심 기능은 정교하게 철판이나 강관을 가스 절단하는 작업이다. 절단면이 열에 변형되지 않도록 최소의 열로 빠른 시간 내 매끈하게 절단하는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께에 따른 가스절단 팁|Tip| 선정과 가스온도 조정이 필요하다. 주로 철구조물을 제작하는 Work Shop에서 일을 한다.


전기공은 현장 전기 설비에 전원을 공급하거나 전기 조명시설을 한다. 플랜트에 소요되는 변전설비 와 배전설비를 설치하고 필요한 전선, 트레이, 전선관을 설치하는 작업이다. 핵심기능은 전기단선도, 배선도 그리고 접속도를 이해하고 전기적인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고압선의 경우 인명사고도 빈번하여 다소 높은 기술을 요하는 직종이다. 계측기기를 위해 제어 케이블 배선도 병행한다.


기계조립공은 펌프나 컴프레샤 등 프로세스 기계를 현장에 설치하고 축 얼라이먼트|Alighment| 를 하는 직종이다. 이 직종은 천안공고 몫이다. 핵심기능은 정밀기계를 다루고 측정장비를 잘 다루어야 한다. 계장공은 계측장비인 센서|Sensor| 나 컨트롤 밸브|Control Valve| 그리고 컨트롤룸|Control Room| 설비를 설치하는 직종이다. 핵심기능은 P&I 판독 그리고 계기 얼라이먼트 기능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컨트롤 룸에서 진행되어 꿀 보직 중에 하나이다. 고급진 이 직종은 서울공고 몫이다.


맞춤형 건설 노동자

중동 건설 현장에 파견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첫 채는, 국가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이는 병역 특례와도 관련된다. 국가 기능사 자격증은 선택한 직종과 유사한 자격증을 취득한다. 배관직종은 배관기능사, 제관직종은 일반판금, 용접직종은 전기용접 자격증을 취득한다.


두 번 채는 총 800시간으로 설정된 플랜트 건설 실무교육이다. 실무교육과정 중 평가는 차후 중동 파견 순서에 반영된다. 교육 위탁 업체인 D산업으로부터 실무 교육을 위한 설비와 공구들이 도착한다. 공구류는 배관 과제관 직종을 위한 산소 절단기¨, 그라인더|Grinder| , 각종 측정장비와 공구류이다. 용접은 전기용접기와 스테인리스 용접을 위한 알곤 용접기가 제공이 된다.


설비류는 정유공장 모형을 제작해 볼 수 있는 재료들이다. 평형 밸브, 12인치 파이프, H빔, Channel , 앵글과 1/2인치 강판, 볼트와 너트 등이다. 학교 실습자재로 사용해 본 적 없는 고가의 자재들이라 들뜬 기분이었다. 배관은 파이프를 자르고, 엘보우와 프랜지를 설치하는 실습을 한다. 제관은 배관용 엘보우를 제작하고, 플랫폼과 파이프 행거|Hanger|등을 제작 설치하고 용접은 배관이나 제관을 도와 용접 작업을 한다.


교육을 책임질 정직원인 기사급 1인과 현장 실무를 지도할 계약직인 반장급 1인이 D산업으로부터 파견된다. 기사는 주로 이론과 도면 그리고 각종 건설 관련 국제 표준 용어 교육이다. 또한 실습생의 평가하는 권한을 갖는다. 반장은 산소절단기 사용법, 용접 그리고 도면에 따라 설치하는 기술을 지도한다. 이론 교육과 실습과정 중 수시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는 출국순서 결정에 반영되는 관계로 학습효과는 자발적 학습 모드이다.

¨산소 절단기:철강재를 고온의 불꽃으로 가열한 뒤 고압 산소를 분사해 금속을 산화시켜 절단하는 장비


중동 건설현장으로

고등학교 졸업식도 하기 전인 1976년 12월 말부터 공고생은 중동 건설 현장에 투입된다. 고등학교도 아직 졸업 못한 어린 자식이나 제자를, 이역만리 열사의 나라로 보낸다는 슬픔으로 김포공항 출국장은 감동의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목놓아 울고, 재학생, 담임과 교장선생님까지 합세한 동문들은 교가를 부르고 애국가를 부르고 진풍경이 벌어지는 김포공항이었다.


플랜트 건설 현장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건설 현장 노무자들은 특별한 교육과정이 없이, 십장이 있고 이를 따르는 데모도|보조공| 들이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는 환경이었다. 공업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국가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고급인력이 투입되는 것이다. 더구나 당시 공업고등학교 입학은 상위권 수재들의 집단이었다. 미래를 위한 준비인 것이다. 발주처 나 원청사 그리고 컨설턴트사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도면이나 SPEC을 읽을 수 있는 공고생은 필수요원으로 성장한다.


이렇게 출발한 공고생들은, 중동 파견 3년 차에는 전원 기능직사원(기원)으로 전환이 되고, 다음 해인 1981년에는 승급 시험을 거쳐 기사 5급으로 승진한다. 이들은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플랜트 건설 분야 설계, 공무, 시공 등 현장 업무 리더로서 활동한다. 그곳에서 정년을 마치는 공고생도 있다.




참고 문헌 및 관련 정보는 머리글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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