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 2023. 4월호. 시화로 전하는 시_6
그것은 깊은 일
오늘의 마지막 커피를 마시는 밤
아무래도 이번 생은 무책임해야겠다
오래 방치해 두다 어느 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어떤 마음처럼
오래 끌려다니다 어느 날 더 이상 쓸모없어진 어떤 미움처럼
아무래도 이번 생은 나부터 죽고 봐야겠다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삶을 살아야겠다
아무래도 이번 생은 혼자 밥 먹는, 혼자 우는, 혼자 죽는 사람으로 살다가 죽어야겠다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침묵해서는 안 되는
그것은 깊은 일
- 안현미 <깊은 일> 전문
4월의 꽃잎들이 언젠가부터 마냥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름답지만 쓸쓸하고 슬픈 봄. 유달리 금세 져 내리는 봄날의 꽃잎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곤 하겠지요. 혹자는 그럴지도 몰라요. 언제까지 지난 상처에 매달리느냐고.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흉터들을 내려다볼 때가 있어요. 그때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아련한 자국들을 모순된 감정으로 바라볼 때, 조금씩 희미해지는 상처들은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아요. 상처는 언제나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지워지지 않는 거라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내 안에 눈처럼 녹아드는 거라고.
숨 빗소리 - 발행인 겸 편집장. 스쳐가는 장소에서 건져올린 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