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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빗소리 Jan 06. 2024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

VOL.12 / 2024. 1월호. 인겐의 여행산문_10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

- 인겐


 <산티아고를 향한 여정>은 호주에 정착한 한국 청년이 자신의 오랜 목표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한 다양한 준비과정, 실제 순례길 여행기를 매월 짧은 이야기 속에 담아 연재합니다. 



 안녕하세요.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2023년에 목표했던 울트라마라톤을 나름 완주해서 뿌듯한 인생 개척 엔지니어입니다. 전 글을 읽어보신 독자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지난해 3월부터 울트라마라톤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틈틈이 시간을 내서 산으로 향했습니다. 공개된 대회 루트 56km를 10km, 20km 정도 길이로 조각냅니다. 주말마다 모은 이런 조각들로 56km를 빠짐없이 완성하기까지 한 2달 정도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때부터는 30km에서 40km로 나누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평일에는 보통 아침 7시부터 3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는 3시부터 11시까지 일합니다. 30~40km를 등산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데(6-8시간 정도), 주말 하루 정도는 새벽 일찍부터 산을 타고 바로 일하러 가서 바쁘게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평일에 하루나 이틀, 12시간 정도는 잠을 자야만 했습니다. 종종 평일 3시에 일을 마치고 다른 일을 바로 하기도 했습니다. 마라톤을 위한 체력을 준비하면서 시간관리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바쁜 와중에 친구와 약속을 잡고 긴 시간 긴 코스를 가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상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기껏 시간을 내고 준비를 해서 나왔는데 도중에 아프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합니다. 30km 정도쯤 가면 슬슬 고관절을 비롯해서 온몸 여기저기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이 정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통증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을 느꼈을 때입니다. 이런 무릎 통증으로 트레이닝 도중에 포기한 적이 벌써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한번 아프고 나면 회복도 길어집니다. 단순히 성장을 위한 중간 과정이라기엔 너무 자주 나타나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멈출 수 없고, 멈추면 안 되는 것을 알기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는 순간마다 다시 산으로 향했습니다. 나중에는 그저 절뚝거리면서 걷기만 했습니다. 이래나 저래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괜찮다 싶어지는 순간에 다시 산으로 향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운동을 통해 체력이 정말 좋아지는 것인지, 몸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합니다. 자신감도 부족해집니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지친 몸, 통증들로 정신이 아득해지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하던 것을 꾸준히 하는 것, 멈추지 않는 것뿐이었습니다.

 울트라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배운 것은 단순 트레이닝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들을 고려해 플랜을 세우고 시간 관리와 실천, 고비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임을 배웁니다. 홀로 외로움과 싸우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하면서 갈등을 겪고 풀어나가기도 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99가지 번뇌와 목표를 항해 간다는 하나의 다짐으로, 우리는 고단하지만 그래도 지속해야 합니다.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길은 이보다 험하고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티아고 여정을 시작하러 가는 길에서 무너질 수 없고, 작은 한 걸음이라도 반드시, 성공적으로 내딛고 싶습니다. 현재 몸과 마음이 다소 지쳐 있지만, 그럼에도 산티아고를 위한 길을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벅차네요.



(열 번째 이야기 끝)




<숨 빗소리_ 신작원고_인겐의 여행 산문> _ 여행 산문은 4-5주 주기로 업데이트됩니다.  


인겐 - 남반구 하늘 아래 인생 개척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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