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숨 빗소리> 2024년 1월호 소개
새해가 밝았습니다.
흰 눈이 가득 내려 지상이 온통 하얀 종이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 지상의 눈들이
새하얀 지우개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흰 눈이 지상의 모든 풍경을 지운 시간들은 그리 길지 않겠지요.
볕이 들고 조금씩 따뜻한 날이 찾아오면
다시 눈밭에 숨었던 지난 것들이 드러나겠지요.
그것을 깨끗이 지운 흰 종이 위에 다시 쓰는 문장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문장은 어제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 한 번은 마음 안에서 지웠다가 다시 쓰는 문장.
다시 써보는 그 마음만으로도 분명,
그것은 어제와 같지만, 또 어제와 다른 문장입니다.
그렇게 2024년이 태어날 수 있다면.
당신의 이름을 당신이 듣지 못했다면,
똑같은 이름이지만 또 다시 불러보는 마음으로.
그렇게 지우고 썼다 지우고 썼다 한 이름들이,
포기하지 않은
지지 않은 문장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참 사랑했던 것들,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풍경들.
그 여러 번, 그러나 매번 새롭게 만났던 모든 존재가
바로 우리의 인생이 될 수 있을까요.
정성스레 고치고 고쳐나간
어쩌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한 편의 글처럼.
<웹진 숨 빗소리 - 2024년 1월 필진 소개>
인겐 - 남반구 하늘 아래 인생 개척 엔지니어.
허민- 시 쓰는 사람. 시집 <누군가를 위한 문장> 저자.
이창호- 현직 기자. 책 <그래도 가보겠습니다> 저자.
눈꽃 -격(格)을 알아야 파격(破格)을 꿈꿀 수 있다고 믿는 인간애정주의자.
숨 빗소리 - 발행인 겸 편집장. 스쳐가는 장소에서 건져 올린 시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세상과 사랑에 대한 생각과 느낌들을 시와 산문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매일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지. 검은 물갈퀴는 어둠을 가르고 어제보다 더 멀리 내려갔지. 우리가 죽음의 아가리라고 부르는 그곳까지. 싸이렌들이 빛 속에서 나풀거리는 곳, 몇 번이나 넘고 싶었던 그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와 휘파람을 불어. 휘이- 휘이- 휘이- 휘이- 내 속에 살고 있는 물새 한 마리."
- 나희덕 시인의 시 <숨비소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