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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빗소리 May 14. 2024

사람들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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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즐겁다*



 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 반달을 바라본 어젯밤이

 오늘에서야 아픈 까닭


 어둠에 가려졌던 나머지 부분이

 실패하고 만 지금이라는 생각 탓일까


 위로를 받으면 오히려

 젖은 감정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세상이 어둡다는 걸 그렇게 밤하늘 실눈을 통해 배우면


 어린 날 보았던 반쪽의 동화가 생각나

 천천히 세상을 굴러가기 위해 간신히 찾은 반쪽을 부러 버렸다는 이야기


 위대한 신은 짐승의 이빨을 세운 채

 내 아름다운 금빛 반지의 절반을 깨물어 깊은 우주의 연못으로 던져버렸다고

 그렇게 의미를 만들어 편지 속에 써넣는 것이다


 그리하여 빈 의자는 떠나간 의자가 아니라

 누군가 오길 기다리는 고요일 것이라고

 애써 너에게 웃음 지었지


 그렇게 모든 배웅이 끝나면

 혼자 남아 비워진 접시들을 치우고

 버려진 음식들을 한 번 더 버린 후에

 그 빈 의자에 스스로 앉아보게 되는 것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기다리던 건 무엇이었을까


 창밖에 조금씩 차오르는 달빛의 파도처럼

 머물렀다 사라지는 것들, 사라졌다 되돌아오는 것들을 생각하며


 빈 의자에 앉아 빈 술잔을 언제나 절반만 채워 놓는 것이다



*루시드폴




** 차마 지 못한 복권의 남은 부분처럼 새카맣던 달의 반쪽. 늘 온전히 채워지지 않던 생의 고독처럼 한없이 초라해진 어깨와, 언제나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던 사랑과 젊음의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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