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너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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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빗소리

깊은 밤, 너의 울음



시월 십일의 비가

무참히도 내린다

이 비는 하나의 문을 닫고

하나의 문을 연다

사람의 눈동자에서

흐르는 물방울이

하나의 문을 닫고

하나의 문을 여는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파도가 두근거리는

머나먼 밤의 항해를

함께 떠났던 것이다

네가 온다

아니 운다, 라고 쓰려했는데...

네가 천천히 조금씩 내 앞에서

무너지며 울던 것인데

그건 어쩌면 어디로부터

네가 정말 오고 있는 것인지도

너는 가만히 앉아

나의 미안을 들으며

가끔씩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창밖을 어둡게 바라보았을 뿐인데

그러다가 가슴 안 고여 있던 단단한 주먹이

펼쳐진 종이 뭉치처럼

부스럭거리듯 피어났던 것뿐인데

네가 나에게 뭉클해지고 있는 지금

울고 있는 세상은 왜 그리 치명적인지

너는 우는데

너는 내게로 오고 있어서

이 혼란한 밤의 갈림길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붉은 심장으로부터 피어난 핏방울

다시 내게서, 나의 뿌리 깊은 곳에서

싹을 틔운다

너는 우는데 나는 그래서

너의 어둔 밤을 만졌다

유리창에 젖은 별 하나가

촉촉이 흘러내렸다




* 비가 온다. 아니 운다라고 쓰려 했는데. 그렇게 오는 것. 그렇게 울면서, 비가 내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