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나의 이력서는 C사로 입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헤드헌터들에게 뿌려져 있었고 C사에 근무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면접을 보았다. 그중에는 만약 합격해도 다닐까 말까 고민을 할 회사도 있었으나 오히려 내가 면접에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회사에서는 오버스펙보다 자기 회사에 알맞은 사람을 원한다. 월급 많이 주고 뽑았는데 1년 안에 그만두면 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다.
D사는 독일 회사였는데 수도권에 본사 겸 작은 공장, 여수에 큰 공장이 있었고 나는 지방근무 부장급 포지션으로 면접을 봤다. 면접은 서울 중심의 한 호텔에서 시간차를 두고 5명 정도가 면접을 본 거 같고 면접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기소개와 수행했던 성공적인 프로젝트 어려웠던 점들을 발표하는 식으로 질문을 받았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압박면접은 없었다.
보통 회사가 아니고 호텔에서 면접을 보는 경우는 회사(공장)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면접자들에게 첫인상을 나쁘게 보이지 않기 위하여 하는 경우도 있다. C사는 확실히 그랬으며 D사 역시 수도권 본사에서 안 하고 서울 중심의 호텔을 빌려 면접장을 만들었으며 면접은 한국임원 외국임원 각 30-40분씩 따로 보았다.
면접후 될 거 같다는 감이 왔고 예상대로 3-4일 후 합격 통보를 받고 연봉협상은 헤드헌터에게 일임했다. B사에서 받던 급여 수준으로 부탁을 했고 다행히 연봉 협상은 잘 마무리되어 B사에서 받던 연봉을 회복하여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집이 천안이었고 근무지는 여수 공장이라 평일은 회사 사택에서 지내고 금요일 저녁 천안으로 올라오고 월요일 새벽 여수로 출근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몇 달을 해보니 체력적으로 무리가 왔다. 하지만 체력보다 정신적으로 더 피곤한 일이 생겼는데 그것은 사람과의 문제였다.
D사는 좋은 회사였다. 급여도 만족스러웠다. 단지 일은 포지션은 부장이지만 부하 직원 없이 도면도 직접보고 실무까지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외국계 회사가 보통 그렇다.
국내 대기업은 부장 임원같이 어느 정도 직책이 오르면 비서도 생기고 부하 직원도 있어 실무를 안 하게 되고 보고만 받다 실무의 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중에 퇴직 후 중소기업이나 외국계회사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 보면 파워포인트나 엑셀을 이용해서 보고서를 만드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D사에 입사하니 같은 직급에 선임이 두 명 있었는데 이분들은 한국계 회사에 근무하다 독일 회사로 전환되어 근무를 하게 된 사람들로 그 당시 나는 49살 그분들은 50 후반이었고 그 지역 출신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나를 경계했다. 자기들을 내쫓으려고 나를 뽑은 것이라 생각했는지 은따를 했으며 업무 공유를 안 했고 협조도 하지 않았고 공유 이메일에 내 이름을 빼놓는 식의 저급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실 나를 뽑은 이유도 회사 입장에서는 나이 많고 월급도 많이 받는 비효율적인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타회사로의 이직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년까지 버티기 위해 나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 기대하지도 않았던 뜻밖의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오퍼가 들어왔다. 프랑스계 E사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D사 입사 10개월 후 프랑스계 E사로 이직을 했으며 얼마 후 선임 두 명은 각각 2년 치 3년 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받고 구조조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