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어디까지 가봤니?

13. E사로의 이직 - 공장장 면접

by 쟈니민

여수에 있는 독일 회사에 근무할 때 링크드인을 통하여 면접 제안을 받았다. 프랑스 회사였고 한국에 공장을 짓고 초대 공장장 겸 법인장을 할 사람을 뽑는다는 오퍼였다. 내 나이는 50이었고 헤드헌터를 통하지 않고 링크드인을 통한 제의는 처음이었다.


전화에서 갑자기 프랑스 억양의 영어가 나와서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는데 빨리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내일이라도 화상 면접을 볼 수 있겠냐고 해서 엉겁결에 약속을 했다. 다음날이 12월 24일이라 크리스마스이브에 화상 면접을 보게 된 것이다.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1차로 화상 면접을 보고 이후 1월 초에 면접관 2분이 프랑스에서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대면 면접을 보겠다고 연락이 와서 다음해 1월 20일에 서울에서 2차로 대면 면접을 보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2차 면접은 총 5명을 보았으며 최종적으로(3차 면접) 2명을 추려서 프랑스 파리에 있는 본사에서 대면 면접을 보게 하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에 날아가서 (당연히 티켓은 제공되었다) 2월 1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면접을 보았다. 2월 9일 프랑스로 출발, 2월 11일 귀국하는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최종이자 3차 면접은 면접관 3명이 봤는데 1명당 1시간 50분씩 할당되었으며 3명의 직책은 최고인사책임자 (CHRO/Chief of Human Resources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 (CTO), 최고경영자 (CEO급)였다. 시차 적응도 못하고 이코노미로 프랑스 도착 하루 만에 거의 6시간을 압박 면접으로 털리니 인성이나 가치관, 경력과 포부, 영어 실력등이 노출이 될 수밖에 없고 체력적으로

이 상황을 견뎌야 되는 것 또한 리더로서의 면접 테스트 중 하나였다. 오후 2시 면접이 끝난 후 식당에서 식사하고 가라고 했는데 배고픈 것도 모르겠고 진이 빠져 본사 옥상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대 피우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 회사를 꼭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침 한국에 와서 2차 면접을 하였던 2명 중 한 사람인 Mr. 기예르모(스페인사람)가 담배를 피우러 왔다가 옥상에서 만나 서로 어색한 눈인사를 한 기억이 난다. 아.. 내가 입사를 하게 되면 이분이 나의 리포트라인 (직속 상사)이 되겠구나.... 면접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질문이 몇 개 있다. 그것은 다음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결론적으로 이 과정을 거쳐 2월 말에 최종 합격 통보가 왔고 급여 협상 후 4월 1일로 입사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입사 후 공장장(상무이사)의 타이틀로 국내 공장부지를 선정하고 이를 위해 여러 지자체의 공무원을 만나고 어느 지역에 공장을 짓는 것이 유리한지 어떤 혜택을 지자체에서 줄 수 있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근무 형태는 재택근무였다.


커버 사진은 프랑스 본사 출장 중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나는 유일한 동양인으로 키도 제일 컸다.


참고 1- 2차의 입사 후보자 5인을 선정하는 것을 어떻게 내가 알았을까?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예전 직장의 아는 선배였다. 영어는 아주 잘하는데 요구되는 업무의 실무 경험이 좀 부족한 편이었고 나중에 알게 된 면접 결과도 Lack of Energy로 코멘트가 달려있었다. 아마도 실무적인 질문에서 자신감 있게 답변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는 업무 중에 이메일을 전달하거나 엑셀 파일 등을 수정해서 보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잘못하면 보내서는 안 되는 그동안의 메일 서신이 같이 따라갈 수도 있고 엑셀파일을 수정해서 보낼 때 예전 자료가 삭제 안되고 같이 첨부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급여 협상 시 왔다 갔다 하던 이메일에서 기존의 엑셀 자료가 첨부된 채로 그대로 나한테 들어와서 2차 면접을 본 5명의 평가 결과를 모두 알게 된 것이었다.

비슷한 경우로 수입 제품에 첨부된 패킹 리스트나 인보이스가 고객사에 같이 따라가서 수입가격이나 경로 정보가 누출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경영자나 관리자는 디테일에도 강해야 된다. 사소한 디테일의 미스로 큰 약점이 잡히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



참고 2-영어실력.

최종 합격 후 3차 면접에 같이 봤던 경쟁자의 영어 실력이 나보다 좋았지만 나를 최종 합격자로 선정한 이유는 나의 콘텐츠가 좋았다고 기예르모가 얘기해 주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잘하면 유리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큰 상관없다. 문법 발음 어휘 조금 부족해도 자기가 가진 콘텐츠를 쉬운 영어로 표현하면 된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내용이 없거나 로직이 약하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일단 상대방의 질문은 알아들어야 한다. 알아들어야 대답을 할 수 있다. 평상시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 있을 때 나 같음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생각과 대처방안을 미리 연습해 놔야 하고 사고를 정립해 놓는 습관을 가지면 혹시 면접 시 운 좋게 그런 질문을 받을 수가 있고 막힘없이 대답을 할 수 있다.


면접 시 나한테 질문을 하는 프랑스 임원들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었다. 그들도 틀릴 수 있다. 질문을 이해 못 했을 때 나는 혹시 이런 의미의 질문이었느냐고 되물어 봤고 그들은 다시 친절하게 쉽게 질문을 하여 주었다.


에피소드 - 최종 합격 후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P사의 인사담당자한테 전화를 받았다. 여자분이었는데 새로 직장을 구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분이 속사포 같은 원어민 영어로 슬랭을 섞어가며 질문을 했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했더니 약간 비웃는 태도로 그런 영어 실력으로 취업이 되겠냐는 식으로 얘기를 하길래 겉으로는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당신 회사보다 더 크고 월급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6시간 영어 면접 보고 다니기로 했어..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