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어디까지 가봤니?

15.C사 입사와 사직

by 쟈니민

앞서 얘기한 대로 비록 C사 입사 첫날 공장을 보고 실망을 했고 또 모텔 사건까지 겹쳐 이직을 마음먹었지만 C사로 옮기는 과정 또한 쉽지는 않았다. B사 퇴사 후 5개월을 쉬고 조건을 낮추어 그래도 힘들게 들어간 회사였다. 전 직장 B사에서는 굳이 사표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또 쉽게 이직이 될 거라는 자만심도 있었다. 하지만 헤드헌터가 추천해 준 회사 두어 군데 면접에 떨어지고 마음이 급해질 무렵 B사의 인사부장이 추천해 준 회사가 C사였다. 보통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인사부서와 사이가 좋지가 않다. 특히 구조조정이나 저성과자처럼 회사에서 내보내야 하는 경우는 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평상시 인사부장과도 사이가 좋았고 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다 마침 헤드헌터로 일하는 인사부장의 지인이 혹시 당신 회사 출신 중에 이러이러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냐고 문의를 하였고 마침 그때 내 생각이 나서 조심스럽게 나를 추천하여 성사가 된 케이스였다.


반대로 새로운 회사에서 전 직장 인사부서로 이력조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인사부서와 안 좋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평판 조회에서 좋은 피드백이 나올 수가 없다.

인간관계는 가급적 적을 만들지 말고 잘 끌고 가는 것이 현명하다.


C사는 외국계 회사로 바뀌면서 나와 비슷한 시기에 과부장급의 경력 사원을 부서별로 4명을 더 뽑았고 총 다섯 명의 경력사원 중 내가 가장 선임이었고 급여도 내가 제일 많았다. 외국계 회사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하여 공개를 하자면 전 직장에서 1억 5천의 연봉이었으나 C사는 8천을 제안했고 조정 끝에 1억으로 결정이 됐으며 이는 다른 4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이었으며 직급도 나는 부장이었고 3명은 과장급 1명은 부장이었다. 우리 5명은 독수리 오형제라고 친하게 지냈고 내가 제일 연장자라 모두가 형처럼 나를 따랐고 서로 위해주었으며 지금도 가끔 만나곤 한다.


이들 4명은 내가 다녔던 A, B사에서는 보기 힘든 흔히 말하는 학벌이 좋은 친구들이 아니었다. 다 지방대 출신이었지만 성실했고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인재들이 아니었다. 공통점은 경력사원이라 비록 조그마한 회사지만 다 외국계 회사 (IT회사, 엔지니어링회사, 화학회사 등) 출신이었고 영어는 가능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1년 만에 회사를 탈출했으며 나머지 4명도 내가 나가고 1년 안에 전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다. 심지어 나를 뽑은 공장장도 이들이 나가고 얼마 안 있어 다른 회사로 옮겼다고 들었다. 지금 C사는 외국계 경력 사원들은 모두 나가고 원래 인수된 한국계 회사 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C사는 인재를 품지도 못하고 인재를 양성할 생각도 안 하고 단지 한국에서 이익만 내면 되는 회사, 이익이 안 나면 쉽게 철수할 수 있는 그런 외국계 회사였다.


이직이 결정되고 공장장한테 사표를 제출했을 때 공장장은 예상했다는 듯이 담담히 사표를 수리해 주었고 나 또한 그동안 고마웠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어느 회사로 가냐고 넌지시 물어봤지만 미소로만 대답했고 새로 가는 회사 이름은 얘기하지 않았다. 여기보다 더 좋은 회사 급여를 더 많이 주는 회사라서 자랑하듯 얘기하면 새로운 직장에 안 좋은 피드백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표도 내는 방법이 있다. 좋은 일은 소문 없이 진행하는 것이 좋으며 이왕 나가는 거 좋게 나가야 된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나가면서 큰소리치고 마음 안 들었던 상사에게 복수하듯이 나가는 방법은 현실에서는 삼가야 된다.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남은 사람들은 부러워하며 일부는 배 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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