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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ar 18. 2022

사무치는 후회

* 사무치다 -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깊이 스며들거나 멀리까지 미치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는 초대손님에게 질문한다, "가장 사무치는 후회는?" 이 짧은 질문 안에 내가 싫어하는 단어가 두 개나 들어있다. 사무치다 그리고 후회.  


좋아할 수 없는 단어인 '후회'에 진하디 진한 '사무치게'가 붙었으니 이것만큼 끔찍한 후회가 있겠는가. 사무치는 후회는 그냥 한번 쪽팔리거나 다시는 안 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는 정도의 후회가 아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순간 순간 떠오르는 건 다반사고 생각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을 벅벅 긁어대며 마치 어제의 아픔처럼 떠오르게 한다. 다시 되돌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그냥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끔찍한 마음의 벌. 길을 가다 우연히 보게 된 낯선 할머니의 주름진 웃음에 묻고 지냈던 내 할머니가 겹쳐지는 아픔. 


다신 사무치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살아야지 매일 다짐해보지만 방금 전 엄마한테 짜증을 거하게 내버렸다. 이 추운 날, 손끝이 빨개지도록 그 흔한 장갑 없이 양손 바리바리 음식을 싸온 엄마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냥 사 먹으면 될 김밥을 바보처럼 가져왔다고 온갖 짜증 내질러 놓고선 엄마가 가고 난 후 엄마가 싸온 김밥이 너무 맛있어서 운다. 그리고 엄마가 없는 미래의 시간에 그 맛있는 김밥이 사무치는 후회가 되지 않기 위해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 한다. 


오늘도 난 후회를 했지만 사무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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