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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ul 12. 2020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삶에 일이 생길 때마다 글을 썼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는 항상 어딘가엔 글을 남겼다. 주로 좋은 일이 생겼을 때보단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글을 썼던 것 같다.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로 내 맘이 일렁일 때 글로 한바탕 쏟아내고 나면 조금은 잠잠해졌다. 글을 잘 쓰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맞춤법도 틀리고 기승전결 없는 글일지라도, 적어도 내 마음은 진정시켜주었다. 나는 이렇게 인생에서 주저앉을 때마다 나를 기록하며 어제를 흘려보냈다. 그러다 보니 구실이 구실을 만들었고, 나만을 위한 글이 아닌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글에 눈을 떴다. 혼자만 겪는 일 일 땐 외로웠는데 공감하는 누군가를 만나니 난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나의 실패와 아픔이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는 순간 내 마음의 상처도 아물었다. 그렇게 지 버릇 개 못 주듯이 작년부터 지긋지긋하게 동거 동락하고 있는 난임 이야기도 <브런치>에 적어 나를 다독이고 타인과 공감하며 오늘과는 다를 내일을 꿈꿨다. 


몇 달 전, 지금 이곳에 적었던 난임 이야기의 배가 되는 내용을 열심히 준비해서 제안을 했다. 많은 분량을 써내야 했기에 몸속에 남은 티끌만 한 난임의 감정 찌꺼기까지도 전부 모아서 글을 썼다. 마감일에 겨우 분량을 채워서 제출했을 땐, 밀린 빨래를 다 끝낸 듯 마음이 개운했다. 비록 내 난임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모든 것을 글로 흘려보냈기에 남은 감정은 없었다. 채택이 되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답변은 반전 없이 ‘어렵습니다’. 땡 소식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친절하게 보내준 장문의 건설적인 피드백이 위로해주었으나 마지막 문장에 마음이 탁하고 걸리고 말았다. ‘소재의 특수성이 우려되므로 이야기의 주제를 여성의 임신, 출산의 이슈로 확장해보라’는 조언이었다. 여기서 발끈하고 반응을 하면 마치 내가 임신이 안 될 사람처럼 부정적으로 구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이 피드백을 받아들이려니 나는 아직 갈길이 먼 임신 준비생이다.


아무리 난임 병원에서 대기를 평균 두 시간씩 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앉아 있어도, 난임 온라인 카페에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이 올라오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려도 ‘난임’이란 단어는 겪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겐 낯선 단어임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피드백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음도 알고 있고, 상업성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나의 이야기는 시장성이 크지 않다는 그들의 평가도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내 글이 특수해서 안 된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 나는 방향을 잃었다. 감정의 바닥에서, 실패의 순간에서 항상 나를 붙잡아주던 내 글을 앞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졌다. 혹여나 그동안의 글들이 남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자기 연민에 빠져 웅얼거리는 글이었을 까 봐 몇 번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썼다 지웠다. 내 이야기를 임신, 출산의 이야기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나도 좋겠지만 만약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지금까지 지켜온 나의 하루들이 실패가 되는 것일까.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다. 


난 아직도 난임문제로 고민하고 다음 기회를 위해 약을 챙겨 먹고 만보를 걷는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떤 엔딩을 맞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이야기가 난임 때문에 특수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내 삶의 어떠한 상황에도 나는 오늘을 반짝반짝 살아내어 나만의 색이 담긴 한 조각으로 삶을 기록할 것이기에 특별해질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나를 위해, 그리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는 누군가를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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