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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un 17. 2022

이상형

이상형.               

낯이 선 단어들은 귀를 가벼이 통과하는 일이 없다. 채를 떠서 걸러내 듯, 씹어 보게 되는 그런 단어들.     

자주 들었으나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의 머리가 나를 향하여 올 때, 아무렇지 않게 받아먹어 본 적이 없다.          

"이상형이 뭐였어요?"라는 가벼운 질문에 웃었던 나.     

          

삶에 있어 이상적인 것은 없었고, 완전하다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깐.    


 

그리운 사람이길 바랐다.     

그저 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어 지고, 듣고 싶어 지고, 만지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     

          

그리고 곁에 있는 그는      


내게 있어, 동경. 그리고 품.     

벗어 놓은 옷을 보면 자연히 냄새 맡게 되고, 

내가 써놓은 편지를 지갑 한 켠에 가지고 다니는 사람. 

웃을 때에 눈가에 주름이 잡히는 사람, 

내 이름을 부를 줄 아는 사람.    


      

약하기가 그지없어 꺼지는 촛불 같다는 표현도, 대쪽 같다는 너의 표현도. 

불도저 같다는 표현도. 나를 향해 오는 당신들의 모든 표현을 좋아해.     

오랜 시간 나를 지켜봐 온 그들의 깊지 않은 미사여구들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방식을 좋아하고, 나를 향해지어 오는 온갖 미소들을 사랑한다.   


            

사랑에는 예사 것들이 고유한 것들로 바뀌는 힘이 있다. 

사랑하면 그렇지.               

왜 웃었을까.      

왜 만졌을까.      

왜 그렇게 보았을까.           

모든 보통의 일들이 구별되어 다가오는 신비.                

그리고 이러함은 사랑할 때 나타나는 예사 것들.




우리가 만들어 내는 이상형은 뭘까. 

무정형(無定形)에서 만들어 내는 이상적인 상. 

현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만 존재할 수 없는 너무나 주관적인 어떤 상(像).

숨겨진 나의 무의식의 세계와 의식의 세계가 함께 공존하는 완전한 상(像).               

그건 움직이지 않을까. 

거기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까. 

사람들 마음속에 다 있을까.           

아니면 여기저기 떠다니고 높아지고 낮아지기도 하는 그런 상(像).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상을 그리며 살아가잖아요. 

그런데, 이상이라고만 생각해서 

정작 그 이상을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서 그런지, 

잊은채로 치열하게 살아가죠.               

그리고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나. 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궁금해,           

당신에게 있어서 이상적(理想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 그런 건 어디에도 없을 텐데.      



여기가 내가 어제 보았던 먼지 같은 푸른 점이라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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