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녀 이연경 Feb 02. 2016

해보지 않으면 모를 것들을 위한 발라드

'그녀'의 여행수첩 # Ep. 2. 1년에 한 번은..

1년에 한 번은

아주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과감히 도망쳐보자.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도피는 나에게


익숙한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었을

그 누군가와 친해지는 경험을


곧 벌어질지도 모를 일들을 상상하는

짜릿한 설렘을


굶어 죽기야 하겠냐는

막연한 무모함을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채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되었을 때의 두려움을


역시 인생은 혼자라는 고독함을


그래서 결국은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미묘한 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야 만다.


이로써 나의 모든 익숙했던 일상이

어른 코스프레의 연속이었을 뿐,

나에게 솔직하지도

나에게 충실하지도

나에게 다정하지도

않았음을 깨닫게 한다.


전혀 새로운 낯선 환경에서야말로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버무려져

일상의 익숙함이 어쩌면,

처음부터 익숙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기억마저 되살아나게 한다.


이 또한 귀찮은가?

1년에 한 번쯤은

귀찮아도 좋지 아니한가.


저 터널 너머를 어찌 알겠는가? 무시무시한 낭떠러지를 만날지, 천혜의 절경을 보게 될지... 아님, 톨게이트가 기다릴지...




'그녀'의

여행수첩



나는 이렇게

또 떠날 준비를 한다.



"아직 안 떠났는가, 그대?"




매거진의 이전글 마라케시에 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