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여행수첩 # Ep. 2. 1년에 한 번은..
1년에 한 번은
아주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과감히 도망쳐보자.
익숙한 것들로부터의 도피는 나에게
익숙한 일상에서는 만날 수 없었을
그 누군가와 친해지는 경험을
곧 벌어질지도 모를 일들을 상상하는
짜릿한 설렘을
굶어 죽기야 하겠냐는
막연한 무모함을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채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되었을 때의 두려움을
역시 인생은 혼자라는 고독함을
그래서 결국은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미묘한 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야 만다.
이로써 나의 모든 익숙했던 일상이
어른 코스프레의 연속이었을 뿐,
나에게 솔직하지도
나에게 충실하지도
나에게 다정하지도
않았음을 깨닫게 한다.
전혀 새로운 낯선 환경에서야말로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이 버무려져
일상의 익숙함이 어쩌면,
처음부터 익숙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기억마저 되살아나게 한다.
이 또한 귀찮은가?
1년에 한 번쯤은
귀찮아도 좋지 아니한가.
'그녀'의
여행수첩
나는 이렇게
또 떠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