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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H Mar 23. 2024

“영어 잘하시네요” - 좋은 말인가?

아직 깊이 남아있는 인종차별

영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30년이 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는 인종차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생활과 활동 반경은 99% 회사, 일, 아이들 학교이기 때문에 사회가 인정하는 타이틀, 나를 잘 알고 있는 세상 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지만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이 소리를 듣는다. “Your English is amazing!”. 처음 영국에 와서 2년 정도는 진짜 영어를 못했기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살았던지라 그런 ”칭찬“을 들으면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아… “이게 칭찬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건 왜? 지나친 자격지심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깊이 헤아려보면 그건 아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소속감이란 참 중요한 것 아닌가. 언어는 그 소속감에 있어 또 엄청 중요한 것이고. 단순히 의사소통이 되는 것과 한 문화를 이해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소속단체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되는데 중요한 점이 아닌가.


영국, 특히 런던과 같이 많은 인종들이 섞여서 사회를 구성해 만들어간 나라에서는 피부색과 관련 없이 “영국인”인 사람이 많은데도 “Your English is amazing!”이라는 칭찬같이 들리는 이 말은 사실 ”I wasn’t expecting you to speak English so well. “ - 다시 말하면 ”넌 외국인같이 생겼는데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해? “라는 뜻이 숨겨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쓰레드라는 sns에서 이 토픽에 대해 글을 썼는데 외국생활을 하는 많은 한국인들 댓글을 읽으면서 역시 이런 경험을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중 소수는 왜 피곤하게 그리 깊이 생각하느냐, 그냥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으냐 하는 의견도 있더라.


왜 그럼 나는 피곤하게 깊이 받아들이고 가시를 세우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머리로서 감당이 안 되는 동물적인 trigger이다. 처음 영국으로 와서 보딩스쿨에 다녔을 때 나는 대놓고 하는 인종차별을 느끼고 그 상황을 이겨나가고 살아남은 기억이 마음 깊이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백인 아이들이 동양인들을 비하하는 놀림을 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수업을 받을 때 선생님이 보고 있지 않을 때 ”Go back to your country”라는 글을 써 나한테 보여주는 영국 아이들을 못 본 체 눈물을 참았으며, 외국인인 내가 진짜 영국아이들과 같이 영문학을 공부할 수 있을지 의문을 두어 ESL*을 하도록 권장했던 학교 시스템을 싸워 이겼고.


두 번째 이유는 나름 그 기간을 이겨내고 이제는 경쟁이 심한 이곳 금융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한테 영어는 아주 기본인데도 아… 내가 영어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은 나의 얼굴과 인종과 이름만 보고서 이들은 나의 일능력 차체를 낮게 평가했을 것이구나 라는 점이 화가 나서이다. 이런 깊은 인종차별적인 사고를 하나하나 바꾸어나가지 않으면 나 뒤에 있는 많은 유색인종들은 얼마나 또 많은 기회를 빼앗길지 하는 생각이 깊다.


사진에 있는 나는 작년 스타트업/ 벤처 투자 이벤트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기회와 플랫폼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우리네 세상에서는 큰 기회이다. 사회자를 뽑는 과정에서 나의 사진만 보고 누군가가 “영어 못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을 했다면 나한테는, 나같이 생긴 이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시를 세운다. “What were you expecting and why?”라고. 거울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명 한 명 내가 어찌 그 깊은 차별적인 생각과 사회를 바꿀 수 있겠냐만은 그건 내가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각해서이다.


내가 피곤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새우는 그 가시가 나한테 독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 가시를 없앨 생각은 없다. 한 명이라도, 두 명이라도 다시는 그런 발언을 생각 없이 내뿜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만족하겠다.



*ESL 은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외국인들이 정식 영어과목 대신 할 수 있는 과목인데 성적이 좋아도 영국아이들이 하는 English Language와 English Literature에 비해 나중에 대학을 입학할 때나 취직을 할 때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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