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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May 21. 2020

따스하게 물드는 체코의 낭만

체코 프라하에서의 낭만적인 나날들


'낭만', 영어로는 '로맨스'


'낭만(浪漫)'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라고 한다.


어쩌면 현실주의자들에게는 비난받을지도 모르는 단어이지만

낭만이 없는 현실은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이런 '낭만'이라는 단어와 연결되어있는 곳, 체코 프라하.


사실 생각해보면 체코가 아닌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이 '낭만'이라는 것이 참 많이 스며들어있는데

왜 유독 '체코 프라하'하면 그런 느낌이 더 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도착한 프라하에서의 밤

나의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반짝이는 트리를 배경으로 내 머리 위로는 깜짝 폭죽이 터졌다.

사실상 작은 규모의 폭죽이었는데 고작 그 폭죽 하나에 나는 또 설레었고 그 어느 때보다 낭만적인 밤을 보냈다.  



프라하의 낭만 포인트 (1)
프라하성 - 체스키크롬로프

프라하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프라하성.

프라하성에 도착하고 프라하의 전경을 내려다보는데 이 곳만의 낭만이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불그스름한 지붕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는 내가 어떻게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후에 방문했던 체스키크롬로프의 알록달록하고도 아기자기한 지붕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그 분위기 또한 '체코의 낭만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그 모습에 취해 그 분위기에 취해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게 되는 것,

그것을 바라보는 동안 내 마음이 서서히 따뜻해지는 것.

그 '따스함'이, 체코 프라하가 주는 낭만이 아닐까.



2. 프라하의 낭만 포인트 (2)
악기 연주하는 여성분 :)

프라하성을 가는 길이었던가.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가 귀를 기울이며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어떤 이쁘게 생기신 여성분이 담벼락에 턱 하니 걸터앉아 하프 같은 악기를 켜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가던 길을 멈추고 한동안 숨죽여 지켜보았다.


처음 들어보는 하프 같은 악기의 소리도 아름다웠지만

그걸 연주하고 있는 그 여성의 편안해 보이는 표정이,

본인이 연주하는 소리에 본인도 취해 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 참된 '아름다움'은 나에게 또 그만큼의 '낭만'적인 순간을 선사해주었다.



3. 프라하의 낭만 포인트 (3)
프라하 올드타운

아날로그 충인 나여서 일까. 난 삐까뻔쩍한 세련된 도시들보다 올드한 구시가지가 참 좋다.


아마도 반지르르하게 잘 닦인 높은 고층 빌딩들이 주는 느낌은 세련되고 편리하지만 무언가 빠르게 돌아가는 우리의 일상, 우리의 현실과 가깝게 느껴진다면,

올드한 느낌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주는 느낌은 그 일상과 현실세계에서 잠시 천천히 쉬어가는, 잠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쉼'을 주는 것과 같이 느껴져서가 아닐까 싶다. 마치 나의 지친 일상에서의 숨통을 틔어주는 것처럼.


어쩌면 늘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는 도시가 주는 편리함에는 익숙해진 채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한 올드한 느낌의 건물들과 거리가 주는 그 '낭만' 속에 스며들어 힐링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구시가지가 뿜어내는 감성과 반짝이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마켓 덕분에 이곳은 매일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서 네시만 넘어가도 어둑어둑해지는 이곳에서 낮을 오래 즐길 순 없었지만

그래서 그만큼 아름다운 야경과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한 '낭만'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4. 프라하의 낭만 포인트 4
재즈독 공연

헝가리에서의 재즈 공연이 너무 만족스러웠기에 프라하에서의 재즈 공연도 놓칠 수는 없었다.

프라하에는 여러 유명한 재즈 공연이 있지만 난 그중에서도 강 위에서 펼쳐지는 '재즈독'의 공연을 pick 하였다.

스탠딩 파티로 이루어지는 이 곳은 돈 없는 가난뱅이 장기 여행자인 나에게 '칵테일 한 잔'이라는 옵션을 주었고 그렇게 나름 괜찮은 가격의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재즈의 세계로 들어가 보았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며 들어오는 손님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뭔가 세련되고 소위 잘 나가는 느낌이었다. 칵테일 한 잔을 손에 들고 서서 서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마치 미드에 나오는 사교파티의 장과 같은 분위기에 나도 한껏 들떠 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재즈 공연. 사실 이 곳의 재즈 공연은 약간 센세이션 했다.


'재즈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주었던 공연.

내가 알고 있던 재즈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던 너무나도 임팩트 있고 신났던 공연.


재즈라고 하면 단순히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여러 관악기가 어우러진 소리 만을 생각했는데

이런 신나고 흥겨운 음악도 재즈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던 공연이었다.


예전과는 달랐던 색다른 재즈가 주는 색다른 '낭만'에 그렇게 난 또 취해갔다.



5. 프라하의 낭만 포인트 5
존레논벽

프라하의 유명한 관광지인 존레논벽을 찾았다.

이 곳은 1980년 존 레논이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벽에 그의 노래 가사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공산정권을 혐오하는 반정부 구호들이 적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 벽은 표현의 자유와 저항을 의미하는, 자유를 갈망하는 전 세계 청년문화의 상징인 '레논 벽'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 '예술'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나이기에 존레논벽을 보았을 때 처음엔 그저 다른 관광객들처럼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존레논벽의 역사를 보며 생각하게 되었다.


본인들의 생각과 이념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

낙서 같은 그림 하나하나가 모여 이러한 무언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예술의 힘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일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여러 선과 도형을 통해 표현하고 그것들이 모이고 모여 상징적인 의미뿐 만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것 까지 담아내는 것.


이 곳에서의 '예술'이라는 것이 주는 색다른 의미의 '낭만'에 난 또 행복했다.




언젠간 이곳의 낭만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그냥 이렇게 가는 곳곳마다 각각의 낭만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곳, 체코 프라하에서 주는 따스함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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