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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May 13. 2020

비엔나에서의 진정한 크리스마스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는 날


잊지 못할 나의 크리스마스.

사실 나의 첫 여정의 시작점으로 동유럽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크리스마스'와 새해 때문이었다.


유럽에서의 크리스마스. 말만 들어도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미주에서의 크리스마스는 겪어 보았지만 유럽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사진으로만 접해보아서 언젠가 한 번은 꼭 겪어보고 싶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꿈도 못 꾸는 '연말 즐기기'를 이번에는 꼭 실천해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보던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나의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나의 첫 여정의 시작점으로 선택하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오스트리아를 이번 여정에 넣은 이유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크리스마스 마켓', 이것 하나만을 위하여. 몇 년 전에 오스트리아는 다녀온 적이 있어서 이번 여정에서 제외할까 했지만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은 제외시킬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비엔나의 크리스마스는 정말 엄지 척,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비엔나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종류도 다양한데 각각의 느낌이 다 달랐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봉은 역시나 비엔나 시청에서 벌어지는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였을 때 나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반짝거리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물론이고 하늘에 설치된 각각의 오색 빛을 뿜어대는 조명들, 사방에 널려있는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소품샵들과 내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먹을거리들.

불빛이 들어온 고풍스러운 성을 배경으로 주변에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에 발걸음을 옮기자 마치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을 펼쳐 그 속으로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옆에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그 빈자리는 이 곳이 가져다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마 무시한 행복감이 가득 채워주었다.


이 곳의 크리스마스는 어쩜 이런 모습인 걸까?

어떻게 이런 느낌과 분위기가 나는 것일까.

그저 불그스름한 전구와 반짝이는 트리,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주는 감성인 걸까. 아니면 나의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만들어내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차가운 온도 속에서도 모두가 함께 모여 스탠딩 테이블에 서서 손을 호호 불며 따뜻한 커피 한잔, 따뜻한 칵테일 한잔하는 모습 때문인 걸까.

사실 이 모든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그 감성 터지는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이 곳 사람들은 마치 이 것만을 위해 한 해를 살아오는 것 마냥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설렘 가득한 모습이었고,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에는 행복함과 여유로움이 함께 묻어나 있었다.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무언가를 먹지 않아도, 그저 그들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얼굴과 표정을 바라보며 그들 속에 함께 녹아들어 간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나에겐 힐링 그 자체였다.


왜 한국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일까.

그래도 한국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름 캐럴송이 나오는 거리를 거닐고 트리가 반짝이는 거리도 가보고 했는데 도무지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늘 일상에 치여 '크리스마스'라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를 한다기 보단 그 날이 무슨 날이건 그저 하루 쫌 쉬면서 기분 전환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존재' 자체가 모든 이들에게 힐링이 되니깐.

이것이 가져다주는 힐링을 머금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라고 들뜨고 설렘이 가득한 사람들이 모두 함께 모여 이루는 크리스마스니깐.


추위도 잊은 채 몇 날 며칠을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며 만약 후에 나에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꼭 아이 손을 잡고 이 곳을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이라는 '장소'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보여주고 싶다기보다는

이 곳이 주는 행복함과 여유로움, 삶의 즐거움을 내 아이에게도 맛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미주에서의 크리스마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

캐나다와 미국 곳곳의 집들은 11월 중순이 되면 본인 집의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아기자기 꾸미기 시작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즈음 거리를 돌아다니면 그런 집들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참 컸다.

그들은 이러한 과정들을 귀찮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즐기고 있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아이와 함께하는 이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일상 속에 녹아있는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한국에서의 명절, 한국에서의 공휴일은 그저 '일 안 하고 쉬는 날'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면

해외에서의 명절, 해외에서의 공휴일은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는 날'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날들을 맞이함에 있어 그들에게는 어떠한 스트레스도, 어떠한 압박감도 없이, 그저 설렘과 즐거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내 생에 이런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행복했다.


크리스마스를 여기서 보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이곳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나 자신이 진실되게 행복했다는 것.

살면서 언제 또 이런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다는 것.

시간이 지나도 이 날 그 감정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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