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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Aug 03. 2020

아날로그 생활 청산, 먹고 즐기고

런던 마켓투어 즐기기




시골스러웠던 모로코에서의 20여 일간의 시간을 뒤로한 채 영국 ‘런던’이라는 대도시로 왔다.


여행을 하며 생각해볼 점 하나. 

어떤 색깔의 도시가 나와 가장 잘 맞을까?

‘런던’이 그 질문을 떠올리게 하였던 첫 번째 장소였다.


시골은 그 시골스러움 속에 묻어나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좋긴 하지만

대도시에 오니 대도시만의 그 활기참과 시끌벅적함, 넘치는 에너지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대도시 런던에 도착한 후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핸드폰을 구입하는 일이었다.  


모로코에서 핸드폰 없이 지냈던 아날로그 생활은 나름 할만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제대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옆에 친구가 있어서 급한 건 해결할 수 있었다. 구글 지도를 볼 수 없어 불편했지만 친구랑 다닐 때면 친구 폰의 도움을, 혼자 다닐 때면 종이지도를 펼쳐보거나 지나가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가르쳐줘서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노래 듣고 뉴스 보고 SNS를 하고 싶었지만 그 대신 스트레칭을 하고 손으로 가계부를 쓰고 일기를 쓰다 보니 어느새 잠잘 시간이었다. 


이렇게 이 아날로그의 삶이 그래도 많이 익숙해지자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현지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과의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 

핸드폰이 없으니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과 당장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나의 SNS 주소가 담긴 여행자 명함을 건넸지만 그 당시 당장의 고마움의 인사든, 이별의 인사든, 안부의 인사든,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고 우리들의 추억을 온라인으로라도 당장 함께 공유할 수 없음이 답답했다.


그래서 런던에 도착한 후 난 호스텔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중고 휴대폰 가게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런던에는 CeX라는 중고 전자제품을 모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곳에서 사면 쫌 더 안전할 것 같은 믿음은 있었지만 중고임에도 사악한 가격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난 일반 조그만 휴대폰 가게들을 몇 군데 더 다니다가 결국엔 액정이 조금 깨진 옥색의 갤럭시 S6를 60파운드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이 액정 깨진 폰은 거저 줘도 안 했을 텐데 이곳에 오자 그나마 이것마저도 감사했다. 거의 한 달 만에 잡아보는 핸드폰이라는 물건이 내 손에 쥐어지자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이 문명에 물들어 하루 종일 폰을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겪어본 문명의 맛에 그렇게 난 또 스며들기 시작했다.


런던에서는 마켓투어

휴대폰을 손에 쥐고 나자 각종 여행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고 그중에서도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마켓.


나에게 있어 ‘마켓’이라는 장소는 내가 굳이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고 단순히 구경만 하더라도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고 그들과 어우러져 한 단계 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명소.

세련된 백화점보다 소소한 마켓을 사랑하는 나에게 런던의 마켓은 선물과도 같았다.


런던에는 하루에 하나씩만 다녀도 모자랄 만큼 마켓의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먹거리’로는 버로우 마켓, ‘힙함’으로는 캠든 마켓, ‘빈티지’로는 브릭 레인 마켓, ‘감성’으로는 포토벨로 마켓, 'pretty 함'으로는 코벤트가든 마켓, '소소함'으로는 그린위치 마켓, 

그 외에도 몰트비 스트리트 마켓, 사우스뱅크 센터 푸드마켓, 콜롬비아 로드 마켓, 올드 스피탈필즈 마켓, 스테이블스 마켓 등등

각기 다른 특색과 개성을 지닌 마켓의 다양한 매력을 즐기는 재미에 푹 빠져볼 수 있다.


먹으러 떠난다면 단연 버로우 마켓



숙소 앞에 떡하니 있던 버로우 마켓. 그래서 가장 자주 들렸던 곳 중 하나이다. 

1276년에 문을 열었다는 이곳은 런던의 역사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전통시장의 느낌이 물씬 난다. 

입구에 들어서면 내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가 여기저기서 나를 유혹하고 다양한 치즈와 채소, 과일의 향연이 눈 앞에 펼쳐진다. 다양한 세계 각국의 음식은 물론이고 다양한 식재료와 수제잼, 갓 구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 보기만 해도 달달 해지는 디저트 등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참을 수 없는 식욕이 올라오고야 만다.


힙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캠든 마켓



런던에서 가장 힙한 마켓이라는 캠든 마켓은 그곳으로 이어지는 거리와 그 거리를 이루는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에서부터 벌써 그 특유의 펑키함과 독특함이 덕지덕지 묻어나 있다. 모로코에 있다 와서 그런지 이 힙함이 낯설기도 하면서 흥분되기도 한다. 이곳에 오니 그 젊은 에너지에 나도 동화되어가는 것은 물론 없던 창의력까지 샘솟을 것 같은 느낌이다. 



건물 내부에는 빈티지 느낌의 골동품 샵에서부터 세련된 느낌의 샵까지 다양한 샵들이 늘어져있는데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둘러볼 가치가 충분한 곳들 투성이다.


빈티지한 쇼핑을 원한다면 브릭 레인 마켓


주말에 열리는 브릭 레인 마켓에 들어서자 또 숨겨두었던 쇼핑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한다. 옷은 물론이고 모자, 선글라스, 반지, 귀걸이 등 소품들이 하나같이 다 왜 그리 이쁜 건지. 

빈티지한 숍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때문인지 이 곳에 오니 자유로움마저 느껴진다. 


파스텔 감성과 함께하는 포토벨로 마켓



영화 노팅힐로 유명한 포토벨로 마켓은 그 거리에 늘어져 있는 건물들의 색채가 다해버린다.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모이자 로맨틱한 포토벨로 거리가 완성된다. 군데군데 들어서 있는 앤티크 한 샵은 ‘영국’의 색깔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처음 구매한 5유로짜리 은반지를 시작으로 영국 기념품을 향한 내 지갑은 이곳에서 잠시 열려버렸다.


아기자기함의 코벤트가든 마켓



영화 My fair lady에서 오드리 헵번이 꽃을 팔던 거리답게 예쁜 'pretty'한 느낌이 가득한 코벤트가든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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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액세서리로 가득한 애플 마켓부터 앤티크 한 소품이 가득한 쥬빌리 마켓은 물론이고 이색 샵과 레스토랑, 카페가 다양하게 있지만 그보다 나의 눈길을 끌었던 건 마켓에서 펼쳐지던 음악공연.

아름다운 연주 소리가 흘러나와 아래를 내려다보니 또 입가에 미소가 뗘진다. 길거리 공연 수준이 이 정도라니 난 또 소소하게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다.


그 외에도 각기 다른 매력의 다양한 마켓들로 나의 런던 여행은 풍성해졌다.


리든홀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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