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효과도 있는 것인가?!
최근에 십자수를 하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십자수를?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
십자수는 이전에도 내가 해봤던 취미였다.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가사 실습 시간에 열쇠고리 만들기를 하면서 해봤다. 그 뒤로는 별로 할 일이 없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십자수 동아리를 하면서 했었다. 작은 액자 2개인가를 만들었던 거 같은데, 친정 집에 어딘가에 있을 거 같다.
원래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가장 최근에 했던 손으로 하는 취미는 베이킹을 제외하고 작년 12월에 구매한 손뜨개로 인형 만들기였다. 배송비를 아끼기 위해서 2개를 샀는데, 하나는 완성을 했고, 남은 하나는 몸통만 만들고 멈췄다.
wooble이라는 곳에서 구매한 것이었고, 처음에는 신나서 했는데, 이게 나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만들어야 실수를 안 하고 잘 만들 수가 있다.
남은 하나도 빨리 완성해야 되는데, 조금 여태껏 내버려두고 있는 중이다.
십자수는 테무에서 구매를 한 건데, 최소 구매 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넣은 것 같다. 가격 자체도 저렴해서 부담없이 구매했다. 사놓고 안 하고 버리게 되더라도 크게 아깝지 않은 그런 금액이었다.
실로하는 클래식 십자수는 사실 찾기 어렵다. 어느 순간부터 보석 십자수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실로하는 자수는 프렌치 자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난 클래식한 십자수 (cross stitch)를 하고 싶었는데, 테무에 마침 있어서 구매했다.
책갈피라고 해서 사이즈가 작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십자수를 했을 때에는 흰 천을 줘서 도안을 보면서 칸 수를 잘 세어 가면서 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천 자체에 색을 칠해줘서 훨씬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물로 비슷한 색이 붙어 있는 경우는 어떤 색이 맞는지 잘 봐가면서 해야되서 마냥 뇌 빼고 할 수 있진 않다.
이번에 산 건 총 6개가 들어있는데, 1개를 완료했고, 지금 새로 하나를 시작했다.
자세히 보면 실이 튀어나온 부분도 있고 (수습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한 칸에 건너뛰고 진행한 것도 있다.
사실 나에게는 결과물이 중요한 건 아니다. 다 만들면 뿌듯하긴 하지만 엄청 귀엽거나 예쁜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유용한 것도 아니다. 그나마 책갈피이기 때문에 유용할 수는 있지만, 사실 책갈피로 잘 쓰지 않을 것 같다.
십자수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 잡생각이 없어지고, 시간이 잘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에는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면서 딴 짓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십자수를 할 때는 그렇지 않다.
지피티한테 물어보니 정서적으로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십자수의 정서적 효능]
십자수나 뜨개질 같은 손으로 하는 취미의 정서적 효과
머리가 복잡하거나 기분이 안 좋고 답답할 때 글을 쓰거나 걷기도 하지만, 손으로 반복하는 작업을 하면 머리도 차분해지고 기분도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다.
시간도 엄청 잘 가서 한 편으로는 너무 비생산적인 걸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덜 생산적인 일 같다). 그래도 폰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뇌를 쉬게 하지 않나 싶다.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느낌도 들어서 이 십자수 취미를 꽤나 오래 유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