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언니가 인정함
나는 시누이다. 이전에 쓴 글에서도 몇 번 언급되었지만 나는 오빠가 있다. 새언니는 좋은 사람이다. 나랑 오빠는 좀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강한데, 새언니와 내 남편은 좀 더 가족주의적인 성격이다.
우리 엄마도 나는 못되고 떽떽거리는데 비해서 새언니는 착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딸과 며느리의 차이 아닌가 싶은데, 새언니는 자기 부모님한테도 떽떽거리지는 않을 거 같다.
어쨌든 난 "시"가 붙은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내 모든 행동의 근거는 "내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상대를 대접하라"이다. 실제로 내가 인지하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이걸 지킨다. 물론 내가 대접 받고 싶은 것과 남이 원하는 게 다를 순 있다. 그래도 적어도 난 내로남불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쌍둥이 조카들이 첫 돌이었다. 솔직히 난 애기를 원래 좋아하지도 않고 핏줄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것도아니지만, 그래도 첫 조카이고, 3촌 관계라는 매우 가까운 혈연 관계이기 때문에 축하 의미에서 꽤 넉넉하게 돈을 보냈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돈만큼 유용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빠 계좌로 보내지 않았고, 조카들의 계좌로 보냈다. 만약 오빠한테 보내야되고 오빠가 애들 생활비로 녹여서 쓰는 경우라면 돈을 안 보냈을 것이다. 차라리 애들한테 필요한 무언가를 사주고 말지.
그리고 얼마 전에 엄마랑 통화하다가 엄마가 새언니가 나를 되게 좋게 평가한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시어머니한테 시누이의 나쁜 얘기를 할 리가 없고, 새언니 성격 상 좋은 얘기만 할 사람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난 꽤나 괜찮은 시누이가 맞는 것 같다.
여전히 난 적당히 거리를 지키며 예의바르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일 1순위는 내가 선택해서 만든 가족 (내 남편, 내 아이들)이겠고, 그 다음은 내 원가족 (부모형제)이다. 사실 그 외의 것들은 내가 태어났을 때 주어진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다. 나는 남편을 보고 결혼한 것이지 남편의 부모와 가족이 되고 싶어서 결혼한 게 아니다. 난 시누이로서 새언니가 남편을 골랐을 때 어쩌다 보니 엮여버린 사람이다.
난 새언니 전화번호를 언니가 결혼하고 1년인가 2년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것도 내가 요청한 게 아니라 새언니가 오빠한테 내 번호를 요청해서 오빠가 연락처를 교환해준 것이다. 연락처를 안 뒤에도 내가 먼저 언니한테 연락한 적은 딱 1번인데, 언니가 임신해서 내가 카카오 선물하기로 딸기를 보내줬을 때였다. 그 때 이후로 연락한 적은 없다. (솔직히 언니한테 내가 연락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연락도 안 해, 시누짓 하는 거 하나도 없어(울 엄마한테 잘해라, 오빠한테 잘해라 같은거), 돈이랑 선물도 잘 챙겨줘, 엄마 단도리 잘 쳐줘 (엄마가 이상한 소리하면 뭔 소리하는 거냐고 난리침), 오빠도 단도리 잘 쳐줘 (언니한테 똑바로 하라고), 언니한테 바라는 것도 하나도 없어 (내가 언니한테 바랄 게 뭐가 있겠는가... 뭔가 가족으로 해야되는 건 오빠가 해야지)
역시 난 괜찮은 시누이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