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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난 내 분수를 키우고 있다

by 유 매니저

분수란 뭘까. 국어사전에서 분수를 찾아보면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라고 나온다.

보통 분수에 안 맞는다는 말은 급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처럼 행동할 때, 주제를 알라는 식으로 쓰인다.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걸 분수에 안 맞는다고 하진 않는다. 레벨이나 급에 안 맞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수는 좀 더 상대를 얕잡아 보는 상황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을 같잖게 여기고 얕잡아 보면서 무시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나도 그런 대우를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급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분수라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급이나 분수에 따라 귀천이 있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것이 있고, 급이나 분수에 따라 적절한 행동 양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객관적으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제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내가 생각하는 급/분수에 맞는 행동 양식이다. (단순한 예시다)

-별도의 자산이 없고 월급이 200만원이면 할부로 1000만원짜리 가방을 사면 안 된다.

-50억대 자산가에 월 수입이 1000만원이라면 1000만원짜리 가방을 사도 된다.

-수능 점수나 내신 점수가 안 좋으면 인서울 대학을 갈 수 없다 (불가능하다). 내 점수에 맞는 학교를 가야한다.

-별도의 자산이 없고 집 대출금을 갚고 있는데, 한 달에 가용 가능한 부부 합산 월급이 300만원이라면 자식을 월 200만원짜리 영어 유치원에 보내서는 안 된다.


최근에 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는데, 2권 정대리편에서 정대리는 쇼핑 중독으로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한다. 주변 부자 친구들을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본인도 그렇게 소비를 하는 것이다. 정대리를 보면 진짜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건 다 내 기준이고, 당연히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것이다. 중요시하는 가치와 특정한 부분에서 나오는 효용이 다르다.

다만 내 기준이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사람은 다 각자 생각이 있고, 이건 내 생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사람의 급은 돈으로만 나눠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됨됨이, 교양, 노력, 문화 수준 등이 복합체라고 생각한다. 졸부를 욕하는 사람들은 부라는 하니의 측면에서 높은 급에 있지만, 나머지 급은 그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난 분수/급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 분수/급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스스로의 분수에 맞게 살지만 인간이기에 욕심은 당연히 있다. 황새가 뱁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가랑이를 찢어가면서 살면 결국 내가 피폐해질 것이다. 뱁새이지만 황새를 따가가고 싶다면 황새가 되어야 한다. 난 황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난 뱁새이고 전반적으로 뱁새의 삶에 만족하고 딱히 황새를 따라가고 싶진 않다. 하지만 뱁새의 삶에서는 아쉬운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황새라면 황새의 선택과 뱁새의 선택 중 원하는 걸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황새가 되어 선택지를 늘려놓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난 황새는 징그럽다고 생각하고 뱁새는 귀엽다고 생각한다. 황새와 뱁새 이미지를 첨부해본다.


*출처: 황새 이미지 - 위키백과 / 뱁새 이미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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