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어서 좋긴 하지만 나만을 위한 건 아니다
돈은 항상 부족한 것 같다. 많으면 많은 대로 부족하고, 부족하면 부족하기 때문에 부족하다.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돈이 1천만원 밖에 없는 사람은 2억짜리 전세를 살기 위해 돈이 부족하다.
돈이 10억이 있는 사람은 20억짜리 집을 사고 싶어서 돈이 부족하다. 뭐 이런 말이다.
객관적으로 말해서 나도 돈이 부족한 건 아니다. 현금 흐름도 나쁘지 않고, 자산도 많진 않지만 그래도 있고, 집에서 새는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덕분에 현재로서는 무리 없이 최소 1회 이상 해외 여행도 다니고, 돈이 필요할 때 돈이 없어서 절절거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 많은 건 아니다. 일단 집이 없다. 남편에게 내가 계속 하는 말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우리가 40이 되는 해에 무조건 집이 있어야 된다"이다. 융자가 꼈든, 전세를 끼고 사서 우리는 다른 지역의 저렴한 전세를 사든, 어쨌든 우리 명의의 집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항상 돈을 아낀다. 사람마다 돈을 아끼는 항목들이 다르기 때문에 뭘 아끼는지 구구절절 말하진 않겠다. 내가 특정한 항목을 말하면 그걸 안 아끼는 사람은 자신을 비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허리띠를 엄청 졸라 매려고 한다면 여행도 싹 끊으면 되겠지만, 다른 걸 충분히 아끼고 있기에 그 정도는 해도 되지 않나 싶은 느낌도 있다.
최근 들어 돈이 충분히 많았다면 나를 위한 선택을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미지: Chat GPT 생성)
예를 들어서 지금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미국에 온 김에 대학원을 가는 게 나를 위한 투자일 것이다. 월급을 받고 경력을 쌓는 게 나에게도 좋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피곤하게 출퇴근을 하고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보면, 좀 더 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내가 대학원 진학 대신 취업을 하게 된 것은,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가 크다. (+그리고 한정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아니라는 판단도 있다) 난 지금 대학원을 갈 돈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 돈을 쓰면 내가 집을 살 때 돈이 부족하게 될 것이어서 돈을 쓰지 않은 것이다. 난 집을 사야만 하니까. (이것도 뭔가 집착 같긴 한데, 어쨌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집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도 대다수의 한국인처럼 '내 집 마련'에 대한 니즈가 있을 뿐이다. 집 없어서 계약 끝날 때마다 집 구하고 이사가고 해봐라. 엄청 귀찮다.) 그리고 만약 대학원을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기르게 된다면, 직장인일 때와는 다르게 돈을 아끼고 나의 노동력과 시간을 더 넣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돈이 없으니까)
또 ROI를 생각해야 되는데, 이제 학위를 딴다고 해서 뭔가 좋은 결과가 당연히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대학원을 가는 게 맞나 싶은 것이다. 꽤 괜찮은 학부를 나왔기 때문에 학벌을 세탁을 한다든지 좋은 대학의 간판이 부럽다든지도 아니라서 더 그렇다. 그렇게 돈을 썼는데 결국 이거야?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부자면 솔직히 상관 없을텐데 말이다. 항상 뭔가 부족하고, 그 부족한 것에서 최대 효율을 뽑아내기 위한 삶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럴듯하고 잘 산 것 같지만, 온전히 나만을 생각한 그런 마음편한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그런 삶은 못 되는 것이다. '왜 나는 항상 효율을 생각해야만 하는 것일까?', '좀 더 이기적으로 생각해서 사는 게 어쩌면 나를 더 위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공부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서 대학원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취업 보다는 대학원이 날 위한 투자라는 느낌이 훨씬 든다.)
좀 억울하기도 하고 난 왜 이렇게 사는 걸까 하는 생각에서 한바탕 글을 썼지만, 결국 난 내가 살아온 것처럼 똑같이 살 것 같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결국 내가 한 선택이 이성적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왜 항상 부족해서 효율을 생각해야 되는지 짜증나서 써본 글이다. 부자들은 자식을 유학보낼 때 ROI는 생각 안 하고 보낸다고 하는데, 난 여태껏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는 못할 거 같아서 한풀이를 해봤다.
(+추가)
올해 초부터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한국어 교원 과정이 있다. 거의 다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데, 이것도 굉장히 저렴하고 일상(=회사에서 돈 버는 것, 집안일 하는 것)과 병행하기 좋은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참고 글)
https://brunch.co.kr/@amynote/53
이 과정이 다 끝나면 난 또 온라인으로 다른 과정을 들을 것이다. 사실 온라인으로 듣는 게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담없는 과정 중 하나기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화딱지가 나기도 한다. 나는 할 거 다 하면서 추가적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 앞으로도 도태되지 않고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내가 선택해서 하는 거면서 뭘 또 화내고 그러나 싶긴 하지만, 뭔가 편하게 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아등바등 사는 거 같아 억울하고 화나고 그런 감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