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이모님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야
작년 5월에 결혼을 할 때, 3대 이모님 중 건조기만 구매를 했고,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는 구매하지 않았다. 전세집이 협소하기도 했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것도 아니니 굳이 필요할까 싶었던 것이다. 건조기는 야무지게 잘 써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1년 간의 한국에서의 신혼 생활 이후에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로봇 청소기와 식세기도 사용을 하게 되었다. 로봇 청소기는 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엄청 깔끔한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원래 둘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깔끔한 사람이 더 많이 치우게 되고, 그게 나였다. 나도 별로 깔끔한 사람은 아닌데도 내가 더 많이 치우게 되는 현실에 불만이 쌓이고 갈등 요소가 되었다. 지금이야 내가 백수이지만 그 때는 까칠하고 예민한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남편이 청소기를 돌리는 횟수가 손에 꼽으니 로봇 청소기가 꼭 필요하다는 게 내 주장이었고, 구매를 했다. 그리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초반에 오수통의 물을 버리면서, 이래서 필요하구나 싶었다. 티비 장의 아래 같은 공간은 로봇 청소기가 아니라면 청소하기 어려운데 열심히 물걸레질을 해주시는 이모님이시다.
내가 구매한 모델은 최신 모델이었는데, 물걸레 냄새도 안 나고 방해물 인식도 잘 한다. 머리카락에는 조금 취약한 것 같은데, 주기적으로 솔에 끼어 있는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면 크게 문제 없다. 엄마에게도 영업을 했고 엄마도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라고 한다.
식세기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미국 집이다 보니 빌트인으로 되어 있었다. 남편은 사용할 생각도 안 했고, 초반에 한 달 정도는 나도 사용할 생각을 안 했다.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 집이나 시엄마 집에서 몇 번 쓰는 걸 보긴 했는데, 나는 그냥 그릇을 헹궈서 넣는 역할만 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조작을 하고 결과물이 나오는지 알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외식비가 많이 비싸다 보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 집에서 훨씬 많이 요리를 해서 먹게 된다. 한국에서는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았을 때는 거의 없었고, 직장을 다니면 점심은 밖에서 먹고 저녁도 약속이 있어서 먹고 오거나 집에서 먹게 되면 간단하게만 먹곤 했다. 가끔 입이 터질 때는 마라탕을 시켜 먹거나 칼로리 폭탄 야식을 제조해서 맥주와 같이 먹기도 했다. 요리하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꽤나 잘 하는 편이다. 베이킹도 곧잘 하는 편이다. 다만 싫어하는 것은 설거지이다. 설거지 자체도 싫은 것은 아니지만 요리를 한 다음에 설거지까지 하는 것은 너무 많은 노동을 하는 느낌이다.
요리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꽤나 번거로운 과정이다. 식재료를 구매해서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식재료의 유통기한을 고려하여 소비 계획도 세워야 하고, 소분을 해서 냉동 보관을 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요리를 하려면 재료를 씻고, 다듬고, 레시피를 확인해서 조리를 해야 된다. 요리가 완성되었다고 끝이 아니고, 뒷처리와 설거지를 해야 되고 (특히 기름이 튀는 요리를 했다면 가스레인지에 튄 기름도 닦아야 한다), 싱크대 정리와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한다.
나열해 봤을 때 꽤나 할 게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노하우가 생기면 나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스킬들이 생기긴 하지만, 어쨌거나 시간과 노동을 요하는 일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식세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만약 식세기가 없었다면 나는 요리를 하는 빈도를 많이 줄였을 것이다. 특히 식세기를 쓰면서 바뀐 습관은 접시나 숟가락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식세기가 없으면 설거지를 직접 해야 되기 때문에 그릇과 조리 도구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나름 신경을 써야 되는데 식세기가 있다면 생각 없이 많이 사용해도 괜찮다.
물론 식세기를 쓴다고 모든 것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식세기에 넣기 전에 그릇에 붙은 음식물을 한 번 물로 헹궈서 떼 내고, 테트리스 하듯이 식세기에 넣어야 한다. 끝나고 나면 식세기 문을 열어 건조가 잘 될 수 있게 한다. 일부 그릇은 이 과정에서 건조대에 꺼내서 올려 놓기도 한다. 물기가 다 마르면 다시 원래 위치로 수납한다. 그래도 설거지를 하는 과정에서 고온으로 깨끗하게 해주고, 나는 버튼만 누르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식세기를 사용과 관련된 몇 가지 팁을 공유해본다. 나도 유튜브나 구글에서 검색해서 알게된 내용이다.
왜냐하면 세제통에 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세제를 넣으면 세제가 녹아서 세제통에 붙어 잔여물이 남을 수 있다. 세제통이 비어져서 열린 상태로 그릇을 넣게 되면 아무래도 물이 세제통에 들어갈 수 있다. 그릇을 넣기 전에 마른 세제통에 세제 먼저 넣고 닫은 다음에 시작하면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
2. 그릇에 물방울 자국이 남는다면 린스를 사용하자.
처음에 몇 번 사용할 때는 깨끗하게 잘 되었는데, 어느 순간 유리 그릇에 물방울 자국이 남기 시작했다. 이유를 몰라서 찾아보니 린스를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세제통 옆에 린스통이 있는데 린스를 넣어주면 된다. 매번 넣을 필요는 없고 채워 놓으면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사용되는 것 같다.
3. 애벌 설거지는 필요 없지만 음식물 찌꺼기는 물로 떼고 넣자.
예전 초기 모델들을 성능이 별로여서 애벌 설거지가 필요했는데, 최근 모델들은 성능이 좋아져서 애벌 설거지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도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배수구에 쌓이고 배수구 청소도 자주 해줘야 되서, 식세기에 넣기 전에 가볍에 물로 헹궈주면 좋다.
4. 식세기 동작이 끝나고 열었을 때, 세제 거품이 배수구 쪽에 남아 있다면, 그릇 대비 세제 양이 많은 것이다.
5. 그릇은 서로 살짝씩 포개서 엎어서 사선으로 넣어야 많이 넣을 수 있고 깨끗하게 닦인다.
6. 잔류 세제가 걱정될 수 있지만 사실 손으로 해도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이 밥을 먹고 나서, 같이 소파에서 쉬면서 노닥거리고 싶은데 식세기가 없다면 누군가는 설거지를 해야 된다. 혼자서 밥을 해먹고 나서는 혼자서 설거지를 해야 되는데 솔직히 귀찮다. 식세기는 그런 의미에서 고마운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