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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은 인터넷이 잘 안 된다.

덕분에 그 시간에 글을 쓴다.

by 유 매니저

미국 지하철이 한국 지하철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1) 기본적으로 한국의 지하철 시설이 더 깔끔하고 (선로에 쥐가 돌아다니는 걸 몇 번 목격했다), (2) 한국이랑 다르게 스크린 도어가 없고, (3) 한국 지하철은 지하로 꽤나 많이 내려가서 타야 되고, (4) 열차 칸을 이동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내부 통로가 아니라 선로 밖으로 나가지는 공간이다).


그 중에서 현대인들이 불편할 만한 것은 "인터넷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에서 종이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사실 뉴욕 지하철 전체가 인터넷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꽤나 잘 되는 구간도 있지만, 중간 중간 잘 안 되는 구간들이 많다. 그리고 통신사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 나는 되는데 친구는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무래도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물리적으로 줄어들었다. 정시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저녁 시간이 있지만, 일단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회사만 갔다와도 굉장히 지친 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밥 해먹고 치우고 온라인으로 하는 스터디를 좀 하고 나면 더 이상 뭘 하기 너무 힘들다. 씻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보면서 멍 때리다가 내일 출근을 위해 이른 취침을 하게 된다. 이전 글에서 쓴 것처럼 이 또한 적응될 것임이 분명하고, 적응이 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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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백수일 때는 일주일에 몇 번씩 올리던 브런치 글도 회사를 다니면서는 뜸하게 올리게 되었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었고, 생각해낸 것이 인터넷이 안 되는 지하철에서 휴대폰 메모장에 글을 쓰는 것이다.


하루 밖에 안 써봤지만 꽤나 생산적이었다. 물론 내가 하는 게임 중에서 인터넷이 없이도 할 수 있는 게임도 있어서 유혹을 뿌리치고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의 의지는 얄팍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하철에서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는 걸 시도해볼 생각이다. 버려지는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는 건 좋은 전략이다.


글을 쓰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흘러가는 하루 하루와 나의 시간을 포착해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포착해 놓은 것은 시간이 지난 뒤에 보면 굉장히 의미있는 기록이 된다. '맞아, 내가 이 때는 이런 생각을 했었지'라든지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마음에 드는 생각과 기분이었다. 현재의 나는 나를 돌아볼 때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의 내가 바로 생각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한 발 떨어져서 살펴보는 건 어렵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가 벌어지고 분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다른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그 순간이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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