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처음으로 사모님 소리를 들었던 날

사회적 역할에 따라 바뀌는 호칭

by 유 매니저

사모님이라는 호칭은 사실 결혼 3년차, 30대 중반인 내가 여전히 별로 잘 듣는 호칭은 아니다. 40대가 되면 자주 들으려나 싶지만 생각해보면 딱히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처음이자 거의 마지막으로 사모님 소리를 들었던 건 혼수로 침대를 사러 갔을 때다. 보통 결혼 준비를 하러 돌아다니면 "신부님" 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다. 신부님이라는 소리도 저 때만 들었던 호칭 같다.


침대를 보면서 세일즈 담당자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사모님"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남편 (그 당시 남친이자 예비 신랑)은 사장님 소리를 들었다.

남편도 사장님 소리를 저 때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었을 거 같다.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한테 "내가 처음으로 사모님 소리를 들었다"라면서 좀 웃겼다고 말하니까 부모님도 웃으셨다.


"사모님"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사모가 된 것이다.

반면 사장님은 사전적으로는 "회사의 책임자"라는 뜻이다. 다른 뜻이 더 있나 살펴봤지만 공식적으로는 그 뜻이 다이다. 보통 진짜 회사를 운영하는지 여부랑 상관 없이 남자를 높여서 말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사장님에는 공식적으로 "남의 남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이라는 뜻은 없다.

참고로 "남의 남편을 높여 이르는 말"은 "부군"이다.


선생님이라는 말도 꼭 직업이 가르치는 일이어야지만 쓰는 말은 아니다. 사전을 살펴보면 "성이나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높여 이르는 말" 이라고 나온다. 최근에 보면 남을 높여 부를 때 사장님 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좀 더 많이 쓰지 않나 싶다.


호칭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여태껏 들을 일 없었던 호칭을 들으니, 내가 항상 똑같이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모님"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게 된 거구나 싶었다.


나중에 애가 생기면 "ㅇㅇ 어머님, ㅇㅇ 엄마" 소리도 듣게 되겠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이힐을 못 신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