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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직장생활하면 너무 좋겠다!

딱히 그렇지도 않다

by 유 매니저

주변에 내 현황을 업데이트 하면, 미국에서 사는 것과 미국에서 살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걸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 속 마음을 들여다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진짜 부러워하는 건지 그냥 좋게 말해준 것인지 알기 어렵다. 부럽다고 하는 사람들은 보통 해외 생활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들이다.


해외에서 회사를 다니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 상해에서 직장 생활을 1년반 정도 했다. 그 때와 지금의 해외 생활 및 해외 직장 생활은 느낌이 다르다. 그 때는 좀 더 재미있었고 흥미로웠지만 솔직히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단순히 직장 생활 뿐만 아니라 해외 생활 전반에 대해 그렇다)


내가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여러가지 때문일 것이다.


그 때는 20대 후반이었고 지금은 30대 중반이다.

그 때는 내가 주체적으로 취업을 먼저 하고서

그 때는 처음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거였고 (+두 번째 직장이었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여섯 번째 직장임)

그 때는 미혼이었고 지금은 기혼이다

그 때는 물가가 저렴했고(=저렴하게 많은 걸 편하게 누릴 수 있음, 여행도 많이 다님) 지금은 비싸다.

그 때는 한국에서 2시간 거리였고 지금은 한국에서 15시간 거리이다.

그 때는 문화적으로 신기한 것들이 많았고, 지금은 글로벌 스탠드를 따른다.

그 때는 치안과 환경이 안전했고, 지금은 안전하지 않다.

그 때는 동양인으로 동양인 주류 사회에 있었고, 지금은 동양인이 소수인 사회에 있다.

그 때는 그 나라의 언어 (=중국어)를 잘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고, 지금은 영어를 잘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심지어 난 영어를 중국어보다 훨씬 잘 하고, 영어로 일했을 때 아무 문제 없음에도 그렇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겠지만, 한국에서의 삶, 다른 해외에서의 삶,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의 삶을 비교해 봤을 때 딱히 더 좋을 것도 없고 재미있을 것도 없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은 관광이나 여행이 아니다. 그리고 한 달 살기와 같은 개념도 아니다. 몇 년씩 (또는 몇 십년씩) 실제 생활을 하는 거고, 짧은 여행과는 다른 실제적인 것들이 튀어나온다.


직장 생활은 직장 생활이다. 한국계 회사를 다녀서 그런지 더더욱 미국에서 일한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 차라리 직전 회사 (한국에 있는 미국계 회사)가 훨씬 더 글로벌한 느낌이었다 (실제 업무나 문화나).


그래도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내 성향상 일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을 하는 편이 훨씬 더 잘 맞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도 더 많이 만나고 좀 더 해외 생활을 해외생활 답게 살 수 있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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