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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지 May 18. 2020

우리가 미드센츄리모던, 바우하우스에 열광하는 이유

디터람스,르코르뷔지에, 미드센츄리모던은 왜 유행하는걸까?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어도 바우하우스 (Bauhaus)를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우하우스는 몰라도 루이스폴센 조명이나 바르셀로나 체어 등을 보면, '아 이거 많이 봤어.'라고 할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체어, HPIX 도산에서 촬영



물론 여느 유행과 같이 지나가는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보통 유행은 '경향'으로서 주목받기 마련인데, 미드 센추리 모던 트렌드는 인물과 해당 시기에 집중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도 디터 람스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고, 바우하우스 전시를 하면 엄청난 호응을 끌어냅니다. 물론 디터 람스는 애플 디자인을 만들었다는 조나단 아이브와 무지의 후카사와 나오토의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로서 언급되면서 유명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보통 그렇게 되면 디터 람스 스타일의 키치 한 아이템이 시장에 즐 비하기 마련인데, 여느 때보다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트렌드인 것도 흥미롭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미드센추리모던이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는 이와 같은 경향이 어쩌면 바우하우스의 그 시기와 현대사회가 뭔가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사한 영역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트렌드는 지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대의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적 배경으로 바라본 미드센츄리모던과 현대사회


우선 시대적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940년~60년대는 2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악 그리고 최대 규모의 끔찍한 전쟁 이후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경제적 무력 상태라고 할 정도로 피폐해졌으며 문화재는 물론이 거나 와 피난민, 고아, 미망인들이 증가하였습니다. 세계를 호령해오던 대영제국은 급격한 하락세에 들어가게 되고 제국주의로 부를 쌓았던 유럽은 초토화되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갑작스러운 사회적 부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유럽과 미국, 두 서구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엄청난 양의 물자가 필요해졌습니다. 


대량생산의 대표적인 예시, 포드 


아이러니하게도 대규모의 전쟁은 빠른 기술의 진보를 이끌어냈습니다. 파이프,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등 대량생산에 맞는 규격화된 재료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었으며, 가전제품이 등장하고 일반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가 이러하다 보니 디자이너들은 많은 것들을 요구받기 시작합니다. 대중을 위한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디자이너에게는 질서가 무너진 시대에 시대를 정리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필요했습니다.


1940~60년대와 2010~20 시대 비교


2010~20년은 수백 명의 노동자의 몫을 기계가 대체한 것과 같이 컴퓨터 하나가 수만 명의 노동자들의 몫을 대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혁신 속도에 대한 가속도는 20세기에 비하여 훨씬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더욱이 SNS , 무역 등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경계가 무너지고 라이프스타일 형태도 다원화가 되고 있습니다. 과학적 진보로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지고 평화로워질 거란 기대와 달리 현대사회는 또 다른 엄청난 문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개인정보와 보안에 취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루머와 유언비어로 사회 혐오현상이 등장하고 각종 전염병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형태도 등장하는 등 국제사회의 경제, 사회적 불안감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달라 보이지만 디자이너들에게는 과하게 넘치는 사회에서 질서를 찾아내야 하는 시대정신이 요구되는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디자이너 비교. 디터 람스와 조나단 아이브


디터람스와 조나단아이브


이번에는 시대적으로 대표적인 산업디자이너를 통해 바라보겠습니다. 디터 람스는 미드 센츄리 모던 시기의 좋은 디자인에 대한 10가지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복잡한 오브제들을 조금 더 규격화하고 단순화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애플 전 최고 디자인 책임자 조나단 아이브가 디터 람스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것은 이미 모두 아는 바입니다. 두 명의 공통점을 찾자면 개발의 관점이 아닌 사용하는 사용자 관점에서 오브제를 바라보고 디자인했다는 점과 단순히 오브제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그 오브제가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단순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 무엇보다 질서를 찾고자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건축가 비교. 르 코르뷔지에와 데이비드 치퍼필드


르 코르뷔지에와 데이비드 치퍼필드


이번엔 건축가로 비교해보겠습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입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서 현대 건축의 기초를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종전 후 폐허가 되어 모든 것이 새로이 등장해야 했을 무렵, 벽돌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적식 건축물들은 비용과 시간이 모두 많이 필요해 일반 사람들을 위한 거주공간으로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집을 단순히 사는 곳을 위한 기계로서 바라보고 새로운 건축방식인 돔이노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21세기의 다양한 건축가들 가운데 조용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건축가입니다. 과하게 치장하고 랜드마크가 되려는 많은 건축물들 사이에서 주변 환경을 면밀히 보고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의 건축은 절제의 미학과 차분한 품격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의 공통점을 꼽자면 일상생활로서의 어우러짐, 조화 그리고 다소 동양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균형감 화려한 것보다 목적에 충실한 건축물을 만들었습니다.

1940~60년의 시기와 대표적인 인물을 아울러 바라보면 결론을 비트루비우스의 세 가지 원칙인 단순성, 명료성, 효율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단순성이란, 두 시기 모두 의미 없는 장식적인 요소를 철저하게 외면한다는 점에서 드러납니다. 시대적으로 필요한 소구를 철저하게 고민하여 본질에만 집중하는 단순성이 돋보입니다. 두 시기 산업이나 건축디자인의 목표를 단순합니다. 사용자의 일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게 하려면 어떤 질서가 필요할까? 이 질문의 답들이 그들이 만들어온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본질을 최대치로 격상하도록 고민하고 결과를 도출합니다. 그리고 미학적으로도 사용자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게끔 예술작품이 아님을 인정하고 중립적이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본질을 채워주는 데에 집중합니다.


두 번째로 명료함입니다. 사용자가 디자인을 보고 단번에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어렵지 않게 설계합니다. 복잡한 사용설명서보다 직관적으로 이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자연스러운 본능적인 움직임에 따라 경험이 누적되게끔 합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제품이나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본인의 경험이 녹아들면서 애정이 생기거나 애착을 만들어가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효율성입니다. 두 시기에는 모듈화가 눈에 띄게 주목받는데, 디자인을 진행함에 있어서 결국엔 생산자보다 소비자가 사용자 관점에서 스스로 그것들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기본적인 큰 질서만을 제안하고 사용자를 위한 여지를 남겨둡니다. 디터 람스의 레스 벗 베터가 그러하고, 애플의 아이폰 소프트웨어가 그러하며, 르 코르뷔지에의 5가지 원칙 그리고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오랜 시간 일상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이 그러합니다. 

즉 미드 센추리 모던이 이 시대에 다시 열광을 하는 이유는 너무 쉽게 대체되는 현대사회에서 그 시기의 고민들이 균형을 잡아주며 조화를 고민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고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단순함, 명료함, 효율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끌릴 수밖에 없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어느 때보다 제작자들이 개인의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과시하기보다 대중을 위해 좋은 디자인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흔적이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치열한 고민이 지금 우리에게 와 닿는 것은 아닐까요?


미드 센츄리 모던의 유행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디자인에 대한 자세를, 대중에게는 좋은 것을 선택하는 방법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터 람스의 한마디로 문장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은 인류를 위해 무언가 이루려고 할 때 시작된다.

 




    


*본 문서와 자료는 저의 논문 저작물에 등록된 내용을 편하게 읽도록 재편집 한 것으로 사용시 출처표기 및 댓글로 인용에 대한 부분을 명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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