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할 위치를 고민하다

by amy oh

이전을 결심하고 자리를 고민할 때 중요하게 본 요소들이 있다. 건물 출입시간에 제약이 없을 것, 주차장 사용이 편리할 것, 건물주인 성향을 잘 파악할 것. 이에 더해 가시성도 좋고 월세도 저렴하면 너무 좋겠지만 세상에 다 좋은 건 없으니깐…그리고 4년이란 시간 동안 만나온 기존 환자들을 어느 정도는 끌고 갈 수 있는 가까운 위치로 옮기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놀랍게도 건물주인과 한바탕 소란이 있기 일주일 전, 근처 부동산에 병원자리 매물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재 병원과 거리는 지하철역 1-2개 차이 정도, 대단지 아파트 상가 건물에 매물이 저렴하게 나온 것이다. 언젠가는 병원 자리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던지라 이상한 건물주인 비위 맞춰주며 월세를 내느니 은행에게 이자를 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매물로 나온 곳은 병원이 아닌 다른 업종이 영업 중이었다. 혹시 모르니 나중에 내가 병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자리인지 투자가치를 보러 가보기로 했다. 결론은 낫배드. 그렇다고 엄청 땡기는 자리도 아니었다.

이유인즉슨 이미 같은과 의원이 건물 안에 2개나 있었기 때문이다. 상가가 세워질 때부터 자리 잡은 병원들이었고 일이년 내로 은퇴를 생각하는 병원들이 아닌 것도 확실했다. 부동산 가격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는 이유가 있는 법. 광활한 상가 내에서 찾기 쉽지 않은 구석탱이에 위치한 매물이었다. 반면 이미 자리 잡은 병원들은 가시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내가 3번째로 들어가서 경쟁자로 내몰리고 싶진 않아서 아쉽지만 패스. 그러던 와중에 이전할 결심이 서서 이 매물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또 다른 후보지는 올초부터 인수개원한 사거리에 리모델링을 하고 있던 5층 꼬마빌딩이다. 리모델링이 시작될 무렵부터 메디컬빌딩으로 재탄생될 거라고 했는데, 소문만 무성할 뿐 실질적으로 계약을 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가시성은 보장되는 곳이라 보증금 월세는 높은 편에 속했고, 어떤과들이 입점하는지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전은 해야겠는데 어디로 옮겨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웠다. 나는 이미 영끌족 대열에 합류한 상태였고, 병원을 이전하려면 추가적으로 사업자 대출은 불가피했다. 이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인수할 생각도 있었는데, 기존 병원과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마음에 드는 자리가 나오진 않았다.

신기하게도 이전할 위치를 정하고 나서 며칠 뒤에 병의원 양도양수 중개업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거리에 인수물건이 하나 나왔는데 관심이 있는지 연락이 온 것이다. 이미 이전할 위치를 계약한 상태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기존 병원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좁은 공간이라 아쉬움은 쉽게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 병원은 내가 기존병원 철거를 시작할 무렵 폐업 수순을 밟고 있었다.

요즘 신규개원 트렌드는 무조건 크게 이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양도 물건들은 쉽게 팔리지 않는 추세이다. 나 역시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병원 철거가 아닌 인테리어 양도를 해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고민 끝에 여러 가지 이유로 양도를 시도해보진 않고 철거와 원상복구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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